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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입구에 걸린 '골프장 유치 반대' 플래카드.
마을에 입구에 걸린 '골프장 유치 반대' 플래카드. ⓒ 이승후
담양군은 열악한 재정상황을 보완할 수 있는 세수 확대와 내륙형 레저관광단지 구축을 위해 골프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청정지하수 오염과 환경훼손으로 인한 재난을 우려해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뚜렷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 한 행정당국과 주민간 마찰이 증폭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담양군은 자연녹지로 되어 있는 골프장 건립예정부지를 시설용지지구로 변경하는 국토이용변경 신청을 허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담양군 도시계획위원회에 이 건을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는 골프장 건설은 절대 안된다"며 강도 높은 반대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최형식 담양군수는 작년 지방선거 기간중 골프장을 반대한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골프장 갈등은 자치단체장의 도덕성 논란까지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에서 모기 물렸다는 사람 봤소?"

골프장 건설 예정부지와 인접한 마을 중 가장 규모가 큰 금성면 외추리를 먼저 찾아갔다. 70여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외추리는 집집마다 '골프장 건설 결사반대'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었다. 심지어 마을회관까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어 이를 걸어놓지 않은 집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대대로 외추리를 지키고 살았다는 김모(69세)씨에게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뜸 "골프장에서 골프치다 모기한테 물렸다는 사람 봤소?"라고 반문했다.

기자가 의아해하자 "잔디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농약을 뿌려대면 모기가 없겠냐"며 "마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뿌려대는 농약은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내려와 주민들이 농약을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하수 오염을 걱정하고 있었다. 김씨는 "외추리 지하수는 수질이 매우 좋아 누구나 지하수를 그냥 마시고 있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그 물을 마음놓고 먹지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하수 오염과 함께 수자원 고갈과 이로 인한 수해를 우려하는 주장도 많았다. 김용규 골프장건설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74)은 "관정을 여러 개 파서 잔디밭에 물을 줄텐데 여름철에 가뭄이 들면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옆에 앉아 있던 한 마을 주민은 "이 마을 물은 도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길어갈 정도로 명천(名川)인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폐정(廢井)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하수 대신 상수도를 공급하겠다는 군청의 제안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논일을 하다 점심을 준비하러 집으로 간다는 송모(62·여)씨는 "편하게 지하수 먹게 그냥 내버려달라"고 했다.

한 주민이 골프장이 들어설 곳을 가리키고 있다.
한 주민이 골프장이 들어설 곳을 가리키고 있다. ⓒ 이승후
송씨는 "군청 민원실에 가면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을 끓여먹거나 정수기를 사용하더라"며 "좋은 물(지하수) 놔두고 관공서도 못 믿는 수돗물을 왜 먹어야 하는지…이게 다 골프장 때문이다"며 산 너머에 있는 골프장 예정 부지를 흘겨봤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은 "마을 위쪽에 자리잡은 골프장 예정부지에서 발원된 물이 영산강 지류를 형성하는데 만약 골프장으로 인해 오염된다면 영산강까지 피해가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골프장 예정부지에서 발원된 물이 외추리와 매곡마을을 통과해 영산강 상류로 들어간다는 것.

주민들, "마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골프장은 환경 재앙을 가져올 것"

골프장 예정부지는 금성면에 있는 분지지형이다. 이 분지는 외추리와 매곡마을, 노촌동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사람이 머리 위에 골프장을 이고 있는 형국"이라는 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매곡마을은 골프장과 가장 인접해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더 크다. 매곡마을에 거주하는 김모(80)씨는 "골프장에 견학을 가보니 다른 곳은 평평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 유독 우리 마을만 골프장이 마을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며 "그곳(골프장 예정부지)에서 생긴 물로 주민들이 마시고 농사도 짓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마을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골프장을 만들려면 주민들을 똑같이 물 좋은 곳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정이 이런데도 골프장을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형식 담양군수와 골프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는 김씨는 최 군수에게 "다른 골프장은 평평한(마을과 높이가 비슷한) 지형에 자리잡았지만 매곡처럼 이상한 위치는 보지 못했다"며 "군수님이 (위치를)잘 생각해서 선정해야 한다는 말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마을 위쪽에 있는 저수지. 이 저수지 위쪽에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을 위쪽에 있는 저수지. 이 저수지 위쪽에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 이승후
또 다른 김모(67)씨는 분지지형에 위치한 골프장의 문제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그곳(골프장 예정지)은 분지지형인데 바닥은 암반층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분지로 스며든 물은 암반층을 타고 그대로 마을로 들어서는데 골프장 때문에 오염된 지하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차라리 지금 위치가 아니라 다른 지형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골프장을 만들 때 산 위쪽 나무를 벌채해야 하는데 집중호우라도 온다면 산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환경문제와 더불어 매곡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거론하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 앞서 분지지형에 위치한 골프장의 터를 문제삼은 김모(80)씨는 "매곡마을은 임금이 마을 이름을 직접 내려준 곳이다"며 "임금이 직접 마을 이름을 하사한 것은 삼남(三南)에선 처음이다"고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매곡마을의 유래는 1627년 인조가 우리 마을에 살았던 이름높은 효자이자 선비인 청계 김응회 선생에게 묵매화 화첩을 하사한데서 유래됐다"며 "한일합방 이전까지 매곡마을은 어매곡(御梅谷)으로 불려졌다"고 밝혔다. 실제 매곡마을 초입에는 청계 선생의 후손들이 세운 어매곡유래비(御梅谷由來碑)가 있어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현재 매곡마을에는 12가구가 있다. 매곡마을 주민은 그러잖아도 약한 마을세가 골프장 때문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매곡마을 한 주민은 "지금 상태에서도 (마을에) 살 사람이 없는데, 환경까지 파괴되면 유서 깊은 마을이 없어질 것 같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골프장 반대 선거공약 뒤집은 최 군수 문제 있다"

마을회관 앞 정자그늘에서 한담을 나누던 주민들은 골프장 얘기를 꺼내자 최형식 군수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쏟아냈다.

