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조경국
"미옥아!"
"돌아보면 사진 찍을려구 그러지."
"아니 그냥 부른건데."
"또 거짓말 한다."

ⓒ 조경국
아내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금방 고개를 돌립니다. 하도 자주 당하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몰래 찍는지, 어떤 자세로 있어야 사진을 찍히지 않는지도 아는 노련함까지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찍고 싶은 것이 아내의 모습을 담는 '파파라치'의 마음이겠지요.

아내는 사진 찍는 것에 대한 본능적 거부 반응(?)을 보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아주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일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그런 날에는 몰래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파파라치 입장에서 벗어나 모델과 사진가의 관계가 됩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예쁜 표정을 지어주니 사진을 찍는 입장에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분이 좋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은 재미(?)가 없습니다. 짓궂게 느껴지지만 어떻게든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는 아내의 당황스런 표정을 찍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아내도 이런 저의 심중을 꼭 집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 더욱 요리조리 피하는 것이, 꼭 쫓고 쫓기는 한 편의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남편 파파라치의 승리로 결론이 납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에선 적극적인 공격을 하는 쪽이 이긴다는 사실은 이런 경우에도 성립하는가 봅니다.

ⓒ 조경국
사진이란 것이 사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뺄셈밖엔 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내 인생에 사진이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내에겐 주말이면 남편을 빼앗아가는 존재요, 가계부에 주름만 잡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 조경국
그러나 아내는 제가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99.9% 이해하고 있으니 저로선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내 몸 같이 아끼던 카메라를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팔아버리면 저보다 더 속상해 하고, 사진 때문에 끙끙 앓고 있으면 최대한 저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려 합니다.

단 아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0.1%라는 것은 사진 때문에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를 말합니다. 그런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땐 아무래도 저의 잘못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험난한 길(?)에 우뚝 선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아내의 불만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선 저는 아주 행복한 아마추어인 셈입니다.

겸사겸사 아내의 사진을 정리해 보니 아내를 처음 만난 후 11년의 시간이 모두 사진 속에 정지해 있는 느낌입니다. 롤랑 바르트가 사진은 '특수한 부재증명'이라고 한 말이 실감이 납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과거가 현재에 남아 과거를 되새김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겠죠.

ⓒ 조경국
사진 속의 아내는 웃고 있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단지 렌즈에 한 번 걸러졌을 뿐이지만 그 모든 모습이 아마 저에게 더 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을 텐데 전 아내의 순간의 모습에만 집착해 셔터를 눌렀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피사체를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아내의 눈빛으로 바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의 사진을 보며 느낀 감정입니다. 아직까지는 껍데기에만 혹하는 '파파라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진정한 아마추어가 되는 것은 멀고도 험한 일입니다.

ⓒ 조경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