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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사퇴요구서를 보이는 이군현 회장(오른쪽)과 시도교총회장들
장관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사퇴요구서를 보이는 이군현 회장(오른쪽)과 시도교총회장들 ⓒ 권박효원
26일 교육부가 'NEIS 전면 재검토'를 천명하자, 다음날인 27일 교총은 '집단연가 투쟁'을 선언했다. 그간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불법으로 몰아붙였던 교총의 태도로 볼 때 예상 밖의 강경대응이다.

교총 대표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날 교육부총리실로 몰려가 다음과 같이 항의했다.

"우리가 옛날 교총인 줄 아냐? 이 걸로 끝나지 않는다."

"장관하실 분 많으니까 물러가라."


이군현 회장을 비롯한 시도교총회장단 17명은 27일 오후 2시 30분 교육부를 방문해 장관 사퇴요구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교총회장단은 "교육부가 교총을 무시할 수 있는 거냐"며 분노와 배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특히 연가투쟁과 관련 "우리만 원칙을 지킬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교육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데, 우리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상호신뢰인데 교육부총리가 기준과 원칙 없이 특정 단체를 만나 정치적으로 야합했다. 교육부총리는 책임을 지고 5월 31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이 회장 주변에 있던 시도교총 회장들도 거들었다. 이들은 "교육부가 전교조 말은 들어주고 교총은 무시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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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NEIS 전면 재검토" 천명 교총은 반발...전교조, 투쟁 철회


"윤덕홍 교수,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전교조 말은 듣고 교총은 무시하나"


교육부 측이 "장관이 직접 나와 사퇴요구서를 받을 수는 없다"고 하자 회장단은 "전교조는(NEIS 협상을 위해) 밤늦게 만나면서 왜 우리는 못 만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무실 안에 있는 장관을 불러내라는 교총 측의 요구는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그 동안 이들은 "교육부는 (NEIS 협상에서) 우리를 부르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밀실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시도교총 회장들이 서범석 교육부 차관(오른쪽)에게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 신뢰가 깨졌다"고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시도교총 회장들이 서범석 교육부 차관(오른쪽)에게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 신뢰가 깨졌다"고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 권박효원
교육부 관계자가 "교육부가 교총 측도 만나지 않았냐. 절차를 지켜달라"고 요청하자 이군현 회장은 탁자를 치며 "절차를 어긴 게 누군데 그러냐. 차관이 전날 전화를 통해 NEIS로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회장은 "윤덕홍 교수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윤 부총리의 호칭을 바꾸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소파에도 앉지 않았다. "앉을 필요도 없고 앉고 싶지도 않다. 대화는 이미 끝났으니 나와서 사퇴요구서만 받으라"는 태도였다. 서범석 차관까지 나와서 "내가 사퇴요구서를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직접 전달하겠다"는 교총 쪽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는 이군현 회장이 단독으로 집무실에 들어가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만나는 것으로 타협했다. 5분만에 집무실을 나선 이 회장은 "윤 부총리가 12월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윤 부총리가) 얘기 좀 하자는데,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교총의 이와 같은 연가투쟁 선언과 교육부총리 항의방문은 오전 11시 교총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도교총회장단 긴급회의에 따른 것이다.

이날 긴급회의에서 교총은 '윤덕홍 교육부총리 퇴진 및 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 및 범국민공동투쟁기구를 구성하고, 6월 7일 전국 규모의 항의집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시·도교육감 및 정보담당교사 연계 CS 업무거부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 탈퇴 ▲정책불복종 운동 ▲CS 및 개개인의 질병기록 등 신상정보가 입력되어 있는 의료보험 등 국가행정전산망의 사법적 판단 청구 ▲정책결정과정 부당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 등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교총의 이러한 강경 방침에 따라 전교조 연가투쟁 철회로 한 고비를 넘겼던 '교육혼란' 사태는 다시 심화될 조짐이다.

