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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국정감사 등에서 처음으로 '대북송금' 의혹 관련된 내용을 제기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이근영 전 금감위장과 대질조사를 위해 26일 오후 2시경 특검팀에 자진 출두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등에서 처음으로 '대북송금' 의혹 관련된 내용을 제기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이근영 전 금감위장과 대질조사를 위해 26일 오후 2시경 특검팀에 자진 출두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3신: 26일 오후 9시 40분>

엄낙용씨 "외압은 주관적인 것 아니냐"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은 26일 지난 2000년 6월 대출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씨를 주축으로 현대 측 대출관련 등 현대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우선 이근영씨의 진술에 대한 사실규명을 위해 이씨에 이어 산은 총재를 맡았던 엄낙용씨를 이날 오후 2시경 재소환해 대질 심문했다.

특히 엄낙용씨는 특검팀의 5시간여의 조사를 받고 오후 7시 20분경 집으로 돌아가면서 '대출 관련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외압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냐"고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또한 엄씨는 이근영씨와 대질 심문에서 의견차이는 없었냐는 질문에 "서로 기억을 더듬는 것이었다"고 했으며, 이씨가 주장을 되풀이했냐는 물음에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만 말했다.

이밖에 특검팀은 이날 재정경제부 간부(과장 또는 국장급)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현대 측의 '회사채신속인수제' 관련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輕協)' 무슨 의미인가
특검팀 "용어 정리 필요하다" 문제제기

특검팀의 김종훈 특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현대가 5억달러 대북송금을 '대북 7대 경협사업' 추진의 대가성이라는 이유라 주장하며 사용한 '경협'이란 용어를 해석하는데 대해 의미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 특검보는 "법률상 '경협(輕協)'이란 것은 없으며, 만약 사용했다면 경협은 국가간의 거래에서 사용되는 말로 민간기업이 사용하기에는 마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대 측에 남북교류 협력법 등에 따라 북측에 돈을 줬다면 경협자금이 아닌 '투자금' '투자대가금' 등으로 써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특검보의 문제제기를 놓고 취재진은 해석을 달리 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5억달러 가운데 2억달러가 당시 청와대 측의 개입을 통한 산업은행 불법대출로 조성됐고, 또 2억달러 송금을 국정원이 개입해 주도했다는 점에서 '경협'이란 용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남측 기업과 북측 당국간의 통상적인 대북사업과 달리 현대의 '대북 7대 사업'은 정부의 개입 하에 이뤄졌다는 결론을 특검팀이 내리고 '경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하자고 제의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부 기자들은 '경협'이란 단어를 단순히 민간기업이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면 특검에서 말한 데로 '투자금' '투자대가금' 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느냐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 유창재 기자
회사채는 기업이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하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정부가 현대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는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 6개 업체 중 4개(현대건설, 하이닉스 반도체, 현대상선, 현대석유화학 등)가 현대계열사이기 때문.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관련 참고자료를 갖고 특검과 이야기했다"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하며, 여러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최근 특검팀으로부터 계좌추적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비서실장의 수행비서였던 하용진씨는 현대개발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자신의 계좌 3억원의 출처에 대해 특검취재기자실로 오후 8시경 해명 전화를 해왔다.

하씨는 "(내 계좌에) 99년 12월에 1억, 2000년 1월에 2억이 입금된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이 돈은 부모님이 원래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99년에 매각했고, 매각대금 가운데 혼례비용과 아파트 대금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씨는 "보다시피 시기적으로 대북송금과 관계는 없다"면서 "증빙자료로 등기부등본 등 계약자료를 소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하씨의 자택을 지난 5월 1일 압수수색 했으며, 이때 하씨 명의의 통장 2개와 일지로 보이는 비망록 자료 등을 입수한 바 있다.


<2신 대체: 26일 오후 4시 20분>

엄낙용씨 재소환...조사중인 이근영씨와 대질 조사


특검팀은 26일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왼쪽 사진)과 엄낙용 전 산은 총재를 대질 조사했다.
특검팀은 26일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왼쪽 사진)과 엄낙용 전 산은 총재를 대질 조사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등에서 처음으로 '대북송금' 의혹 관련된 내용을 제기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말과 현대 계열사 대출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의 지난 23일 법정 진술이 서로 대립되고 있다.

엄낙용 전 산은 총재는 26일 오후 2시경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에 출두하면서 특검사무실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의 현대 측 대출 만기 연장 관련해 "(청와대나 국정원 측에)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대출만기 연장은 본인의 판단이라고 외압이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는 달리 이근영 전 금감위장은 지난 2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법정에서 "이기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이 처음부터 현대그룹 계열사 중 현대건설을 지목해 자금을 대출해 주라고 했다"면서 본인의 결정과는 달리 현대 대출에 외압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에 이씨와 엄씨의 대질 조사를 통해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밝히고, 현대 대출의 배경과 정확한 과정 및 외압 부분 등을 수사하고 있다.

김종훈 특검보는 "이근영씨가 구속되어 있다보니 그 부분(대출 관련)에서 우선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대출관련 범죄행위 하나에 포인트를 상정하고 별도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앞으로 20여일 뒷면 이근영씨의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날인 27일도 이씨를 주축으로 하는 현대 대출관련 수사에 집중하며, 관련된 인물들을 수시로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송두환 특검팀은 지난 4월 23일 "최초의 대출에 관여는 안했지만 (대출금이) 몇 개월 연장되면서 책임자 지위에 있었다"면서 엄낙용 전 총재를 소환했었으며, 이번이 두 번째 소환이다.

