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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차별철폐 문화제가 펼쳐진 조선대 노천광장. '세상만사' 각설이 타령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차별철폐 문화제가 펼쳐진 조선대 노천광장. '세상만사' 각설이 타령이 벌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등 38개 단체가 참여해 지난 5월 1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열사 표지석에서 첫 걸음을 뗀 '차별철폐 문화행진단'은 100일 동안의 전국순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차별문화를 고발해 오고 있다.

전태일 표지석은 차별철폐 행진단이 100일 일정에 나서게 된 정신적 출발이자 상징이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지 않고서는 숨쉬는 자유조차 허락 받지 못하는 지친 일상의 문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행진단원들이 하루에 걷는 평균 20㎞ 정도. 8월 9일 최종 목적지인 울산까지는 총 1398㎞의 거리다. 60일째를 넘긴 행진 일정에는 '인천 장애인 이동권연대' 김태영(38)씨 등 9명의 단원이 첫 출발부터 함께 하고 있다. 또 행진 구간마다 지역의 구간 참여자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장기호 행진단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가장 자본주의적이지 않는 방법을 위해 집회가 아니라 걷기를 택했다"고 말한다.

참여자들이 흥겨운 율동에 함께 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흥겨운 율동에 함께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민주노동당 광주시지부, 광주장애인복지관노조 조합원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8일 조선대 노천광장에서 열린 차별철폐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의 소감발표와 함께 각설이 기만서씨의 '세상만사' 공연이 펼쳐졌다.

김상호 민주노동당 광주시지부 사무처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으로 노무현정부의 전반적인 노동기본권 후퇴가 계속되고 있다"며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차별철폐를 중심사업으로 제기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100일 행진은 7월 1일 나주를 시작으로 목포(4일), 강진(6일), 장흥(8일), 보성(9일), 벌교(10일), 순천(11일), 여수(12일) 등 전남지역 일원을 돌며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걷습니다. 살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세상은 없어져야 합니다."

100일 행진단은 평등한 세상을 위해 오늘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내 볼 것을 권했다.

"익숙해진 차별과 결별해야"
[인터뷰] 장기호 '차별철폐를 위한 100일 문화행진단' 단장

ⓒ오마이뉴스 강성관
장기호(40) 차별철폐를 위한 문화행진단장은 "IMF이후 사회적 차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자본의 이윤착취 때문"이라며 차별철폐를 위해서는 "자본주의 문화에 익숙해진 차별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행진 59일째를 맞아 얼굴이 검게 그을린 장 문화행진단장은 "내 안에 잠재된 차별의식을 고쳐 나가는 것이 하나의 실천이다"며 "걷기 행진를 통해 내 안에 잠재된 차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행진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차별철폐 문화행진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의 이윤착취를 위해 온갖 사회적 차별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똑같은 라인에서 일하면서도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의 1/2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고있고,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생활 속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는 모순된 일상의 모습을 고쳐가자는 차원도 있다. 일상 생활에 배어있는 또 다른 차별문화를 찾아보자는 의미이다."


- 그동안 차별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기도 했는데.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이주노동자 문제 등 각기 요구 사안을 들고 싸우고 있지만 개별적 입장에 머물렀던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본질은 '차별정책'이라는 하나의 문제인데 연대가 안 되고 있었던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나 차별문제 해소를 강조해 오기도 했는데 그에 대한 기대는 어떤가.
"최저임금이 56만원으로 결정됐는데 입장을 바꿔놓고 56만원으로 과연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실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이 돼야 하지 않는가. 상징적으로 새만금 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적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고 있는데도 송두리째 삶터를 빼앗으면서까지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또 국가적 통제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네이스(NEIS)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노무현 정부에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또 노무현 개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고착화 된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 차별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가.
"단적으로 비정규직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미 850만명을 넘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화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골프장 캐디라 부르는 경기 보조원, 학습지 노동자, 화물 지입차 운전기사 등 특수 고용직에 대해서는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실제 일하는 조건이나 고용형태는 노동자인데도 말이다.

비정규직 확대는 IMF이후 국가의 기본 정책이 되고 있다. 그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동법도 고치고 있지 않는가. 경제특구법 또한 마찬가지다.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너도나도 경제특구 지정을 서둘고 있는데 노동자의 기본권조차 박탈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안고있다."


-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차별의 예를 들 수 있다면.
"행진을 해오는 동안에 인도로 휠체어를 밀고 와 봤지만, 턱이 높아 인도로는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차별 받고있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이면서 가정에서는 가부장적 권위의식에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많다. 그 개인은 훌륭한 활동가이고 진보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가정에서는 또 다른 여성차별을 강요하고 있는 경우들이다.

또 교육현실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자녀는 어쩔 수 없다고 많은 돈을 들여 과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전적으로 모순된 태도이다. 이미 습성화 될 만큼 우리는 차별문화에 스스로 깊게 젖어있다."


- 인식전환이 더 시급한 문제인가.
"자본이 만들어 놓은 생활방식은 차별은 정당한 것이고 경제적 효과를 위해서는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별철폐는 무슨 크고 거창한 운동이 아니다. 우선 내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서부터 자신이 인식하는 만큼 실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온갖 차별로 착취당하고 있으면서 내가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본주의가 만든 일상에 순응하기 위해 죽도록 일해야 하는가. 내 자녀부터 과외에 내 몰지 않는 실천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화려하고 비싸면 더 좋다는 식의 자본주의 문화로부터 스스로의 삶을 바꿔나가는 것 필요하다. 익숙한 것에서 스스로 결별해야 할 때다."
/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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