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꽃에는 향기가 있고, 향기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초대장입니다. 초대에 응한 손님들은 만찬을 맛나게 먹고는 또 다른 초대에 응함으로 초대한 꽃들에게 보답을 합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꿀을 얻어가지만 만찬을 즐기는 사이 꽃가루들이 손님의 몸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 오는 손님들이 밉지 않고 가는 손님들이 서운하지 않는 숲 속의 작은 잔치입니다.
아직 날개도 나지 않았지만 튼튼한 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껑충 뛰어오르다 사뿐히 앉아보니 노란 꽃입니다. 꽃향기에 취하고 나른한 봄 햇살에 취해 나른해 진 몸을 쉬려는가 봅니다. 자연은 오고 감이 자유롭습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사람들이 머문 자리는 상처가 남기 마련인데 그들이 머물다 간 자리는 상처가 없습니다.
잠시 나른한 몸을 쉬던 손님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손님이 찾아옵니다. 누구든지 와서 쉬고 가라고, 누구든지 와서 마른 목을 축이고 가라고 손짓을 하는 듯한 꽃을 봅니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평생을 지내는 작은 풀이지만 오가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가장 아름답게 피어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하얗게 피어있는 산딸기 꽃에도 손님이 찾아왔군요. 저렇게 손님들을 분주하게 맞이하다가 열매를 맺는구나 생각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이 전율처럼 다가옵니다.
나비에 가려진 꽃, 나비가 꽃인지 꽃이 나비인지 묘해지는 순간입니다.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되어 피아의 구분이 없는 삶,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도 아름답기만 한 삶을 우리 사람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기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쩌면 그러한 희망이 있기에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겠지요.
산딸기 꽃을 찾은 손님이 잠시 다른 곳에 눈을 주는 사이 바뀌었습니다. 아니, 바뀐 것이 아니라 이 꽃 저 꽃마다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숲 속의 작은 잔치, 봄날의 그 잔치를 위해서 사계절을 조용히 준비했습니다.
이제 그 잔치를 마치면 화려하던 꽃들도 조용히 잔치상을 접고 또 다른 잔치상을 준비할 것입니다.
열매가 맺히면 그 열매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손님들이 찾아오겠죠. 그러면 아낌없이 내어주고, 그 속에 자기와 똑같은 또 다른 생명을 줌으로 인해서 산야 어디에선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겠죠.
아낌없이 줌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발돋움하는 숲 속의 잔치가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