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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량리역 밤기차 출발에 앞서 플랫폼에서 찰칵!
서울 청량리역 밤기차 출발에 앞서 플랫폼에서 찰칵!
서울 청량리역 밤 10시. 늦은 시간임에도 대합실은 여행객들도 붐빈다. 대부분 강릉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밤 기차여행이라..' 여행을 떠나기 전임에도 내 가슴은 벌써 그 곳 태백산자락에 가있다.

백두대간의 중추인 해발 1,567미터의 태백산!

하늘아래 첫 마을이라는 태백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상도시로 도시전체의 해발이 평균 650미터이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모기나 파리가 거의 없다. 10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가 17개나 있는 곳. 태백의 주산(主山)인 함백산을 위시하여 태백산, 문수봉, 부쇠봉, 장군봉은 모두 1500미터를 넘는 고봉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는 추전역을 비롯, 낙동강, 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곳. 그러나 태백산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태백시에는 '소도'라는 마을이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그렇다. 단군 시대 신성불가침의 땅으로 여겼던 그 '소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태백산'의 이름도 북쪽의 태백산이라는 백두산을 본따 이름지어진 것으로 산 정상에는 하늘에 제사를 올렸던 천제단이 있으며, 산 입구에는 국조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이 위치하고 있다.

도심을 벗어난 밤 기차여행은 사람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그 느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둠 속의 불빛들. 여행객들의 대화 밖으로 내 마음은 분리되어진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벽녘에 태백역 도착
새벽녘에 태백역 도착
청량리역에서 4시간30분을 달려 태백역에 도착했다. '아!' 상쾌한 공기 내음부터 틀리다. 들이마시고 또 들이마시고.. 아늑한 느낌의 새벽녘의 태백시 정경. 도시라고 보기엔 조금 규모가 작은 곳이다. 근처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아침 7시에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서 '당골'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폐광이긴 한 것 같은데 여기저기 석탄채굴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분가량 지나서 태백산 입구도착.

겨울 등산로는 '유일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당골'가 가장 인기다. 주목과 어우러진 환상적 설화를 유일사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능선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백단사에서 출발하는 코스도 있다. 우리는 '당골-천제단-문수봉'을 돌아 다시 당골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정했다. 입구에 태백산의 유래가 적혀있다.

태백이란 말은 크게 밝다는 뜻으로 그리하여 태백산을 "한밝뫼" 혹은 "한배달"이라 일컫는단다. 북쪽의 태백산인 백두산과 더불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며 삼국사기에 의하면 토함산, 지리산, 계룡산, 부악과 함께 신라의 오악 가운데 하나로 북악에 해당하여, 중사(中祀)의 제행이 행하여졌을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었던 곳이라 한다.

국조단군상과 단군성전 사당의 모습
국조단군상과 단군성전 사당의 모습
태백산 입구에서 조금 걷자 나타나는 것은 다름 아닌 '단군성전'. 성전 입구 옆에는 시민단체인 홍익운동연합에서 기증한 것으로 되어있는 국조통일기원단군상이 세워져 있었다. 나라를 여신 국조께 경건한 마음으로 목례를 올렸다. 태백산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단군 성전은 제1대 단군이신 단군왕검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매년 10월 3일 개천절에 단군제를 봉행하는 곳이라 한다. 사당 안에 들어가 단군의 자손으로서 국조께 절을 올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길에 올랐다.

계곡의 세찬 물보라와 정상가는길의 아름다운 정경
계곡의 세찬 물보라와 정상가는길의 아름다운 정경
세찬 물보라의 계곡, 산책로 같은 등산길

정상으로 가는 산행길은 무척이나 편했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지난주까지 쌓였다는 눈이 녹으면서 산길 따라 펼쳐진 계곡에는 세찬 물살이 흘러내렸다. 눈이 녹아 내렸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양에다 물살이 정말 힘이 넘쳐난다.

