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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기들이 만든 쑥 개떡을 입에 물고 사진을 박고 있다. 목사님은 별걸 다 찍네.
아이들이 자기들이 만든 쑥 개떡을 입에 물고 사진을 박고 있다. 목사님은 별걸 다 찍네. ⓒ 박철
어버이날, '신나는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초대해서 특별한 행사를 가졌습니다. 신나는 학교는, 말 그대로 신나는 학교입니다. 신나는 학교는 일주일에 4번 모이는 방과 후 학교입니다. 학생수가 11명입니다. 재밌고 신나고 배꼽 잡게 웃기는 학교입니다. 웃다가 뒤로 자빠져도 책임 안지는 학교입니다.

먼저 어린이들이 부모님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11명이 3조로 나누어서 대룡리 시장에 가서 장을 봐왔습니다. 또 쑥 개떡을 만들기 위해 방앗간에 가서 쌀도 빻아 왔습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를 다 초대했는데 요즘이 농번기철이라, 엄마들은 한 분 빼고 다 오시고 아빠들은 세 분밖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차려준 밥상. 엄마들이 잡수시느라 정신없으시다.
아이들이 차려준 밥상. 엄마들이 잡수시느라 정신없으시다. ⓒ 박철
상을 차리기 전 먼저 쑥 개떡을 만들었습니다. 삶은 반죽이 아닌 익반죽을 하기 시작하여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무르고, 터프한 상록이가 반죽을 내리치고 쟁반을 발로 밟고, 모든 어린이들이 합심해서 강낭콩을 박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쑥 개떡을 만들어 찜 솥에 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먹음직스러운 쑥 개떡이 만들어졌습니다. 쑥 개떡 모양이 꼭 아이들 얼굴 같습니다. 자기들 얼굴처럼 만들었나 봅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돼지고기 구이였습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는 중에 인용이 엄마가 인용(작년 졸업생)이에게 말했습니다.

"인용아! 신선초에 싸서 고기를 먹으면 오래 산대!" 그랬더니 신선초에 고기를 싸서 엄마에게 드리려고 했던 인용이가 얼른 상추로 바꿔서 엄마에게 드렸습니다. 인용이 엄마가 이상해서 "왜, 너 신선초에 고기를 쌌다가 상추로 바꿨니?"하고 물어보자, 인용이 왈 "엄마가 오래 살아서 잔소리하면 어떻게 해!"하고 대답을 해서 밥을 잡숫던 엄마들이 인용이의 말에 한바탕 뒤집어지고 말았습니다.

웅상이가 일주일 전 화개산 중턱에 심은 무씨가 싹이 났다. 와, 신기하다.
웅상이가 일주일 전 화개산 중턱에 심은 무씨가 싹이 났다. 와, 신기하다. ⓒ 박철
설거지도 아이들이 도맡아 했습니다. 후식으로 과일을 깎아 접시에 예쁘게 담아 내놓았습니다. 어설픈 솜씨로 깎아온 사과는 껍질로 반절은 나갔고, 참외는 쥐 파먹은 것처럼 벗겨왔습니다. 그래도 맛은 그만입니다. 엄마들은 자리를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잡수시는데 열중입니다.

