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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여자도 반쪽의 씨를 갖고 있다. 남자는 반쪽의 씨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호주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남성중심의 구조를 평등이란 개념으로 접근해 가기 위한 고민이 익산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성평등 가정 만들기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토론회가 22일 오후 2시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 2층에서 열렸다.

▲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인 고은광순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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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YWCA의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토론회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인 고은광순 운영위원과 시민운동 연합 최두현 사무처장, 익산여성의 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 하춘자 소장, 원광대 법대 교수이며 익산가정법률상담소 최행식 이사, 전북여성단체연합 조선희 사무처장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호주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고은광순 운영위원은 “호주제 폐지를 하자고 하면 콩가루 집안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을 열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래서 가정의 중심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남자는 씨에 비유하고 여자는 밭에 비유하는데 씨가 여물기 위해서는 암술과 수술이 맺어져야 비로소 씨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버지와는 성씨가 같아야 정상이고, 어머니와는 달라야한다는 부가입적의 문제와 결혼한 여성은 남편집안의 귀신이 되어야 하는게 현실”이라며 호주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고은광순 운영위원은 대안 책으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으며 발전적인 형태를 갖춘 일인일적 즉 개인별 신분등기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기조발언을 마쳤다.

1인 1호적<개인별 신분등기>

출생과 함께 부모의 이름과 출생지, 출생시기 등을 등록하는 개인등기가 만들어지며 그 개인이 대표자가 되어 본인의 모든 신분사항(출생, 혼인, 이혼, 입양, 후견, 관리권, 친권, 사망, 실종 등) 추가로 기록한다. 복잡한 출, 입적의 절차가 필요없다는 것과 호적으로 인해 어떠한 차별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전북시민운동연합 정책실장인 최두현 실장은 양성평등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며 “호주제는 가족 이데올로기로 일본제국주의의 강점과 군사정권의 전체주의적 국민지배질서 체제에서 고착화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했을 때 처의 본적이 바뀌는 것에 놀랐고, 그 이면에는 호주제에 의한 남성우월주의가 내재되어 있어 폐지를 위해서는 남성이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산여성의 전화 부설 가정폭력 상담소 하춘자 소장은 호주승계와 관련한 남아선호사상, 이혼가정 자녀의 호적문제, 이혼가정 자녀의 성(姓)문제, 혼인외자 입적 문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문화로 입은 피해, 사회생활에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경우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호주제는 그동안 폐지를 위한 법개정이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었다",“부부중심의 가족제도에 맞게 적적한 변화를 모색할 때”라고 원광대 법대 최행식 교수는 민법개정을 설명하며 기조 토론을 이어 나갔다.

이에 맞춰 전북여성단체연합 조선희 사무처장은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며 10년 새 이혼율이 3배나 급증한 원인을 남편의 폭력과 외도, 시집살이의 갈등이라고 설명하며 결혼을 해야 성인이 된다는 사회 분위기에서 갈수록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인식되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조사한 이혼 시 재산분배(부부재산 계약제)에 대해서는 여성은 3명 중 2명 꼴인 62%가 찬성이지만 남성은 오히려 80%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실례들이 남성중심의 사회 속에서 여성이 제자리를 못 찾고 있으며, 그 원인을 호주제로 바라보면 실마리는 쉽게 풀리고 대안으로 평등부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을 경청한 원광대 경영학부 2학년인 길유정 학생은 “예전에는 심각성을 못 느꼈는데 대학에 와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는 부모가 결혼식 날 딸을 남에 집에 보내는 심정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남학생은 집안에서 장례를 치르게 되면 가족, 친척이 다 모여 뿌듯한 감이 느껴지는데 호주제가 폐지되면 이런 인간적인 유대관계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곳곳에서 남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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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고은광순 운영위원은 “명절에 모이면 남자는 뿌듯하지만 여자는 명절 신드룸으로 스트레스만 쌓이는 게 현실이고 족보라는 것도 남자들에게는 으쓱하지만 여자는 족보에 없다”며 “여자가 길들여지기까지는 여자는 불쾌감을 갖는다”고 설명, 남성 중심적으로 사고하면 멋있지만 여성입장에서는 불쾌한 문화라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입장을 바꿔 남자 성이 여자 쪽 호적에 입적되고 명절 때면 처가를 먼저 찾는 그런 문화가 형성되면 남자들의 입장은 어떨 것인지 반문했다. 더불어 호주제가 폐지되면 오히려 인간관계가 더 넓어진다고 밝혔다.

"호주제를 폐지할 수 있는 열쇠는 대통령도 아닌 국회의원이 열쇠를 쥐고 있는데, 4시간에 걸쳐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서명작업을 펼친 결과 딱 2명만이 서명을 했다"며 국회의원에게 유권자들이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끝으로, 요즘 호주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하루에 한 통화라도 국회의원에게 호주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안했다.

평등부부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평등부부란?
여성신문사에서 해마다 주는 평등부부상을 받은 조선희 사무처장이 조사한 내용

* 부모와 자식은 독립 된 개인이라는 생각을 해야하며 무엇보다 서로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 평등의 가치를 서로 합의하기 위해 부부싸움도 불사한다.
* 부부싸움을 할 때는 관계의 파괴가 목적이 아니라 건설적 대안 찾기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 서로의 취미와 관심을 공유한다.
* 결혼준비모임부터 함께 공유한다.
* 결혼준비모임부터 함께 참여했다.
* 가사 일은 온 가족의 몫이다. 가족이 서로의 취향에 따라 분배하여 담당한다.
*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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