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故 장영섭씨의 미망인 김순자씨가 오열하고 있다.
故 장영섭씨의 미망인 김순자씨가 오열하고 있다. ⓒ 박신용철
작년 5월 19일 발산역에서 장애인 한 명이 사망하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서울시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에게 잘못이 있다며 공개사과 및 배상·안전대책 수립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발산역 1주기였던 지난 5월 19일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를 점거해 서울시장의 공식사과를 요청했으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열심히 해왔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점거농성 후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송내역에서 추락사한 故 송영섭씨의 위령제가 있던 5월 22일 또다시 자신의 몸에 쇠사슬을 감았다.

이들의 처절한 외침이 정당한 권리로 쟁취되는 그날은 언제일까?
지난 5월 14일 송내역에서 추락사한 故 장영섭씨의 위령제가 22일 오후2시 송내역 사고현장에서 치러졌다.

유족들 뿐만 아니라 위령제 참석자들 모두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위령제는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및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송내역 대책위원회)' 김동선(부천 경실련 집행위원장)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동선 집행위원장은 "故 장영섭님은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아 돌아가셨다"며 야만적인 장애인차별로 인해 돌아가신 모든 장애인들을 위한 묵념을 제안했다.

참가단체 소개가 있은 후 송내역 추락사 경과 보고 및 추모사를 한 민주노동당 부천원미갑지구당 이근선 위원장은 "故 장영섭씨가 돌아가신 지금에도 전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통과하고 있다"며 "고인은 국가를 위해 베트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고엽제 후유증으로 4년전 시력을 잃었고 결국 59세로 생을 마감했다"며 "송내역 참사는 장애인에 대한 안전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언제고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령제에 참가한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철도청장 공개사과와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위령제에 참가한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철도청장 공개사과와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박신용철
이근선 위원장은 또 "송내역 추락참사가 일시적 보상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전국의 모든 역에 안전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오이도역 추락사, 발산역 추락사에 이어 송내역 추락사건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철도청의 무책임한 태도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분노케 한다"며 "노무현 정부는 장애인의 안락한 삶이 유지되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고 길을 갈 때 안전하게 돌아다니도록 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의 개혁좌초를 실날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철도청장과 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방관해버린 우리 모두의 책임도 크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억울하게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울먹이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울먹이고 있다. ⓒ 박신용철
이날 위령제에는 故 장엽섭씨의 아내 김문자씨가 참석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역무원도 안전요원도 없이 안일한 행정이 당신의 죽음을 불렀어요.
당황하셨죠? 당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 하나 없었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해요. 이 사회는 더블어 사는 사회가 아닌가 봐요.

유지아빠!
이제는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되길 바래요.

여보!
차별없는 세상에서 편하게 지내세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윤환 사무총장도 추모사를 통해 "고엽제로 실명하시고도 재활훈련을 받기 위해 우리 복지관에 오고 맹아학교를 만학에 입학하신 故 장영섭님은 학교를 졸업한 후 침과 안마를 하면서 봉사하시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목숨까지 주고 가셨다"며 "차별없는 곳에서 남아있는 우리를 위해 힘을 보태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서윤환 사무총장은 "생명이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인데 국가와 사회 전체가 장애물이란 것을 느껴야 했다"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것이 철도청 공무원들이다. 안전시설이 없는 게 아니라 안전시설을 요구했는데도 외면해왔다"고 관계당국을 비난했다.

서 총장은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어린이, 노인 등 모두가 다쳐나가는데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천YMCA 이례일 사무총장도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을 것이고 지금도 제대로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인은 스스로 가신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게 했다. 그것은 타살이다"하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례일 사무총장은 "고인은 이 땅 모든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고 모든 장애인이 사회생활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생활여건을 조성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갔을 것"이라며 "어느 나라든 좋은 나라의 기준은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어떤가하는 것이다. 이번 돌아가신 장영섭씨 한 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죽음이야말로 우리 나라 장애인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故 장영섭씨가 추락사한 곳에는 미망인이 떨구어논 국화꽃 한송이만이 남아있다.
故 장영섭씨가 추락사한 곳에는 미망인이 떨구어논 국화꽃 한송이만이 남아있다. ⓒ 박신용철
이 총장은 "노무현 정부가 장애인 사회를 다시 돌아보고 장애인들이 이와 같은 피나는 눈물을 흘리고 숨막히는 순간순간의 아픔을 계속 이어 가지 않도록 정책을 잘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이번 장영섭씨 죽음과 더불어 명확한 해결책을이 발표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총장은 특히 "누가 사과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새 정책이 나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위령제 참가자들은 기만적인 정부정책을 규탄하고 더 이상 장애인들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
위령제 참가자들은 기만적인 정부정책을 규탄하고 더 이상 장애인들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 ⓒ 박신용철
인천장애인이동권연대(준) 김덕중 대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벽없이 함께 살 수 있는 차별 없는 밝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송내역 대책위원회 김동선 집행위원장은 사고당일 장씨 내외가 종로에 있는 맹아학교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고 장애인석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에게 자리양보를 요청하자 젊은 여성이 '재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면서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장애인 이동권은 확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협의회 임성현 부회장도 "노벨평화상과 루즈벨트평화상을 받은 장애인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장애인이 어이없이 죽었다"면서 "장애인 관련 법조항도 장애인의 삶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잘 있으라는 말한마디,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했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분했겠는가? 이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이 그를 죽였다. 그의 죽음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발산역 장애인 추락사건 1주년때 서울시장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를 점거했던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박경석 공동대표는 "한해 한명씩 장애인이 죽었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해야 할 지하철에서 떨어져 다치고 죽었다"며 "어떻게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야 할 지하철에서 장애인은 떨어져 죽고 다쳐야 하냐?"며 야만적인 현실에 분노했다.

위령제 제단에는 덩그러니 '故 장영섭'이란 명패만이 남아있다.
위령제 제단에는 덩그러니 '故 장영섭'이란 명패만이 남아있다. ⓒ 박신용철
박경석 공동대표는 "많이 울고 많이 추모했다. 죽을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눈물뿐이었다"면서 "사회는 장애인이 죽었을 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 발산역 장애인 추락사에 대해 서울시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는 책임이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고 심지어 서울시는 민사소송으로까지 사건을 확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고가 날 때마다 민사소송으로 잘못을 사과 받아야 하나?"라며 "철도청은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사고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다시 책임을 지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책임의 문제다. 관계당국은 누가 다치고 죽으면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만 말했을 뿐 실질적 대책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박종임씨가 고인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박종임씨가 고인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 박신용철
박 대표는 특히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사, 발산역 장애인 추락사, 송내역 추락사 등은 정부기관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타살"이라며 "울지 말자, 울어서도 안된다. 제2의 오이도 제2의 발산역 제2의 송내역 수시로 장애인이 죽는 것을 막기 눈물을 넘어 분노를 조직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위령제가 끝날 무렵 철도청장이 공개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이 전달되면서 대책위는 다시 한번 공개사과 등의 공문을 발송한 뒤 철도청으로 직접 찾아간다는 기본방침을 세우고 자세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게 위해 5월 23일 부천경실련에서 긴급 집행위원회 회의를 갖기로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