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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학 장로님 부부. 봄심방 때 찍은 것이다.
송인학 장로님 부부. 봄심방 때 찍은 것이다. ⓒ 박철
우리 교회 송인학 장로님 아들이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다. 지난주 금요일 인천에 사는 딸과 함께 오기로 했다는데, 그 후 아무 연락이 없다. 주일 저녁 송 장로님이 그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장로님, 무슨 별일이 있겠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내일 아침이면 무슨 소식이 있겠지요. 기다려 봅시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단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송 장로님 아들은 청주에 있는 교원대학교 박사과정 중에 있다. 공부하느라 여직 장가도 못 갔다. 학교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놓고 자취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데, 술도 먹을 줄 모르는 착실한 크리스천이다.

친구들과 한데 어울려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니 집안이 비상이다. 송 장로님 내외는 밤새 잠을 못 주무신 듯하다. 아들한테 전화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손전화도 끊어 놓고 도무지 연락할 방법이 없다. 연락이 두절된 지 사흘이 지난 셈이다.

하도 세상이 험하고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니, 신경이 온통 사고 쪽으로 가 있다. TV를 밤새 켜놓고 교통사고 뉴스를 들어도 당신의 아들과 관련된 사고 뉴스는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사방팔방, 연락이 닿을 만한 곳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한결같이 ‘모른다’는 대답이다. 월요일 아침, 송 장로님께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아들이 자취하고 있는 오피스텔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인천에 있는 딸을 중간에서 만나 직접 차를 운전해서 청주까지 가기로 한 것이다.

장로님 부인되시는 이한정 집사님은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신다. 고추를 심기로 한 날인데 고추고 뭐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아무것도 못하고 전화기 옆에만 붙어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교통사고라면 벌써 연락이 왔을 테고 잠시 어디를 다녀오기로 한 것 같은데 곧 연락이 오겠지요. 그리고 장로님이 청주 오피스텔까지 가기로 했으니 조만간 소식이 있겠지요. 힘들지만 기도하면서 기다려 봅시다.”

목사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딸의 설명에 의하면 동생이 어버이날은 공부 때문에 아버지 집에 갈 수가 없고, 금요일 저녁 누나네 집에서 자고 그 다음 토요일 누나와 함께 교동 아버지 집엘 가기로 했었는데, 전화는 끊겨 있는 상태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인사교회 신 목사네 가족사진을 지석초등학교에 가서 찍어 주고 얼른 와서 전화를 기다렸다. 책상 앞에서 송 장로님의 아들이 무사함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오후 3시경, 전화가 왔다. 송 장로님 부인인 이 집사님이 큰 목소리로 말한다.

“목사님 방금 전화가 왔어요. 아들이 집에 있대요. 몸살이 아주 심하게 걸려서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꼼짝 못하고 누워있었데요. 지금 장로님이 도착했대요.”

송인학. 이한정 두분의 문패. 참 보기 좋다. 이집사님 문패가 더 크다.
송인학. 이한정 두분의 문패. 참 보기 좋다. 이집사님 문패가 더 크다. ⓒ 박철
모든 긴장감이 일순간에 풀리면서 맥이 풀린다. 다행이다.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부모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서른 중반이 되고 공부밖에 모르고 똑바른 길을 걸어왔던 아들이라도 사흘 동안 연락이 두절되면 식음을 전폐하고 모든 신경이 아들에게 쏠리게 된다. 그게 부모 마음이다.

아들의 행방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은 싱겁게 끝났지만. 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마음은 해프닝이 될 수 없다. 그만큼 간절하고 애절한 것이다. 그 마음을 뉘 알리요. 내가 어려서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나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도 이담에 장가가서 자식 낳고 살아봐라. 그러면 부모 심정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그걸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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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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