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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작부터 아파트 예찬론을 남편에게 펴왔습니다. 그러니 정작 아파트에 갈 기회가 생김에도 시큰둥하자 남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내심 동수까지 찜해 둔 아파트가 있어요. 교통도 편리하고 아이 키우며 살기에는 딱 좋은 목에 위치해 있지요. 5분 거리에 대형마트도 있고요. 그런데도 망설이는 이유가 뭐냐고요?

아파트 단지를 끼고 20분 정도 더 들어간 언덕받이에서 주택단지를 보았습니다. 바로 산 밑에 세워진 주택들은 지은 지 오랜 된 낡은 집들이긴 하지만 산의 푸르름과 아카시아 꽃내음이 뒤덮여 제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지요.

▲ 어느 마당 있는 주택 풍경
ⓒ 박소영
동네 어귀에 백 년은 넘어 보이는 굵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위엄 있게 뿌리내려져 있고, 더욱이 그곳에서 얼마 안 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정말 심각한 갈등 상황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밭을 가꾸어 먹을거리를 직접 수확해 보자는 게 제 소박한 꿈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주택에서 사는 불편함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은 이곳저곳에서 끊이질 않는 소음이에요. 웬 집들을 그렇게도 부수고 새로 짓는지. '쿵쿵쿵...' 공사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장마가 와도 멈출 기미를 보이질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트럭을 몰고 다니며 '뭐가 왔다'는 알아 듣기도 힘든, 스피커에서 울려대는 우렁찬 목소리들. 게다가 놀곳이 따로 없는 아이들이 떼지어 다니는 소리들... 집 안에 있어도 그야말로 아우성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기분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모든 소리에 대해 평정을 유지하는 그 나름의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가령 옆집에서 들려오는 망치소리를 자신이 아끼는 새가 나무를 쪼고 있다고 상상하는 등 모든 소리들을 '자연화'시키는 것 말예요.

하지만 제게는 소음은 소음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으니 제 상상력의 빈곤함을 탓해야 할까요? 소음규제 차원에서 따지자면 역시 아파트가 우위를 점합니다. 딱히 그게 문제라면 답은 분명했지요.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 이 불편한 감정의 정체는 뭘까요?

아파트에는 정원이 없다는 것! 직접 심은 풀 한 포기에 마음 주고 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알잖아요. 마당 없는 집이 어디 집일까 싶거든요. 마당이 있어야 빨래를 시원하게 널고 바구니에 배추든 무를 말리든지 할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주택에 사는 불편함이 제 아무리 커더라도 저의 '마당사랑'을 꺾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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