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합동분향소가 마련되었던 시민회관에서는 사건 당시의 그 시각을 기억하며 조촐한 추모식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로 바쁜 모습들이었고, 대구시는 '하계유니버시아드'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음악회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금도 재발방지 대책이나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명쾌한 결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 4월 23일, 대검 특별수사본부는 참사의 최고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조해녕 대구시장은 무혐의, 대구지하철공사 전 사장 윤진태씨에게는 불구속기소를 하며 수사를 종결하였다.

또 5월 1일에는 대구에 파견되었던 중앙특별지원단마저도 추모공원 조성 문제와 사망자 및 부상자 보상 등의 현안을 남긴 상태에서 서둘러 활동을 종료한 것이 사실이다.

▲ 대구민예총 김헌근 사무처장
ⓒ 박희석
이런 상황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대형참사의 올바른 이해와 책임 추궁을 위하여 조해녕 대구시장의 퇴진을 외치고 있는 대구지역의 각계 인사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로 열악한 조직 내부상황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참사 수습활동에 열성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대구지부의 김헌근 사무처장(41)을 만나보았다.

"애도의 차원이 아닌 적극적 참여가 필요할 때"

갓 연극공연을 끝내고 참사현장을 찾은 그는 우선 대구시민들의 참여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분명히 무관심은 아닙니다. 가슴 한켠엔 대구시민모두 지하철 참사에 대한 분노와 아픔을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을 가슴 속에만 지니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라며 단지 애도의 차원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이끌어내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책임 물을 것"

그는 조해녕 시장의 퇴진을 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표현한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9가지 이유(박스 기사 참조)는 물론이고, 대구시민의 리더라고 하는 조 시장이 참사 이후 보였던 유해 훼손, 말바꾸기, 유가족에 대한 몰상식적 처신 등 일련의 행동들은 도저히 용납하기 힘듭니다"라며 200명을 넘는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며 지도력과 신뢰감을 모두 잃어버린 조시장의 처벌을 위해서 이번만큼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때문에 그는 "그동안 대구에는 수많은 참사들이 일어났지만 제대로 처벌이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항상 냄비현상처럼 은근슬쩍 사라지던 참사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이번만큼은 분명히 물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특정 지역언론과 정당의 조직적인 흔들기 작업 등의 거센 저항이 있겠지만 '적어도 1년 이상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금 내부적 결의를 다져 침체된 지하철참사 대책요구에 대한 불씨를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동대구역에서 박창근씨의 노래와 함께 조해녕시장 퇴진서명을 받는 모습
ⓒ 박희석
"지하철 주제로 한 연극 등 다양한 문화접근 시도할 것"

한편, 지하철 참사후 추모집회 공연등의 활동을 벌였던 민예총은 앞으로도 단체의 특성을 살린 문화적 방법의 접근을 꾸준히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동대구역과 성서 와룡공원에서 문화공연과 함께 조시장 퇴진서명을 받고있는 민예총은 올 9월에는 지하철 참사를 주제로한 연극제도 열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 지하철 참사뿐만 아니라 반전 평화활동이나 미선이 효순이 1주년 행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예술을 통한 민주사회의 달성'이라는 본래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구에 좀더 시민들과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과 문화성을 가진 새로운 문화공간의 조성에 대한 바람을 나타내며 인터뷰의 끝을 맺었다.

"현재 대구에서 열리는 집회의 주요장소인 대구백화점 앞쪽은 비록 접근성 면에선 좋지만, 사람들에게 문화적 감성을 전달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장소입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과 고민하고 마음을 나누는 대구시민의 광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조해녕 시장이 퇴진해야 하는 9가지 이유"
조해녕시장 퇴진운동본부에서 제시한 퇴진이유

1. 조해녕 대구시장은 대구지하철 참사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조해녕 시장은 2.18지하철참사의 발생과 확대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지하철참사는 방화범의 방화에 의해 비롯되었지만 조해녕 시장이 지하철공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여 전동차 및 각종 안전관련시설의 안전기준을 지키게 하였다면, 지하철의 안전운행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직원들에게 교육, 훈련을 충분히 실시하였다면 350여명의 시민이 죽임을 당하거나 다치는 대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조해녕 시장이 직접적인 감독책임을 게을리 한 것이 대참사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입니다.