한 주민이 "마을 사람 의견을 무시하는 군정에 실망했다"면서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 선거에 최 군수가 또 나오면 안 찍겠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담양군은 골프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담양군은 골프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 이승후
이어 그는 "내가 알기로 외추리와 매곡마을, 노촌동에서 골프장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토록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군수가 골프장 건설에 매달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최 군수가 지난해 지방자치 선거때 했던 골프장 반대 공약을 당선 후 뒤집은 것에 대해 비난했다.

주민들은 "최 군수가 골프장을 반대한다는 말을 직접 들은 사람이 여럿 된다"며 "어떻게 행정의 최고책임자가 군민과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팽개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나길주 골프장반대 대책위 청년회장은 지난 2월 28일 "'주민이 반대하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으니 안심하라'는 최 군수의 말을 직접 들었다"며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같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후 최 군수가 3월 2일 외추리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같은 발언을 했으나 그후 골프장 건설 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최 군수의 변신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담양군, "지역발전 위해 골프장 필요"…"반대주민 일부에 지나지 않아"

담양군은 "지역발전을 위해 골프장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담양군 관계자는 "골프장에서 나오는 세금이 담양군 재산세 수입보다 2천만원 많은 4억8천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골프장이 들어서면 여기서 나온 세금중 절반을 골프장 인접 마을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환경오염 문제 또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담양군 관계자는 "골프장의 농약 오염도는 일반 농사를 지을 때보다 더 적은 양의 농약이 검출될 뿐아니라 금성면에 추진하는 골프장은 바닥에 대숯가루를 깔아 농약 흡착력을 높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친환경적인 골프장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하수 고갈에 대한 우려 역시 담양댐에 담수된 물을 끌어다 골프장에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바 못된다"고 밝혔다.

모든 집에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모든 집에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이승후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또 다른 담양군 관계자는 "반대하는 주민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해 기자가 파악한 주민 의사와 상반된 주장을 폈다.

군 관계자는 "낯모르는 외지 사람(기자)이 골프장에 대해 물어보니까 마을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대답한 것이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

한편 최형식 담양군수는 선거기간중 골프장 반대 공약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골프장을)허가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 군수는 "(선거 당시) 골프장으로 인해 농산물값이 떨어지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골프장을 유치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지금도 그 입장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최 군수는 이어 "후보 때는 골프장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당선후 골프장에 대해 알아보니 주민이 우려할만한 환경오염은 없었다"며 "내륙형 레저관광단지를 조성하는데 골프장은 필수"라며 골프장 유치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특히 최 군수는 "농공단지나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폐수와 비교해 볼 때 골프장이 훨씬 환경친화적이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본격적인 골프장 유치경쟁, 지역경제 회생 대안인가

현재 전남에는 화순, 곡성 등 5개소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고 해남, 함평 등 5개소의 골프장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또 여수, 신안 등 11개 지역이 골프장을 유치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하나같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골프장을 건설하거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유치작업이 모두 순조롭게 된다면 전남지역은 모두 21개소의 골프장을 보유하게 된다. 민선시대로 들어서면서 중앙정부의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는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골프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이 많아지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의도한 목적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경제기반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형식 담양군수 '말바꾸기' 비난 일어

ⓒ이승후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최형식 담양군수의 입장변화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최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고 공약했지만 당선 후 공약과 배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

주민들은 최 군수의 행보에 대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여측이심(如厠二心)의 표본이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군수는 "골프장 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유치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 군수의 주장은 확인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열흘 전인 6월 3일 담양군민회관에서 담양군농민회 주최로 열린 '담양군수 후보초청 농업정책토론회'에서 "주민이 반대하면 어렵다"면서 "골프장의 소득보다 (농업)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 군수는 "18홀 기준으로 매년 지방세가 1억5천에서 3억원 정도의 수익이 있지만 이러한 수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담양의 농산물 소득이 2450억인데 골프장이 생김으로써 이미지가 1%만 실추해도 24억, 2%는 50억의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농업이 골프장보다 가치가 더 충실해야 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특히 최 군수가 당시 토론회에서 주장한 "담양의 농업이 어려워지면 동시에 담양의 상권이 어려워진다"는 대목은 현재 담양군이 골프장 건설 명분으로 내세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 군수가 당시 토론회에서 펼친 골프장에 반대 주장은 "현재 공사중인 골프장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겠다"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뤘다.

최 군수는 9일 기자와 가진 면담에서 "주민이 당장 반대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면 골프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단체장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군수는 후보시절 주민과 한 약속을 바꾼 이유를 주민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군정을 책임진 단체장의 올바른 모습이 아닐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이승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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