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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아리에서 엽서 한 장을 받았다. 귀여운 글씨로 쓰여진 축제초대장을 받고 문득 아득한 신입생이였을 때가 떠올랐다.

97년 봄. 밝게 빛나는 햇살아래 친구와 미숫가루를 타서 팔았다. 우리가 야무지게 기획한 미숫가루는 인기가 없었다. 할 수없이 선배들에게 강매했다. '선배님'이란 말로 다 통했다. '앗! 이건 선배님에게만 드리는 특별한 이벤트! 얼음하나 동동 띄워드리죠.' 맛없는 미숫가루를 웃으며 사주었다. 이렇게 어렵게 번 돈은 친구와 소주 한잔 하는데 다 써버렸다.

▲ 2003년5월23일 요리하는 후배들
ⓒ 공응경
이미 졸업한 지 두 해가 지났다. 그냥 학교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설레이는 하루였다. 해질 무렵 학교에 도착하니 학교 운동장에선 신나는 댄스파티가 이어지고 있었고, 낮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이미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선배님들과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는 후배들. 아무 이유없이 그냥 좋았다.

젊음이 있고, 추억이 있고, 정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일까?

문득 정장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어색한 나를 느꼈다. 늘 정열적이고 자유롭고 싶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집에 들려 다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누비던 예전의 나처럼 인라인을 타고 학교를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고기구워 먹고 낮잠을 자던 미대앞 잔디,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의 전설이 있는 무지개 연못, 점심식사 후 늘 햇빛을 취하던 박물관 앞 돌다리, 친구와 고민을 털어놓던 도서관앞 벤치.

추억이 깃든 캠퍼스를 돌며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쉬운것은 여기저기 공사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였다. 잔디밭이었던 곳도 어느새 건물로 가득차 있었다.

▲ 2003년5월23일 동아리 주점에서
ⓒ 공응경
꿈꾸던 그 시절을 지나 지금 나는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가? 나의 자신감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만감이 교차했다.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오면 부러운 눈으로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의 모습을 바라보았었는데 그 출발엔 더 큰 도전이 숨어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나도 후배들이 마련한 먹거리를 먹으며, 과거 나의 선배들이 웃으며 나에게 해주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하며 후배에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후배들이 꿈꾸는 그런 모든것들이 오랫동안 간직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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