2. 조해녕 시장은 결정적인 증거가 남아있는 사건현장을 훼손했습니다.
조해녕 시장은 지하철참사 다음날인 2월 19일 지하철공사 직원, 군인 등을 중앙로역에 투입하여 물청소까지 함으로써 희생자 확인의 단서이자 형사 사건의 증거물을 결정적으로 훼손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화재쓰레기인 줄 안 담당자에 의해 안심차량기지사업소에 버려진 폐기물더미에서 희생자 시신의 일부와 수백점의 유류품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조해녕 시장의 행위는 책임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의로 해석하여 증거인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고현장 훼손은 상식이하의 일로 이는 조해녕 시장이 시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조해녕 시장은 진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도덕성을 상실했습니다.
조해녕 시장은 2월 24일, '붕괴위험 등 안전문제가 걸려 군에 병력지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청소는 지하철공사에서 결정했다', '국립과학연구소와 경찰도 이에 동의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현장 훼손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자 3월 5일에는 '물청소는 결코 한 적이 없다' 인터넷에 공개된 물청소 사진에 대해서는 '지하상가에서 통로 청소를 한 것'이라고 발언의 번복하였습니다. 그리고 검찰수사에서는 '현장정리에 대해 관계기관의 사전협의는 없었으며, 사고 현장을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 '감식이 끝났으니 현장정리를 해도 좋다는 말을 해도 좋다는 말을 지하철공사 관계자들로 전해들었을 뿐이다'로 다시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조해녕 시장의 이러한 발언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조해녕 시장은 잦은 말바꾸기로 진상을 왜곡하고, 사고현장 훼손의 책임을 지하철공사에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도덕성마저 상실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4. 조해녕 시장은 최소한의 안전점건 및 조치없이 지하철 운행을 강행했습니다.
조해녕 시장은 지하철참사 발생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지하철참사의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안전점검과 안전을 위한 조치도 지하철 운행을 강행하였습니다. 또 다시 대형참사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지하철 운행을 강행한 것입니다. 이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시장의 임무를 명백히 저버린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5. 조해녕 대구시장은 또다른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방치했습니다.
조해녕 시장은 지하철참사 다음 날인 2월 19일부터 중앙로역 지상도로의 차량 통행을 허용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 22일, 전문가로부터 중앙로 역에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차량 및 보행자의 통행을 금지하여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해녕 시장은 이러한 통보를 받고도 차량 및 보행자의 통행을 제한하지 않다가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2월 26일에야 대형차량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승용차는 3월 1일부터 통행을 제한하는 늦장 대응을 하였습니다. 대참사를 겪고도 추가사고의 위험성을 장시간 동안 방치한 것입니다.

6. 조해녕 시장이 유가족에게 보인 무책임한 태도는 최소한의 예의마저 상실한 것.
지하철참사 수습과정에서 조해녕 시장이 보인 태도는 대구시민의 대표자,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슬픔에 젖어 항의하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나도 바쁜사람이다'라는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등 유가족들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불신을 자초하였습니다. 사고현장 훼손에 대하여 희생자 유가족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러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사고현장 훼손 중단도 실종자 유가족,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력한 항의에 의해 마지못해 합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하철참사와 사고현장 훼손 등 사태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잘못들에 대해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고하고 용서를 구한 적도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상실한 것입니다.

7. 조해녕 시장의 무능이 참사의 수습전권을 중앙특별 지원단에 넘기게 한 것입니다
사고현장 훼손, 희생자가족들에 대한 무성의한 대응, 책임회피 등으로 조해녕 시장은 희생자유가족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극심한 불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조해녕 시장과 대구시는 지하철참사 수습의 전권을 중앙정부특별지원단에게 넘기고 보조적인 역할만을 담당하는 처지로 전락하였습니다. 조해녕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자격과 권한을 희생자유가족과 시민에게 부정당하고, 스스로도 포기한 것입니다. 이는 조해녕 시장이 자초한 것으로 그 모든 책임은 조해녕 시장에게 있습니다.

8. 조해녕 시장이 계속 대구에 있는 한 대구의 대형참사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1996년의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사고, 2000년의 신남네거리 지하철 공사장 붕괴 사고 등 대구에서 빈발하는 대형참사의 원인은 단순히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책임불감증, 도덕불감증에 있습니다. 하위직 담당자 몇 명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원인과 책임 규명, 재발방지 대책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입니다. 조해녕 시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대형참사의 악순환을 끊이지 않고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9. 조해녕 시장이 계속 대구에 있는 한 정상적인 대구시 행정은 불가능 합니다.
지하철참사와 수습과정에서 보인 조해녕 시장의 태도는 무능, 무책임, 도덕성의 상실 그 자체였습니다. 이러한 조해녕 시장을 시민들이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시정운영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시정운영을 위해서도 조해녕 시장은 반드시 물러나야 합니다.
/ 조해녕 시장 퇴진과 대구시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