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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부가 GDP대비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미국산 무기 구입을 압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만일 이같은 미국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정부가 국방비 증액의 명분으로 내세운 '자주 국방'의 근간이 훼손되며, 결국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도약할 기초/원천기술 확보를 든든히 뒷받침해줄 보루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가 국가의 성장단계에 걸맞게 않게 너무나 빠른 이공계 기피현상을 겪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자체 국방 연구개발을 거의 하지 않고 무기체계를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무기체계 연구개발은 기초/원천기술개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시장실패' 영역으로 분류되어 국가지원에서 소외될 기초/원천분야는 첨단무기체계 연구개발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야 그 존재가치가 인정을 받고 사회적 대접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는 그 뿌리가 기초학문 기피에 닿아 있으며, 결국 기초과학기술의 몰락이 이공계 위기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왜 자주국방이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이 첨단기술의 맹주로 군림하는 것은 미국의 대학교와 연구소에 쏟아붓는 기초/원천과학기술분야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국방관련이라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 미국의 경우 통계에 잡히는 기초/원천과학기술 투자예산 비율이 30% 이하로 낮지만 국방과학투자 예산이 50%나 된다. 따라서, 미국의 실제 기초/원천과학기술 투자는 30%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이차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의 경우 기초과학기술 투자 비율이 전체 과학기술예산의 65%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하면 패권국가인 미국은 내놓고 국방 전략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니까 국방과학기술 투자를 50%라고 말할 수 있으나 일본이나 독일은 내놓고 국방과학기술에 투자할 수 없으니까 대신 다른 이름인 기초과학에 쏟아붓는 것이다.

최근 일본은 유사법제를 만드는 등의 행보는 이미 일본은 기초과학기술투자를 바탕으로 군사대국의 대열에 올라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민간투자 : 정부투자 = 80 : 20 정도로 민간부분이 절대적으로 많다. 민간부분의 연구개발 투자는 대부분 상용화 기술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의 대부분도 상용화 기술개발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소들의 기초원천기술개발은 16% 에 불과하며 대부분 민간지원의 상용화 기술개발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연구개발 투자 행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국방비 증액의 대부분을 '자주 국방'을 위한 기초원천기술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또한 동시에 현재 민간부문 지원에 집중되는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연구개발비 중 50% 이상을 기초/원천기술 개발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번영과 안전을 보장받는 가장 확실한 투자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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