태백산의 웅혼한 기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계곡을 따라 걷고 나면 이내 산책로 같은 길이 펼쳐지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맞긴한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산책로 같은 등산로가 무척이나 아름답게 나있다. 나이드신 분들도 그리 힘들지 않고 올라올 수 있을 만큼 쉽고 또 볼거리가 많이 있다.

정상아래 위치한 망경사 사찰과 용정각
정상아래 위치한 망경사 사찰과 용정각 ⓒ 장래혁
산책로 같은 길이 어느 샌가 끝나면 정상아래 자리한 망경사 사찰이 보인다. 1300여년 전 신라시대 자장율사께서 창건했다고 하며 6.25동란시 소실되었다가 1979년 중건하였다한다.

이곳에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샘이 있는데 물맛이 차고 달며 한국의 명수 100선 중 으뜸수라 하여 천제를 올릴 때 제수로 사용할 정도다. 샘 위에 용왕각을 짓고 용신에 제사를 지낸다하여 그 이름은 '용정(龍井)'이라 불리 운다. 물이 솟아 나오는 지점은 자그마치 해발 1,470미터이다.

생명수의 원류를 품은 민족의 영산 태백산

태백산은 참으로 특별난 산이다.

민족의 영산이라더니 물의 원류인 곳이기도 하다. 물은 모든 생명과 문명의 태동을 알리는 것이 아니던가. 태백산 자락에는 두 개의 큰 물줄기가 시작된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이 시작되는 황지 연못이 그곳이다. 한반도 남하의 생명의 원류가 비롯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는가. 거기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생명수 '용정'까지. 용정은 동해바다와 연결되어있어 하늘과 바다 용왕이 소통하는 성스러운 생명수라 한다.

산 아래에는 국조를 모신 사당이 있고 산 정상에는 오래 전부터 하늘의 자손으로서 제를 올린 천제단이 위치해있다. 생명의 원류를 품고있는 민족의 영산. 바다용왕의 생명수를 산정상에 담고있는 곳. 인간은 그 생명수를 떠다 하늘에 제를 올린다. 선조들은 생명의 원류가 시작되는 이 곳에 국조를 모시고 하늘을 경배함으로써 한반도 남하 곳곳에 한민족의 정신인 '홍익인간'의 철학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천제단으로

용정에서 물을 마시고 정상에 이르는 도중 특이한 사당이 하나 눈에 뛴다. 가장 비극적 삶을 살다간 조선의 군왕 단종의 넋을 기리는 '단종비각'이다. 비각 안에는 탄허스님이 글과 글씨로 된 비석이 있다.

태백산 정상에 위치한 천제단
태백산 정상에 위치한 천제단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에 이렇게 넓은 터가 자리하다니. 사방 10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평지 한가운데 강화도 마니산의 천제단보다 좀더 커 보이는 천제단이 웅혼한 기상과 더불어 자리하고 있다. 둘레 27m, 폭 8m, 높이 3m의 자연석으로 쌓은 원형제단이다.

천제단!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천제(天祭)를 올리는 곳.

언뜻 종교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민족은 옛부터 하늘을 공경하는 천손 민족이라 했다. 반만년의 역사와 함께한 경천애인(敬天愛人)사상이 우리의 생활풍습과 한반도 곳곳에 그 드리워져있음을 눈여겨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천여 년간의 단군 시대에는 천손 민족으로서 매년 천제를 올렸다하며 삼한, 삼국시대의 풍습으로 알려진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등이 모두 제천의식이었다. 고구려이후 힘이 약해지면서 제천권은 중국이 행하기에 이르렀고 고려와 조선왕조는 중국의 눈치만 살피다 공식적으로 올린 왕은 없었다하는데 기울어 가는 조선의 왕 고종황제가 공식적으로 원구단에서 천제를 거행한 것으로 기록되고있다. 경천사상은 조선에 들어 맥이 거의 끊겼으나 조선말 동학의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人乃天)'사상으로 표출되기도 하였다.

