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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Subway) 2집 <The Band>
서브웨이(Subway) 2집 ⓒ 배성록
서브웨이는 원래 신동우의 밴드였다. 멤버로서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작사, 작곡, 편곡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신동우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따지고보면 그간 신동우가 만들어 온 여러 ‘밴드’에 쏟아지는 비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는 이렇다. 그게 어떻게 밴드의 음악이냐는 것. 실은 신동우 개인의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것. 프로듀서 신동우의 ‘장난감’이 아니냐는 것. 이 주장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실제 레드 플러스의 1집 음반은 상당 부분을 세션맨의 연주에 기대고 있었고, 이후의 도그(Dog : 현재의 왁스가 속해있던 밴드) 역시도 밴드라고 보기에는 하자가 있었다.

이들이 발표한 대부분의 노래에서는 변함없는 신동우의 내음이 묻어나고 있었고, 신동우의 ‘전지전능’한 손길이 사소한 기타 솔로 하나에도 작용해 있었다. 그래서 ‘세션을 기용한 신동우의 1인 프로젝트’라는 힐난도 결코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사실이니까.

분명 서브웨이의 1집 음반은 브릿팝의 분위기나 코드웍, 기타 톤 등을 신동우 특유의 멜로디 감각에 접목한 ‘우수한 음반’이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꺼림칙했던 것은 여전히 ‘신동우 프로젝트’의 혐의가 있었기 때문이며, 여전히 보컬이 ‘조성민’이라는 사실도 혐의를 짙게 하는데 일조했다.

분명 밴드의 형식은 갖추고 있었으되 작사·작곡·편곡은 신동우의 몫이었고, 멤버들의 연주는 프로듀서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신인급 세션맨’ 같았다. 필자가 1집의 평가를 보류했던 것은 바로 이 꺼림칙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음 작업에서 영국 록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어떻게 ‘밴드색’을 강화하느냐, 이것이 관건이 되리라는 생각도 했다.

2집 음반은 타이틀부터 'The Band'다. 얼마 전 발매된 더더의 4집 음반 역시 'The Band'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고, 수록된 노래들 역시 뛰어난 작곡과 밴드음악의 조화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서브웨이의 새 음반 역시 전작의 장점을 잘 살리는 가운데 ‘밴드’라는 타이틀에 적합한 음악을 들려줬다면 참으로 좋았으리라.

그런데 이런 기대는 엉뚱한 부분에서 빗나간다. 밴드색은 살려낸 반면에, 전작에서 높게 평가했던 ‘곡 만들기’가 수준 이하인 것이다. 마치 상체 이동을 교정시켰더니 하체가 무너지는 타자처럼 문제점을 기껏 시정해 놓고선 장점을 내던지고 있다.

음반에서 소위 ‘미는 곡’이 드라마 삽입곡인 <니가 그리운 날엔>이라는 점부터 불안하다. 누구라도 이 노래를 듣는다면 김민종 새 음반이 나온 줄 알 정도로 '오버하는' 발라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곡이다. 그래도 이 곡은 맨 마지막에 수록됐으니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음반의 처음을 장식하는 <그 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단 유치한 건반 인트로와 멜로디 자체의 평이함은 논외로 하자. 하지만 잔잔한 버스와 격렬한 사비로 정확히 양분되는 ‘가요 작법’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수록곡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우선 버스(Verse)에서는 보컬이건 기타건 조근조근, 잔잔하게 읊조리듯 시작한다. 그러다 드럼 필-인이 ‘두구둥’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강성의 후렴구가 출몰한다.

Y2K나 야다 노래에서나 보던 ‘서론-결론’의 단순무식한 구조가 음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후렴구의 훅(Hook)에만 신경을 썼는지 버스 파트는 ‘후렴 들어가기 전 단계’ 정도 수준으로 격하되고 있다. 쉽게 말해 대충 만들었단 얘기다. 이처럼 서브웨이의 새 앨범은 음반 전체적으로 안이하게 작곡한 티를 너무도 물씬 풍기고 있다. 1집에서 브릿팝 표방하던 그 호기는 다 어디로 가고 ‘Y2K 노래’만이 남았나?

유치찬란의 극을 달리는 노랫말도 큰 문제다. 보도자료에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가사’라고 적어 놨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쓰여진 가사라는 인상을 준다. <그녀를 잡아>나 <드라마>의 노랫말은 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솔직한 신세대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고민없이 대충 써내리는 것의 차이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노랫말 때문에 심각한 분위기의 곡조차 ‘코미디’로 전락한다는 것을 모르는가?

이런 가운데서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멤버들의 연주력은 상당 부분 향상되었다. 아울러 기타의 리프 만들기나 사운드간의 배합 등은, 많은 공연 경험이 밴드로서의 역량을 강화시켰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나. 뻔한 가요를 부르고 있는데. 커버곡인 나 <드라마>, <녹차> 등을 보라. 잔잔한 전반부와 격렬한 후반부가 무 자르듯이 댕강 나눠지고 있다. 서브웨이는 곡 만들기에 좀 더 고민을 했어야 한다. 노랫말에 있어서도 역시 좀 더 고심했어야 한다. <오빠가 싫어졌어>는 너무 안이하고, <그녀를 잡아>는 댄스그룹 노랫말처럼 들린다.

이 때문에 서브웨이에 대한 평가는 또다시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다만 신동우의 독재에서 다소 벗어나 멤버들이 곡 작업에 동참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어이없는 곡도 간혹 있긴 하지만 독재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다소나마 희망을 주기 때문에… 아무튼 2집을 통해 신동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인 만큼 다음 음반에서는 음악의 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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