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일리노이 젠더 옹호회란 플래카드를 든 참석자들
ⓒ 유정열
시키고 현지 시간으로 6월 29일 오전 11시부터 게이-레즈비언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장소는 시카고 시내에서 동성애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홀스테드, 벨몬트, 브로드웨이 거리를 중심으로 행해졌다.

올해로 벌써 34번째를 맞는‘자존심의 퍼레이드’는 동성애자들과 그에 관련된 단체들이 이 사회 속에서 그들의 인권을 보장받으려는 노력의 한 방식이며, 지금은 절대 우울하지도 저항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의 축제가 되었다.

▲ 퍼레이드를 더 잘 보기 위해 비상계단에 올라간 관중들
ⓒ 유정열
전국적으로 모인 게이-레즈비언 옹호자들이 스폰서를 해 주는 회사 상표를 퍼레이드 카에 다양하고 화려한 장식들과 함께 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지지를, 그들의 평등권, 인권을 호소하는 플래카드와 슬로건들을 내걸었다.

행사 참여자들 중 대부분이 게이나 레즈비언이었지만,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리고 그 표현 방식도 다양했다. 온 몸을 드러내고 활달한 음악에 맞춰 퍼레이드 카 위에서 섹시하게 춤추는 남자들에서부터, 조용히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듯 행진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관중들은 그 모든 단체들에게 하나 하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

▲ 카니발의 쇼걸처럼 분장한 한 게이
ⓒ 유정열
34년 전 제1회 행사 때와 오늘의 행사에는 엄청난 차이와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오늘 나타난 것이 아닐까? 이제 시카고의 유명한 연중행사 중 하나가 된‘자존심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관중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보도 블록에 자리를 깔고 구경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몰려왔다. 적어도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관중들-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 없이, 이 사회가 모든 인종과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라 믿었다.

▲ 음악에 맞춰 관중을 향해 춤추는 댄서들
ⓒ 유정열
휠체어를 탄 노인들에서부터 젊은 연인, 동성 연인, 중년의 부부 그리고 아시아의 이방인들, 모두가 한데 어울려 퍼레이드 카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화려한 장식과 가장 행렬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행사는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거리가 봉쇄되고 경찰들이 불시의 사고에 대비해 곳곳에서 교통 정리와 함께 경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몇 시간의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서도 사람들은 술집과 레스토랑에서 축제의 여흥을 즐겼다.

올해의 ‘자존심의 퍼레이드’는 게이-레즈비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에 캐나다에서 동성애자들 간의 결혼을 합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미국 대법원에서도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텍사스 주의 반-게이, 레즈비언 법률에 일격을 가했다. 점점 더 사회가 그들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던지는 것은 틀림없다. 한국의 영화계에서도 드디어 ‘로드 무비’ 같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 최근 내려진대법원의 우호적 판결에 만족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참석자들
ⓒ 유정열
그들은 그들과 다른 사람들(미국에선 보통 우리들을 게이들과 대조시켜 스트레이트(straight)라고 부른다)의 차이점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은 더더욱 그러하겠지만, 강한 청교도적 사고를 가진 대부분의 보수적 미국인들에게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얼마나 더 포용될 수 있는가는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정말로 ‘그들’과 그들이 아닌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오늘과 같은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가서 생기는 허전함이 없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과 미국의 문화와 자연, 인문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