남자애들은 커피를 타와 부모님들께 드렸습니다. 은겨레 엄마는 은겨레가 대견한지 "우리 아들이 커피 맛있게 타왔네!"하고 칭찬을 하십니다. 그러자 은겨레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커피 맛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근사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엄마와 아이들 11명이 승합차에 나누어 타고 교동의 명물 화개산으로 갔습니다. 돼지고기로 잔뜩 배불리 먹고 힘이 나는지 애들이 산에서도 겅중겅중 뛰어 다닙니다. 신나는 학교 어린이들이 화개산에 온 이유는 꽃과 숲을 찍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이들이 꽃을 찍고 있다. 카메라를 쥔 손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들이 꽃을 찍고 있다. 카메라를 쥔 손이 사뭇 진지하다. ⓒ 박철
먼저 내가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과 요령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애들아! 사진을 아무렇게나 막 찍는 게 아니야. 사진을 찍을 때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야 된단다. 뷰파인더로 사물을 보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여.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에는 숨을 멈추고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잘 알았니?"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사진 강의가 끝나자, 아이들은 폼 나게 카메라를 들고 꽃을 찾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봄꽃은 지고 이제 서서히 여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화개산 중턱 마루에서. 목사님! 저 눈감았는데 찍었어요!
화개산 중턱 마루에서. 목사님! 저 눈감았는데 찍었어요! ⓒ 박철
애기똥풀이 지천입니다. 엉겅퀴꽃, 개불주머니, 할미꽃, 조개나물꽃, 황새냉이꽃 등이 아이들을 반겨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맨날 짓궂게 놀기만 하던 아이들이 꽃에 다가가 숨을 죽이고 진지하게 사진은 찍습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사진에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앞장서서 산을 오르는데, 엄마들은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힘들어하십니다. 엄마들이 아무래도 운동부족인가 봅니다. 대룡리에서 잡화상을 하는 시영이 엄마는, 오늘이 너무 좋다고, 일에서 해방되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가게는 파리 날려도 좋다는 건 아니겠죠. 그 동안 너무 힘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시영이 엄마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참 예쁩니다.

화개산 정상에 핀 엉겅퀴꽃.
화개산 정상에 핀 엉겅퀴꽃. ⓒ 박철
드디어 화개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사방이 확 트였습니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오늘 산행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날씨가 말끔했습니다. 화개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바다에 작은 섬들이 군데군데 구름처럼 떠 있고, 우리가 사는 교동의 너른 들판은 모내기를 앞두고 논마다 물이 가득합니다. 올해는 부모님들이 모내기할 때 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상민이가 엄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사진 찍는다고 해서 달았던 걸 떼고 다시 달았다.
상민이가 엄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사진 찍는다고 해서 달았던 걸 떼고 다시 달았다. ⓒ 박철
화개산 정상에서 아이들이 엄마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순서를 가졌습니다. 아빠들이 안 오셔서 두 개씩 달아 드렸습니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엄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엄마들이 기분이 좋아 입이 벌어지고 함박웃음을 지으십니다.

다음 순서는 어린이들의 장기자랑이었습니다. 시영이의 '내가 누구게?'라는 개그를 비롯해서 지용이와 순철이의 '유치개그', 종오 엄마의 끼 넘치는 찬조출연 등으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또 신나는 학교 예비학생인 두살바기 은누리가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었습니다. 언니 오빠들이 노는 게 싱거웠던 모양입니다. 은누리 장래가 아무래도 범상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계곡에 첨벙 엉덩이 채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차갑다고 빨리 찍으란다.
아이들이 계곡에 첨벙 엉덩이 채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차갑다고 빨리 찍으란다. ⓒ 박철
모든 순서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다 계곡물소리가 들리자 신나는 학교 어린이들의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와, 물이다!"하더니 너도나도 계곡 도랑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지금이 한여름인 줄 착각했나 봅니다. 아이들은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물 속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한 시간을 놀았습니다. 그 바람에 옷이 다 졌었습니다. 추워서 사내아이들 고추가 더 오그라들었겠죠.

지용이의 장기자랑 엉덩이 춤. 엄마의 끼를 받은 것 같다. 분명 아빠는 아니다.
지용이의 장기자랑 엉덩이 춤. 엄마의 끼를 받은 것 같다. 분명 아빠는 아니다. ⓒ 박철
계곡에서 맛있는 수박과 참외를 먹는데 아이들은 물에서 첨벙거리며 노느라고 정신이 팔렸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먹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우선입니다. 참, 빠뜨릴 뻔했네요. 아이들이 오전에 만든 쑥 개떡을 먹는데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엄마들은 숲 속에 앉아 유년시절 가난하게 살았던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숲 속에서 새소리도 들리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떠드는 소리도 들리고, 어른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소리도 들리고 너무나 평화로운 한낮이었습니다.

