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5일제 근무의 확산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휴일이나 주말이면 온갖 명승지에는 싱그러운 봄향기를 듬뿍 마시려는 가족 동반 여행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화창한 봄날씨에 저마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기 때문일까.

추억만들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진이다. 어린 날의 순수한 모습, 가족 간의 화기애애한 모습,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 등이 필름 안에 고스란히 찍혀 나온다. 우리는 그렇게 현상된 사진들을 보며 사랑과 우애를 더욱 돈독히 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내 모습이 찍혀나온 사진을 수집하며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면?

▲ 영화 '스토커'
영화 <스토커>는 화목해 보이는 한 가정의 사진을 수집하며 그 속에 동화되고자 하는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쇼핑몰 내의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는 중년의 남자 '싸이(로빈 윌리엄스)'.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사진 속의 행복을 훔쳐보는 일이다.

특히 10여년 동안 단골고객이었던 '니나욜킨'의 가족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수집해 놓은 사진들을 통해 니나 가족의 추억을 공유하다 못해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것. 우연을 가장하여 그녀에게 접근하거나 뒤를 쫓는가 하면,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선물하거나 집안을 몰래 엿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의 남편 윌이 외도를 하는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하자 극도로 분노하게 된다. 사진 속에 담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깨질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정을 지켜내겠다는 일념하에 직접 해결하려 한다.

그는 왜 이처럼 사진을 수집하는 스토커가 되고 말았을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온갖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줄곧 왕따와 같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니나의 가족은 꿈과 이상 그 자체이자 외롭고 힘든 삶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극중에서 싸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는다'고. 그래서인지 그에겐 어린 시절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오직 기억하고 싶은 니나네 가정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사진뿐이다. 그는 이렇게 사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상처받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지금 봄나들이를 떠나 사진을 찍어온 가정이 있다면 다시 한번 들여다보길 바란다. 당신의 가족은 행복한 모습인가. 영원히 변치 않는 사진 속 모습처럼 그 행복을 지속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조심하길 바란다. 어디선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또 다른 눈동자를.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이 싹트고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