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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직업군인은 4D(3D+Dispersion)직종으로 분류되어 너도나도 회피하는 직업이 되었다. 11살 된 철모르는 내 아들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항의하듯 대든다.

"아빠! 군인은 왜 자꾸만 이사를 다니는 거야 ? 자주 이사를 가니 내가 친구를 사귈 수가 없잖아. 그리고 우리는 왜 이렇게 낡고 좁은 아파트에 사는 거야 ? 내가 생일인데 창피해서 친구들을 초대할 수가 없잖아."

이런 아들에게 아내는 이렇게 답한다.

"군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고, 아빠는 군에서 영관장교로 계시는 훌륭한 분이시란다."

나는 궁색하게 설명하는 아내를 보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름을 느낀다. 군 생활 15년 동안 여러 차례 일반회사의 취업유혹도 물리치고 군인의 긍지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갈수록 의지는 약해진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지금까지 5번 전학을 하고 20년 이상 된 9평, 13평, 15평 아파트를 번갈아 가면서 이사를 했다. 군 생활의 대부분인 12년을 전방지역인 읍·면 단위의 오지에서 근무하여 연극·영화 등 흔한 문화 시설과도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다.

애가 아파 큰 병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탔다면서 잠든 아들을 어루만지는 아내에게 수고했다며 미안스런 표정으로 대신하기를 그 몇번이던가?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데다가 비상대기에 야외훈련 등으로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부대의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72년에 준공되어 노후되고 행정사무기기 부족 등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버리는 중고품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주위의 동료와 선후배들이 묵묵히 맡은 바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 진정으로 존경심이 우러난다.

작년 국군의 날을 맞아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노후된 군 병영시설과 숙소의 실태가 방영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우리의 어려움을 알아주겠지'하고 생각하니 희망이 생긴다. 작년부터 2100여억원을 투입하여 군 관사를 신축하고 올해부터는 낡고 협소한 시설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하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언젠가는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 하는 다짐을 하면서 오늘도 군화 끈을 다시 한번 조이고 낡은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 부대를 향한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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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상에서의 여러 분야 토론에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고자 가입하며, 많은 생각과 견해들이 가감없이 게재되어 난상토론이 이루어지는 오마이 뉴스에 매력을 느끼게되어 개인적인 사고의 폭을 넓히고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공유를 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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