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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규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5천여명. 아산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택시기사, 일반시민 등이 동참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궐기대회를 갖고 ‘아산역명 사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당초 우천 관계로 일부에서는 소극적 시위 전개 등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으나 이런 우려와는 반대로 장대비 속에서도 적극적 참여와 함께 집회를 끝까지 진행했다.

전영준 아산역 사수 투쟁위원장은 성명서 및 결의문을 통해 “건교부는 당장 모순에 가득 찬 역명선정자문위원회의 부당한 역명 결정을 철회하고 원칙에 입각한 20만 아산시민들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아산시민의 당당한 생존권 보장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대사를 통해 김상남 아산시의회 의장은 “시의회 의장과 시의원의 한사람으로 직분을 다하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이후 아산시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날 채택된 결의문 내용은 ▲기준과 절차를 무시하고 이중잣대로 편법을 내세운 건교부를 규탄한다 ▲고정과 투명의 참여정부 국정원리를 더럽힌 건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건교부는 위선과 가식으로 점철된 역사명칭 선정에 대해 반성하고 진실 앞에 사죄하라는 내용 등이다.

한편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강희복 아산시장, 전영준 투쟁위원장, 이상만 지역개발단체 총연합회장 등 대표자들은 건교부장관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으나 부재중인 관계로 만나지 못하고 최재덕 차관과 면담을 가졌다.

약 1시간여의 면담이 끝난 후 밖으로 나온 강 시장은 면담내용 발표를 통해 “아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큼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고 “내부적인 결정을 떠나 만약 이같은 결정이 대외적으로 공표될 때는 역명 사용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집결 그리고 출발

각 마을별로 모여 출발한 상경 시위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모이기 시작해 최종집결지인 천안시 용곡동 남부대로에서 합류, 오전 10시 서울로 출발했다. 시위대를 수송한 차량은 버스 1백7대, 승용차 20여대, 화물차 20여대를 비롯해 총 1백60여대가 동원됐다.

경부고속도로 60km 저속운행 시위

오전 10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시위차량은 고속도로 최저 속도인 60km로 운행 4시간여 동안 저속운행 시위를 펼쳤다. 이로 인해 한동안 심한 교통체증을 빚어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장대비 속 열띤 집회

오후 2시경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한 시위대는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3시부터 본격적인 아산역명 사수 투쟁 집회에 들어갔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이때부터 장대비로 바뀌며 집회에 차질이 우려됐으나 시위대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비에 젖으면 젖을수록 투쟁의지를 높이며 집회에 집중하는 적극성을 보여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고른 연령대가 포진했으며 시민?사회단체, 택시운전사 등 다양한 계층과 단체가 참여했다.

건교부장관 면담 요청 청사 방문

집회가 한참 무르익던 오후 3시40분경 강희복 아산시장을 비롯, 전영준 투쟁위원장, 이상만 지역개발단체 총연합회장은 건교부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건교부 청사로 들어갔다.

여성 최초 삭발 ‘깜짝’ 시위

오후 4시경 대표단이 건교부장관 면담을 위해 청사로 향한 지 얼마 안 돼 깜짝 시위가 벌어져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아산시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아산역 사수를 외치며 삭발 투혼을 보인 것. 주인공은 아산시번영회 김판순(53) 이사로 지난 4년여간 아산시번영회 회원으로 아산역명 관철 운동을 펼쳐온 열혈 여성.

김씨의 삭발식이 거행되자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의 눈에서는 일제히 빗속의 한기를 녹이는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김씨는 지난 30여년간 길러온 1m20cm의 머리가 가위에 잘려 바닥에 떨어지자 순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나 이내 굳은 의지를 다지며 눈물을 밖으로 내보내지는 않았다.

이런 모습에 일순간 소란스럽던 집회장이 숙연해졌으며,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삭발식을 지켜봤다. 삭발식이 끝난 후 김씨는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었으며, 자른 머리와 함께 청와대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청사 진입 제재 경찰과 충돌 일촉즉발

4시40분경 운동장에서 당초 짜여진 프로그램이 다 끝나자 시위대는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 이를 막는 경찰과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으나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고 힘겨루기 정도에서 끝났다.

시위대 감정이 격해지며 폭력 충돌 우려가 발생하자 경찰은 10여분간 아산시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하기도.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며 1시간여 동안 부당한 역명 철회 및 아산역 선정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이어갔다.

뜻은 못 이뤘으나 소득은 있다

오후 5시20분경 장관 면담을 위해 청사로 들어갔던 대표단이 밖으로 나왔다.

강 시장은 이후 내용발표를 통해 장관 부재로 차관과 면담을 가졌다며 “아산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큼 장관에게 보고하고 차후 회신하겠다”고 말한 최재덕 차관의 답변 내용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아울러 강 시장은 “역명 결정에 대한 사안이 아직까지는 내부적인 사항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만약 선정위원회 결정이 대외적으로 공표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을 다졌다.

강 시장의 발표가 끝나고 시위대 해산이 진행되자 일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얻은 것, 이룬 것도 없이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며 끝까지 강경 투쟁의지를 표출하며 해산을 반대하기도 했다.

불상사가 생기지 않고 시위를 마친 것에 안도하는 마음은 대부분 일치를 보였으나 집회 결과 평가에서는 긍?부정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또 한가지 공감대를 형성,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시민들을 위안했던 것은 아산시 역사 이래 없었던 시민 5천명 참여라는 최고의 주민 결집 성과다.

어떤 사안에 아산시민 모두가 한 뜻을 이뤄 이런 결집력을 보여준 것은 아산시의 단결력을 대외적으로 보이며 주민화합의 뿌리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 이번 집회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소득 중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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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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