"우리만 법 지킬 수 없다. 극단상황 갈 수도"

시민사회단체 "NEIS 합의 집단거부는 법질서 문란행위"

27일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이하 교육시민모임)은 27일 성명을 내고 "일부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NEIS 합의를 빌미로 정치공세를 하거나 윤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것 역시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시민모임은 특히 일부 학부모단체의 반발과 관련 "학부모 교육권이 인권, 시민권이라는 상위개념을 무시하고 교육행정의 효율, 교사와의 대치점 형성, 수업권 문제등에 집착할 때 그 논의는 편협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교육시민모임은 이번 NEIS 합의에 대해서는 "고3 학생들이 NEIS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 있으나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생활기록부의 인권침해적 요소도 반드시 수정·보완되어야 한다"고 평가를 내놓았다.

전국민중연대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교육감들의 집단거부는 공익에 반하는 법질서 문란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민중연대는 "교육감들의 집단거부가 계속될 경우, 정부 결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교육현장에 대한 봉건적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을 볼모로 잡는 집단이기주의로 규정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집단거부 철회를 요구했다. / 권박효원 기자
이날 교육부총리 방문을 마친 교총 측은 오후 3시경 교육부 기자실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퇴요구서를 낭독한 이군현 회장은 "이후 모든 단체와 연대해 CS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26일 연대를 약속한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은 물론, 교장단회의, 삼락회(퇴직교장모임), 16개 시도교육감 등 뜻이 맞는 단체와 모두 연대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군현 회장은 "지금까지 교총은 집단연가에 부정적이었는데 태도가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만 법과 절차를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진실을 얘기하고 절차를 지킨 사람들에 대한 대접이 이것뿐이냐"며 "(이후 상황은) 극단으로 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징계가 있더라도 강행한다"는 태도를 보였고, 다른 교총회장단 중 한 명이 "징계 안 한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이 자리에서 교육부가 새로 구성하는 교육정보화위원회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군현 회장은 "방향을 미리 정하고 구성한 위원회에 들러리로 참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날 긴급회의 결과에 따라 당장 내일(28일)부터 교육부총리 사퇴 및 교육정상화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하고 CS업무거부를 위한 단체연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다음은 교총이 전달한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사퇴요구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전교조와 밀실야합의 정치논리로 결정함으로써 교육 대혼란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2003년 5월 31일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우리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활동을 단계적으로 전개하여 우리의 목적을 반드시 관철할 것이다.

1.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사퇴 및 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육자 및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2. CS 시스템에 의한 업무 전면 거부

3.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사퇴 및 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 개최(2003년 6월 7일)

4,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전 회원 연가투쟁

2003년 5월 27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귀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윤 부총리 "인권 명분 자유로울 수 없어"
교육부 내부게시판에서 심경·결의 밝혀

▲ 26일 NEIS 관련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는 윤덕홍 교육부총리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6일 교육부 내부게시판에 '외로운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부총리는 이 글에서 "(그동안) 고뇌와 곤혹의 며칠이었다. 전교조에 밀렸다는 여러분들의 눈망울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며 현재 심경을 밝혔다.

윤 부총리는 또한 "인권과 교육이라는 새로운 테마의 등장이 명분을 가지는 이상 그 문제에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며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만들어야겠다. 원칙과 질서가 지켜지는 교육의 장을 꼭 만들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다음은 윤 부총리의 인터넷 게시물 전문

"고뇌와 곤혹의 며칠이었습니다. 무소신 무기력 방황하는 장관이라는 신문의 질타는 견디겠습니다. 퇴진을 요구하는 단체의 소리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밤샘을 한 직원들의 얼굴, 원망과 섭섭함을 담은 여러분들의 눈망울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전교조에 밀렸다는 여러분들의 허탈하는 모습이 더 나를 슬프게 합니다. 파국과 교단의 소란, 이어지는 사회불안을 염려하였습니다. 인권과 교육이라는 새로운 테마의 등장이 명분을 가지는 이상 그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형식논리를 넘어선 정치적 결단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이해 바랍니다. 다시 출발하여 꼼꼼하게 챙겨보아야겠습니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번이 끝은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원칙과 질서가 지켜지는 교육의 장을 꼭 만들겠습니다. 권위있는 교육인적자원부를 만들어갑시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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