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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가 딸의 보험금으로 가입한 보험. 1억15만원씩 2개를 가입했다.
권씨가 딸의 보험금으로 가입한 보험. 1억15만원씩 2개를 가입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지난해 12월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권모(63. 여. 대전시 중구 태평동)씨는 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때 보험사로부터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회식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급돼야 할 보험금 2억원을 보험에 다시 가입하도록 한 것.

지난해 12월 24일 권씨는 딸 유모(38)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딸이 종신보험을 가입해 놓았던 동양생명으로부터 보험금 3억 5천만원 지급받을 예정이었다. 보험사 직원은 며칠 내 통장으로 3억 5천만원이 입금될 것이니 걱정 말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지만, 보험금 지급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발빠른 '작전'으로 권씨는 보험금 중 2억원을 보험사에 고스란히 맡기고 말았다.

당시 동양생명 대전지점 선화동 지소의 보험설계사 김모(여. 56. 4월 1일자로 퇴직)씨와 지소장 박모(4월 1일자로 퇴직)씨는 2월 초 권씨의 집에 찾아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2억원을 회사에 맡길 것을 권유하며 보험가입을 설득했다. 며칠 후 보험사를 방문한 권씨는 1억5천만원을 수령해 아파트(24평형)를 장만하고 2억원을 5년 만기 적립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권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5년이 지나야 찾을 수 있고, 3년을 채우기 전에 해약하게 될 경우 원금의 75%밖에 찾지 못한다는 것과 1년 이내에 해약할 경우 설계사에게 지급된 성과급 1500만원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등을 알지 못했다.

권씨는 "보험에 가입할 때 '필요할 때 언제든 돈을 인출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김씨와 박씨가 "그럴 수 있다고 해 가입한 것"이라며 "수입도 없고 혼자 사는데 그 돈을 모두 보험에 가입하게 해 찾아 쓰지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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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대전지점
동양생명 대전지점 ⓒ 오마이뉴스 정세연
권씨가 가입한 보험은 이자율이 높기는 하지만 3년 이상이 지나야 원금을 찾을 수 있으며, 7년 만기의 경우에는 세금이 없지만 5년 만기의 경우 16%의 세금이 부과된다.

김모 전 설계사는 "딸하고 평소 잘 알고 지냈는데 혼자 계시는 어머니 걱정을 많이 했다"며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겨 주변 사람의 꾀임에 넘어가 돈을 뺏길까봐 몇 년이라도 넣어놓기를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박 전 소장은 "권씨가 보험에 가입할 당시 '필요할 때 돈을 찾아갈 수 있냐'고 묻길래 '안된다, 3년이 지나야 찾을 수 있다'고 답한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3억을 맡길 것을 권유했는데 2억을 맡기게 됐고, 매달 일정액을 찾아갈 수 있는 연금식 보험상품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양생명의 또 다른 설계사는 "여유 돈이나 매달 수입이 없는 경우 한꺼번에 예치시켜놓고 매달 일정액을 찾아가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 박 전 소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름을 시사하게 했다.

김씨와 박씨는 이 일로 결국 각각 1500여만원과 350여만원의 성과급을 챙겼고, 게다가 김씨는 권씨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3일 김씨는 권씨의 집에 찾아와 회식비를 요구했고, 마지못한 권씨가 100만원을 인출해주자 부족하다며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결국 200만원을 더 인출해줬지만 김씨는 "복잡한 일이 있으니 200만원을 개인적으로 빌려달라"고 해 권씨는 총 5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김씨는 "내가 신경 써주고 하니까 고맙다며 권씨가 100만원을 준 것"이라며 "하지만 350만원 넣고 3억5천을 타갔는데 100만원은 너무한 것 같기도 하고, 윗사람들 선물도 하려면 더 필요할 것 같아 200만원 더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 등록금 나올 때도 되고 해 200만원을 개인적으로 빌린 거였는데, 뒤에 문제가 됐다"며 "내 욕심이 과했던 부분을 인정해 경위서를 쓰고 돈을 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권씨의 장남 유모씨가 보험사에 항의하자 박 전 소장과 대전지점 김모 과장이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 권씨는 3월 27일 500만원은 돌려 받을 수 있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박 전 소장은 "회식비 등 계속 문제가 생기고, 권씨도 보험 해지를 원해서 보험을 해지했으면 했는데 관리과장이 '해지는 지점에 손해를 주니 안 된다'고 했다"며 "계약자는 해지를 원하는데 위에서는 안 된다고 하고... 어려웠다. 내가 사표를 낸 것도 이번 일로 인한 게 컸고, 김씨는 이번 일이 있은 후 회사를 안 나왔다"고 말했다.

권씨는 "자식까지 잃고 이게 무슨 경우냐"며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이자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원금만이라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김씨와 박 소장은 모두 4월 1일자로 퇴사한 상태이다.

권씨의 장남 유모씨는 "이번 일로 김씨와 박씨도 사직된 걸로 알고 있는데, 회사가 두 직원을 해고시킴으로써 이 일을 덮으려고 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해결해 이런 피해를 누구든 다시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대전지점 관리과장 김모씨는 "현재로서는 계약을 계속 유지하거나 회사가 손해를 보고 해지를 하거나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성과급이 지급되기 전에는 해지가 가능했지만 시기를 놓친 상태이고 일단 금융감독원의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권씨는 지난달 17일 2억원을 돌려 받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금융감독원 대전지원에 제출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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