순철이의 젖은 엉덩이. 오늘 뽑힌 화제의 인물이다. 와! 엉덩이 한번 크다.
순철이의 젖은 엉덩이. 오늘 뽑힌 화제의 인물이다. 와! 엉덩이 한번 크다. ⓒ 박철
내가 옷이 다 젖어 덜덜 떠는 중흔이에게 오늘 재밌었냐고 묻자, 중흔이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야단 맞을까봐 걱정이에요."(중흔이 엄마는 바쁘셔서 못 오셨음)
"왜, 옷을 적셔서?"
"그게 아니고, 감기가 지독하게 걸려서 오늘 엄마가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물에서 놀다 옷을 다 적셨으니, 다 들통 나고 말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네다섯 시간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부모를 위한 신나는 학교의 어버이날 행사였지만 결국은 아이들이 더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신나는학교'는 어쩔 수 없이 신나는 학교인가 봅니다. 어버이 날, 어린이 엄마 아빠 모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신나는 학교' 어린이 파이팅!

'신나는 학교' 이야기
신나는 학교 장현숙 선생님과의 인터뷰

▲ 장현숙 선생님. 이 사진을 언제 찍었을까?
- 안녕하세요? 오늘 참 재밌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신나는 학교가 시작되었나요. 취지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섬이라는 특수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어요. 다만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과 주어진 자연 환경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나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마치 이름을 알고 들꽃을 바라 볼 때와 모르고 지나칠 때의 모습과 같은 거지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활용하는 교육을 하고 싶은 뜻을 가진 몇몇의 부모님들이 모여서 신나는 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신나는 학교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돈 주고 살 수 없고 만들어 줄 수 없는 정서가 풍부한 인간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 또한 우리의 환경을 활용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간단하게 지난 2년 동안 있었던 프로그램을 소개해 드리지요.

그 동안 텃밭 가꾸기로 상추 심고 시금치 심기, 감자 심기, 감자를 캐서 장작불에 구워먹기, 갯벌에 가서 나문재 나물 뜯기, 게 잡기를 했어요. 게를 잡는 데 처음에는 애들이 무서워서 머뭇거리다 나중에는 재밌어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열중하게 되더라구요. 게를 잡을 때에는게 구멍에 팔을 있는 힘껏 집어넣어 진흙으로 게를 기절시켜야 손을 물리지 않아요. 목사님 해보셨어요? (웃음)

그리고 해마다 자전거하이킹(교동 섬의 무대가 좁아 강화도 해안 자전거 전용도로를 다녀옴) 을 했구요. 또 우리 콩을 이용한 두부 만들기, 쑥 뜯어서 쑥 개떡 만들기도 했어요. 애들 반응이 참 좋았어요. 우리나라 먹거리에 대해 아이들이 긍지감도 갖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민속놀이도 배웠어요. 깡통 차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공기놀이, 머리핀 따먹기, 공치기 놀이를 했는데 아이들도 신나하고 선생님들이신 엄마들도 재밌어 했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놀수 있는 전통 민속놀이 더 발굴하려 계획하고 있지요.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보다 우리나라 민속놀이도 참 재밌구나를 느끼게 해주고 밖에 나가 몸으로 하는 놀이기 때문에 운동도 되고 일석이조이죠. 목사님 어려서 다 했던 놀이지요? (내가 기자인데 기자한테 자꾸 묻는다.)(웃음)

그리고 주산배우기, 사물놀이하기, 국어 글쓰기지도, 수학공부하기, 문화적인 활동은 방학이나 공휴일을 이용하여 활동하고 있어요. 방학 중에는 계곡에 가서 레프팅도 해보았고, 스키도 타 보았습니다. 올 겨울에 중급반 연수를 받을 친구도 있지요.

사물놀이는 아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어디가서 사물로 분위기를 잡을 만큼 아이들이 흥을 갖게 되었어요. 정말 사물을 할 때는 아이들이 공부에서 해방되고 신명나게 놀지요."

-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으면 한 말씀해 주시지요?
"신나는 학교 어린이들이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이 교동 섬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주신 것을 누리며 즐겁게 살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넓은 사회를 향해 당당히 나아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작은 발판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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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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