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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디어감시단> 수업 장면
<어린이 미디어감시단> 수업 장면 ⓒ 김혜진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누구나가 미디어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미디어 홍수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이용, 제 목소리를 내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미디어는 이제 하나의 도구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미디어가 사회의 문화적 코드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선행하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어린이 미디어 감시단' 수업 현장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대구 영진전문대학의 작은 한 강의실에서 '어린이 미디어 감시단'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거의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대학생들 못지 않게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진지했다.

수업내용1
수업내용1 ⓒ 김혜진
미디어 감시단의 수업은 대체로 그 날 그 날에 나눠주는 수업자료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질문지에 답을 하고 다른 아이들과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올바른 미디어관이 자리잡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 날의 수업 주제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바퀴 달린 신발이었다. 이 날 배부된 수업자료에는 '바퀴달린 신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기사가 게재돼 있었으며, 그 기사들에서 보여지는 ‘바퀴달린 신발’에 관한 관점들과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말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자료 2
수업자료 2 ⓒ 김혜진
“신문기사나 뉴스를 100% 맞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보는 보고 듣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 날 수업은 김민정씨(미디어 전담교사, 35)의 마지막 결론으로 맺어졌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확정된 답을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하고 새로웠다.



어린이 미디어 감시단을 처음 시작한 계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나경애(한국미디어연구소장, 영진전문대) 교수는 가장 먼저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아 가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디어는 사회 곳곳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데 이러한 문화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미디어 교육이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나 교수의 지적이었다.

나 교수는 “아무도 하지 않는 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퀴달린 신발'을 신고 있는 어린이
'바퀴달린 신발'을 신고 있는 어린이 ⓒ 김혜진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미디어관을 심어주는 일은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며 미디어 교육의 시작동기를 밝히면서 '앞으로도 미디어 교육은 다양한 연령과 계층으로 넓혀갈 계획이다'고 향후 계획을 덧붙였다.

또한 나 교수는 “현재의 매스미디어 환경은 매스미디어와 컴퓨터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다양하고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미디어 교육의 목표는 미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미디어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무한한 자신의 가능성을 어떻게 펼쳐 보이느냐가 미디어 교육의 관건”라고 강조했다.

주말을 반납한 미디어 교사들ㆍ"몇 개월 전부터 수업 준비"

현재 어린이 미디어 감시단은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2년 가을학기에 문을 연 미디어 감시단은 기초반에서 6개월 간의 수업과정을 완전히 소화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심화반 수업을 실시한다. 미디어 감시단을 수업하는 교사들의 경우에도 몇 개월에 걸쳐 트레이닝을 받고 몇 주 동안의 연수를 받은 후에야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있다.

김민정 교사
김민정 교사 ⓒ 김혜진
현재 심화반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김민정씨는 “서울 쪽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과정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방에는 미디어 교육이 너무나 부실하다”며 지역의 미디어 교육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보였다.

이어 김씨는 “이미 미디어에 대해 책으로만 수업하는 것은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감시단 의 교육이 시대에 걸맞게 이뤄지고 있음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한편 나 교수는 자신에게 미디어를 배운 제자들이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교육하는 교사가 되었다는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미디어 감시단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 대부분이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를 기꺼이 반납하고 미디어 교육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씨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대한 지식을 깨쳐가는 것이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다. 이 일에는 보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경애 교수님처럼 사회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 그렇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일을 한다는 데서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감시단 교사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비단 황금 같은 토요일을 쏟아 붓는 것만이 아니다. “수업준비는 한 학기에 수업할 프로그램을 그 전 학기부터 준비한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교사들끼리 토론하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고 교사 세미나를 통해 비로소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 하나가 탄생되는 것이다”며 수업 준비 과정을 설명한 김민정 씨는 “한 시간의 수업이라도 사전 워밍업 없이는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매주 프로그램에 맞는 주제를 선정하고 소재를 선택하는데도 대단한 시간이 걸린다”며 수업 준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매주 한 시간 동안 수업이 진행되지만, 수업은 몇 개월 전부터 또 몇 주전부터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또한 한 프로그램이 끝나는 학기말에는 전체 평가회의 등을 통해 한 학기동안 이루어진 수업에 대한 평가를 함으로써 다음 학기 프로그램 개발에 발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입소문’,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어린이들

현재 미디어 감시단은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나경애 교수는 “미디어 감시단에 대한 광고가 따로 없는 탓에 주로 여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알음알음으로 오게된 경우가 많다. 사회교육원을 통해서나 주로 선생님들의 연계로 들어오는 아이들, 학부모끼리의 소개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전혀 상업적이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홍보를 할 만한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미디어 감시단의 취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홍보나 광고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나 교수는 덧붙여 말했다.

한편 나경애 교수는 어린이 미디어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어린이 미디어 교육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사와 아이들간의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모의 바른 정보마인드 교육이다. 따라서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나 교수.

나 교수에 따르면 어린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과거의 교육을 통해 얻은 낡은 지식의 틀을 스스로 점검하고, 지식 정보화 시대의 지혜로운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고 평생 학습의 구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며, 아이들의 문화 속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경애 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나 교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부모를 위한 미디어 교육에 대한 준비도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교육, 전 세대에 확대돼야

나경애 교수
나경애 교수 ⓒ 김혜진
나 교수는 미디어 중요성이 부각되어 가는 요즘 시대에는 미디어 교육이 비단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청,장년층과 노인층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미디어중독 예방교육 프로그램'과 '미디어시대의 어린이경제교육 프로그램' 등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어른들을 위한 미디어 프로그램은 미디어 교육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인층을 대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 후에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 어르신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현재 미디어 교육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미디어 수업 이후에 “미디어를 새롭게 보는 눈을 길렀다”고 입모아 말한다. 포켓몬스터라는 만화 영화 속에 내재된 폭력성을 생각하게 되고, TV를 통해 접하는 수많은 광고들을 보면서 나름의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는 아이들.

이제 미디어는 피할 수 없는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 거대한 미디어 문화 속에서 성장해야 할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올바른 정보 마인드’이다. 어린이 미디어 감시단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정확하고 올바른 안목을 기르는 힘을 길러주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올바른 정보 마인드 교육을 받는 수용자인 동시에, 올바른 정보를 생산해 내는 생산자로 성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이러한 미디어 교육은 보다 활성화ㆍ구체화돼야 하겠다.

어린이 미디어 감시단에서 준비 중인 프로그램

● 미디어중독 예방교육 프로그램

요즘아이들은 친구들과 따뜻한 우정보다는 기계와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더욱 개인이기주의도 가속화된다고 본다. 중독예방 프로그램은 협동학습형태로 구성했다.
친구들과 함께 흙도 만지고, 역할극도 하고, 건강한 미디어 생활노래도 지어부르고, 전래놀이, 등등 조별로 협동하면서도 자기주도적인 수업이 되도록 구성했다.

● 미디어시대의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

소비문화가 도둑처럼 파고드는 현실 앞에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올바른 경제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해야한다.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기도 하고 절제할 수도 있어야 하겠지. 용돈관리 , 바른 사이버머니 관리 마인드. 청소년들에게는 핸드폰요금관리, 신용카드의 바른 사용 방안 등을 다룰 것이다. 사이버 도덕성교육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이버 경찰의 역할 또한 단속이 아니라 사전예방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자세한문의 : 940-5181, 940-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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