천제단 내부의 모습
천제단 내부의 모습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에서는 고려, 조선시대동안 천제가 행하여 졌다고 하며 구한말에는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우국지사들이 제를 올렸다한다. 특히 한말 병장 신돌석 장군은 백마를 잡아 천제를 올렸고, 일제 때에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태백시는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고 있으며 강원도 체육대회의 성화를 채화한다고한다.

정상의 천제단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천제단 내부 제단 위에는 제1대 단군이신 단군왕검이신 '한배검'이란 글씨가 적혀있었다. 많은 등산객들이 정상에 모여들었다. 산아래 마을분들처럼 보이는 분들이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절을 하시고, 어느 단체에서 왔다는 100여명이 넘는 분들도 제를 드릴 차비를 하며 천제단 주변은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문수봉으로

천제단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문수봉으로 향하였다. 능선에 아직도 눈이 가득 쌓여있어 길을 가는데 애를 먹었다. 길이 평탄하질 못했다. 1시간 가량 걸었나… 산길을 지나자 하늘 아래 갑작스레 바위덩어리들만이 펼쳐진 곳이 나온다. '산정상에 이런 곳이…' 산 정상에 어떻게 이런 큰 바위들만이 그것도 넓게 모여있는지 신기했다. 오랜 시간 쌓은 듯한 커다란 탑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아직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능선 그리고 문수봉
아직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능선 그리고 문수봉
문수봉은 태백산 동쪽에 위치한 해발 1517미터의 수많은 바위로 된 산봉우리이다. 옛날 이 산봉우리의 바위로 문수불상을 다듬었다하여 문수봉이라 이름했다한다. 신라의 화랑 원술랑이 무술을 수련한 곳이라 하여 원술봉이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조금은 매서운 바람 속에 기상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화랑의 정신이 잠들어있는 곳이라 그런걸까.

문수봉을 지나 출발지였던 당골로 내려오면서 많은 생각들이 일었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 우는 그 이유가 태백시에서부터 산자락과 정상 곳곳에 남아있었다. 프랑스수상이 한민족은 깨달은 성인이 세운 나라라 하였다는데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후대의 고난과 아픈 역사만을 기억하는 것은 아닐런지.

'널리 인간을 이롭게한다'라는 홍익인간의 거룩한 정신을 펼치며 대륙의 주인으로 살았던 오랜 선조들의 숨결이 이 태백산 자락에 남아있음을 느낀다. 하늘을 숭상하며 하늘아래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한민족의 철학은 물질문명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 시대에 이 땅을 살아가는 후손들이 새겨들을 만한 선조들의 가르침이 아닐까.

태백산에는 그런 선조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태백산 여행정보

1. 차편
서울 청량리역에서 저녁 혹은 밤기차를 타는게 좋다. 밤기차여행의 운치는 타본 사람만 안다. 태백역 하차. 시간은 4시간30분.

2. 숙박
태백역에서 모텔이나 하나있는 찜질방에서 자거나 아니면 태백산입구까지가서 민박을 해도도 좋다. 찜질방은 택시기본요금거리, 태백산입구는 기차역 바로옆 터미널에서 20분거리로 일반버스나 좌석이 간다.

3. 등산로 선정
크게 세 곳이다. 유일사/백단사/당골 코스. 역 바로옆 터미널에서 모두 버스편이 20-30분간격으로 있다. 소요시간은 20분 정도다.
당골에서 단군성전을 지나 올라가는 코스는 무척 평이하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기때문에 볼거리도 많고 아주 좋다. 유일사에서 정상가는 코스는 설경이 좋아 겨울에 좋다. 처음가는 경우 유일사에서 정상을 지나 문수봉에 갔다 당골로 돌아오는게 좋다.

4. 서울에서 갈 경우 비용
교통: 25,800원(무궁화호 왕복) + 1,400원(태백산입구 왕복)
숙박: 찜질방(6천원), 여관(2인기준 25,000원), 민박(3~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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