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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자전거 경품을 내세워 신문 판촉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규제개혁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린 신문고시 11조 개정안을 거의 '원안'대로 통과시켜 신문시장 정상화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신문고시 11조 개정이 곧 신문시장 정상화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말 그래도 신문시장정상화를 위해 공정위가 개입할 '길'이 열린 정도일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느정도 의지를 가지고 신문시장에 개입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사실 신문시장의 불법행위 근절은 공정위 혼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신문시장의 불법행위에는 경품으로 신문선택권을 포기해온 일부 독자들과 지면의 질로 경쟁하기 보다는 물량공세로 신문부수를 올리려 했던 신문사들, 그동안 신문시장의 불법, 탈법행위를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비호해온 신문협회 모두가 관련되어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 신문기업이 지대보다는 광고료에 지나치게 의존해 회사운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대와 광고의존률은 신문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심하면 2대 8의 비율에서 3대 7정도의 비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광고비가 '뭉뚱그려' 신문부수에 의해 책정되다보니 신문들이 부수를 확장해 광고비를 올리기 위해 신문시장에서 부수확장을 위한 불법 경쟁까지도 서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신문시장을 정상화하여 '공정한 룰'에 의해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대책과 단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신문광고문제를 포함한 대책이 사회적 논의에 의해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공정위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통한 불법행위해소는 단기적 대책으로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신문시장정상화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넘어야할 '벽'은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거대신문사들과 신문협회의 '공세'를 넘어야 한다. 신문협회와 거대 신문사들은 이번 신문고시 11조 개정을 두고 '자율규제론'을 앞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신문협회의 반발논리는 △신문시장에 대한 정부규제가 신문들의 위축을 부르고 그결과 비판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것 △자율규제가 정착되고 있는 단계에서 타율규제는 맞지 않는다는 것 △정부가 자의적으로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특정언론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 등 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문협회의 위 논리는 현실과도 맞지 않을 뿐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없어 보인다.

우선 신문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이 신문들의 위축을 부르고 그 결과 비판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큰 함정이 숨어 있다. 지면에서의 언론자유와 기업활동으로서의 언론기업활동을 '혼동하게' 만드는 것이 그 함정이다.

언론자유는 지면위에서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으로서의 언론기업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언론사이기 때문에 기업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온갖 불법 탈법행위를 저질러도 용납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신문시장에서 자전거, 비데, 김치 냉장고 등 고가의 경품을 동원해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불법행위는 엄격하게 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언론기업에 대해 공정한 기업운영을 요구하는 것이 비판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예를 들어 신문시장에서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어떻게 비판기능을 위축하는지 신문협회는 막연하게 '주장'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

기자들이 취재하고 글 쓰는 언론행위를 하는 것과 신문판매는 별도의 영역인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을 보니 혹시 기자들이 '시간이 남아' 신문시장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것인가. 도무지 경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자들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자율규제로 신문시장질서가 정착되고 있다는 신문협회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지난 4월 29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서울소재 18개 신문판매지국에 전화여론조사를 한 일이 있다. 이중 16개지국이 자전거 , 비데, 선풍기 등등 고가의 경품을 주겠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일부 판매지국은 "신문고시 개정 절대로 안된다. 염려말고 경품 받아라"라고 주장했고 일부는 "지금은 단속이 심하니까 조금 조용해지면 드리겠다"고 응답했다. 신문협회는 지국현황도 파악하지 않고 성명서를 써 '주장'부터 해도 되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정부가 자의적으로 불법행위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이것이 특정언론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없는 말이다. 혹시 신문협회는 신문고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르고 있단 말인가.

신문고시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나하나 예시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규정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떻게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인지 설명부터 해봐라.

거꾸로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모호한 신문고시 조항으로 인해 '분위기만 띄워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우려'가 더 크다고 본다.일부신문과 신문협회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언론탄압'이라든가 '특정언론 죽이기' 식으로 몰아가기 전에 혼탁한 신문시장에서 일어났던 일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살인사건이 터지고 툭하면 폭력사건이 터지는 신문시장, 신문지대의 열 배가 넘는 경품을 끼워야 팔 수 있는 신문상품의 앞날은 불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신문시장의 불법 탈법행위와 보도에 있어서의 편파왜곡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질서는 지면에서의 '정의' '사실보도의 원칙'도 무너지게 만든다. 신문고시를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서 많은 독자들이 "신문인가, 사보인가"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거대 신문들은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치우친 보도경향을 보였다. '사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신문의 신뢰도가 추락해있다는 것을 일부 신문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독자는 독자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신문들은 신문들 대로, 신문협회는 협회나름대로 각자 선 바로 그 자리에서 신문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때 그나마 '약간의 성과'를 우리는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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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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