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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일간지에서 ‘평소 평화와 공존을 강조하던 미국의 교사와 부모들이 이번 전쟁을 어떻게 전달하고 교육해야할지 무척 난감해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핵의 위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전쟁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쟁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 때,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쟁을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미디어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경애 교수(영진전문대ㆍ한국미디어교육연구소장)를 만나보았다.

▲ 한국미디어교육연구소장 나경애교수
ⓒ 박희석
기성언론의 오락화ㆍ편향성 두드러져

우선 나 교수는 이라크전에 대한 언론보도경향에 대하여 "오락화와 편향성"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외국방송을 무분별하게 인용하여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고 전략 시뮬레이션 등을 동원한 첨단영상기법을 빈번히 사용, 전쟁에 대한 참혹한 참상을 알리기보다는 뉴스의 오락화를 부추겼다"라고 말하며 실제 신문들에 쓰였던 헤드라인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투적인 언론 비판보다 우리의 노력이 중요

나 교수는 “'불타는 바그다드','부시vs후세인','충격과 공포작전', 이게 실제 신문에 쓰인 제목들입니다. 전쟁의 추악한 참상을 알려할 언론이 오히려 전쟁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서방언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서 그대로 쏟아낸 언론의 문제점을 상투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의 삶의 과정 속에서 꾸준히 대안을 찾는 노력의 시간이 오히려 필요할 때임을 강조했다.

“'내가 이라크 전쟁 특파원으로 나갔다면, 나는 어떤 메세지를 전하려고 노력했을까?’, 또 ‘과연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면 어떤 시각으로 보려고 했을까?’를 한번 반문해 보고 되돌아봐야하지 않을까요?”

전쟁을 제대로 알려야 할 의무 있다

나교수는 이번 이라크전에 대한 참혹한 참상을 교사와 부모가 제대로 알려줘야할 의무가 있다며 우선 이라크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미군의 폭격으로 우리집이 폭파 되었어요. 아빠, 엄마, 엄마 뱃속의 동생이 죽었어요 . 나의 두 팔이 없어졌어요. 나는 다시 두 팔을 가질 수 있게 되나요? 음식을 두 손으로 먹을 수 있게 되나요? 다시 두 손을 움직이며 놀이를 할 수 있게 되나요 ? 엄마를 다시 볼 수 있게 되나요? ’ <이라크 어린이 ‘알리’의 외침>

“알리의 이야기를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내가 직접 알리가 되어보기도 하고, 전쟁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실천해 보세요. 평화통일을 꿈꿔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전쟁을 오락의 가상현상으로 여기고,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여도 되겠습니까?”

나 교수는 집에서 간단한 ox퀴즈나, 역할놀이, 상황놀이 등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전쟁에 대하여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미디어마인드 가져야

또한 나 교수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올바른 미디어 마인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쟁캐릭터 장난감이나 오락기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는 부모들이 오히려 미디어의 상업논리에 휘말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되물으며 부모는 미디어의 강한 흡수력을 갖는 아이들에게 뉴스나 TV의 보도들이 현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제작자에 의해 가공ㆍ편집되는 구조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올바른 미디어 해독능력이 상업논리로부터 우리아이들의 정서를 지킬 수 있습니다.”

▲ 지난 대구지하철참사때 쓰였던 프로그램
ⓒ 박희석
지속적인 인성교육이 필요한 시기

어린이미디어평가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나 교수는 이라크전을 주제로 다뤘던 평가단 모임에서 아이들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라크전과 관련된 신문과 TV속의 사진 보여주기, ‘피, 죽음, 사막’등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나누기, 반전플래시를 보여준 후 인터넷에 의견을 올리는 웹토론하기 등의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나 교수는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나요?’, ‘전쟁은 싫지만 전쟁놀이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혼돈의 모습을 보이던 아이들이 수업 후에는 ‘전쟁이 싫어요, 사람들이 다치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안돼요’등으로 자기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라며 하지만 이런 수업들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방법이 뒷받침 될 때 진정한 평화교육으로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나 교수는 현재 많은 초ㆍ중등학교들의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정말 중요한 인성교육이나 인성프로그램들이 사라져가는 현상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무조건적 억압보다 올바른 대처능력 키워줘야

마지막으로 나 교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다매체 시대에서 인터넷 매체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인터넷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도구여야 하지 우리가 도구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감각과 이미지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차단보다는 올바른 대처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덥히고 배려하는 공존의 자세만이 21C 국제화시대의 경쟁력 리더십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한국미디어교육연구소란?]

▲ 1기 어린이미디어평가단 발대식
2002년 7월 문을 연 한국미디어교육연구소는 정보화사회에서 미디어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인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함양’을 위하여, 기존의 문자언어, 영상언어, 그리고 디지털 언어로 이어지는 커리큘럼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있는 순수연구자들의 모임이다.
연구소장을 맡고있는 나경애 교수는 이미 15년 전부터 독서토론회를 시작으로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현재 NIE부터 개국을 앞둔 어린이인터넷방송국 'ikbs.or.kr'까지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며 매체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프로그램들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 한국미디어교육연구소 http://www.koreamer.co.kr/
* 미디어 교육& ICT 활용교육 홈페이지 : http://www.koreai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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