한편 이근영씨는 2000년 6월 산은의 현대 계열사 대출당시 산은 총재였으며, 엄낙용씨는 이씨의 뒤를 이어 산은 총재직을 맡았었다. 이씨와 엄씨 두 사람의 진술 가운데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에 따라 현대 계열사 대출 관련해 이씨와 함께 '사법처리'를 받게 될 인물이 누구가 될지를 놓고 주목된다.

다음은 엄낙용씨와의 일문일답.

- 특검팀의 소환에 심적 부담을 느끼냐.
"괴로운 일이죠."

- 대출 연장 관련해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냐.
"전화 받은 적 없다. 따로 연락 받은 바 없다."

- 그럼 대출 만기 연장은 본인의 판단인가.
"부도를 내든지…, 양자택일이었다."

- 이근영씨 구속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냐.
"질문이라고 하냐!"

- 이근영씨는 법정에서 외압전화를 받은 적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한숨만 푹 쉼)"

엄낙용씨는 산은의 현대상선 대출 관련해 "(이번 대출의) 책임이란 것이 지고 안지고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기자들이 계속 질문하자 "나는 말하기 괴로우니까 그만 갑시다"고 말하고 특검수사실로 들어갔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근영 전 금감위장과 엄낙용 전 산은총재의 대질 조사 이외에도 현대상선 대출 과정에 근무했던 정철조 당시 산은 부총재를 소환해 조사중이다.

또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수행비서였던 하용진(31)씨의 두 개의 계좌에 대해 계좌추적 중이며, 추적이 완료되는 대로 하씨와 박지원 전 비서실장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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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근영 전 금감위장 구속영장 청구


<1신: 26일 낮 12시 20분>

특검 1차 발표까지 30일…"더욱 박차 가할 것"


구속수감 중인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구속수감 중인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1차 결과 발표 30일을 남겨놓은 송두환 특검팀은 지난 2000년 6월 당시 산업은행 총재로 재직하면 현대 계열사에 대한 부당 대출을 한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26일 재소환해 조사중이다.

이어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경 이씨의 후임자였던 엄낙용 전 산은 총재를 다시 불러 이근영씨로부터 외압 사실을 들었다고 주장한 부분 등에 대해 대질 심문을 벌일 방침이다.

이근영 전 금감위장은 오전 9시 40분경 검정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손에는 수갑이 채워지고 포승줄에 묶인채 경찰관의 호송을 받으며 특검사무실로 출두했다.

왼쪽 가슴에 미결수임을 표시한 배지를 단 이씨는 1층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피해 지하 5층 주차장으로 해서 15층 특검수사실로 바로 들어갔다. 그의 표정은 주말동안 휴식을 취해서인지 처음 소환됐을 때보다 한층 편안해 보였다.

특검팀은 재소환한 이씨를 상대로 지난 2000년 6월 당시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기호 전 경제수석이 대출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법정 진술 내용 등에 대해 보강 조사를 실시한다.

김종훈 특검보는 "이근영씨를 내일(27일)까지 소환해 그와 관련된 부분은 전부 조사를 하려고 한다"면서 "당장 이근영씨가 구속되어 있기에 그 부분(외압)은 마무리할 것이며, 1차 수사결과 발표 30일 밖에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특검팀 입장에선 내일까지 이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입장이며, 4000억원 현대 대출관련해서 외압이 있었는지 부분에 대해 한광옥씨, 이기호씨, 정몽헌씨 등 3자 다 소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주 22, 23일 연이틀 소환해 조사를 벌였던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은 당분간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특검보는 임씨의 조사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다른 부분이 정리돼야만 임씨를 다시 부를 예정"이라며 "일단 '헤드(주요인물)'로 상정해 놓고 있는 인물로 (구속 수감 등) 신병처리를 하려면 확정된 범죄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특검의 수사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 39일째인 특검팀의 변화..."수사 시간 얼마 남지 않아 적극 대처할 것"

이날 26일로써 수사 39일째를 맞고 있는 특검팀은 이근영씨 구속을 기점으로 수사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종훈 특검보는 "특검팀에 전체적인 큰 변화가 왔다"면서 "대출부분 관련해선 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기획팀에 있는 변호사 1명을 수사팀으로 보내 '경협' 관련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고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말했다.

김 특검보의 이 같은 말은 그 동안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던 특검팀의 입장이 앞으로는 소환자들의 범죄사실이 인정될 경우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결국 1차 수사결과 발표까지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3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예상된 수순이며, 특검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이번 주부터 소위 '남북경협'이라 불리는 부분에 대한 사실규명 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에서 나타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인물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의 소환을 앞둔 시점에서 변화를 밝힌 특검팀은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북송금 의혹의 매듭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언론보도에서 이미 특검팀의 수사가 '잠정 결론이 났다'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등의 내용과는 다른 태도이며,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수사에 박차를 가해 '대북송금' 의혹사건의 사실규명과 국익을 고려해서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정몽헌 회장의 변호인인 이종왕 변호사는 특검팀을 찾아 정 회장의 소환일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정 회장이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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