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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순 할머니
양경순 할머니 ⓒ 김준회
양 할머니는 자신을 돌보기조차 버거운 상황에서도 매월 1만2천원씩(분기별 3만6천원) 지급되는 노인 교통비를 8년 8개월 동안 모았다. 그리고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은 135만원으로 마을 표지석을 만들어 기증했다.

양 할머니는 이곳으로 시집와 지금까지 살면서 주민들의 후덕한 인심과 이웃간의 정을 느끼며 마을입구에서 조그만 담배 가게를 운영해왔다.

홀로 담배 가게를 운영하며 어려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양 할머니는 이 표지석을 세우기 위해 지난 2000년 부터 3년간 망설였다.

빨리 세우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지만 6년간 모은 돈으로는 돈이 조금 모자랐고 주민들이 받아줄지도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고르느라 석산도 3년간 6번이나 다녀왔다.

양 할머니가 마을 표지석을 세우겠다고 맘을 먹은 것은 민통선 마을인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 마을에 다녀와서다. 그곳에서 멋있는 마을 표지석을 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이천리에도 표지석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서울을 갔다올 때나 다른 마을을 지나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마을 표지석을 보고 표지석이 없는 자신의 마을을 생각하며 '꼭 표지석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리고 지난 10일, 마을 입구에 자신의 뜻이 담긴 마을 표지석을 세웠다. 양 할머니가 기증한 마을 표지석은 할머니의 키와 비슷한 150cm 크기로 제작돼 마을입구에서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사랑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양경순 할머니가 마을 입구에 세운 표지석.
양경순 할머니가 마을 입구에 세운 표지석. ⓒ 김준회
양경순 할머니는 "너무 작고 초라해서 부끄러워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주민들이 맘을 받아 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또 "놀러 다니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입고 먹는 것도 참아가며 모은 돈으로 마을 표지석을 만들어 놓고 보니 흐뭇하다"며 "꼭 내가 업어다 놓은 것 같은 기분"이라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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