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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도소로 행진 중인 '양심수전원석방을 위한 전국교도소순례단'
대전교도소로 행진 중인 '양심수전원석방을 위한 전국교도소순례단' ⓒ 정세연
지난달 22일 서울구치소를 시작으로 600㎞가 넘는 '고난의 행진'을 해온 '양심수 전원 석방을 위한 전국교도소순례단'이 12일 대전에 입성해 13일 오후 2시 대전교도소 앞에서 작은 문화제를 갖고 양심수 전원 석방을 기원했다.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8년형을 선고받고 3년 7개월째 대전교도소에 복역중인 하영옥(42)씨를 찾아 '혁춘이에게 아빠를! 모든 양심수를 가족의 품으로!'를 주제로 한 이 날 행사는 청주청년회, 경기민청, 부천청년회, 민가협, 민주노동당대전시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도보순례단에 함께 하고 싶어했던 하씨의 부인 김소중씨는 순례 시작 전날 자궁암 선고를 받고 현재 수술 후 국립암센터에 입원중이다.

ⓒ 정세연
양심수후원회 권오헌씨는 "양심수전원석방을 위해 시작된 부산교도소 박경순씨의 단식과 모든 양심수들의 동조단식, 그리고 부산교도소와 서울구치소 앞 천막농성은 양심수 사면을 생각지 않았던 현 정부에 양심수 4월 사면을 받아내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하지만 여전히 모든 양심수의 전원석방 약속은 요원하며 그런 속에 모든 양심수들의 가족들은 피가 마르는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권씨는 "이번 특별사면에서는 반드시 양심수 전원이 석방돼야 하며 한총련 정치수배자들도 모두 수배 해제돼야 한다"며 "새 정부 '참여정부'는 양심수 전원 석방을 시작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대전시지부 선재규 지부장은 환영사를 통해 "분단된 이 땅의 고난을 짊어지고 힘든 길을 가는 양심수 전원 석방을 위해 두 발로 전국 교도소 순례에 나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노무현 정부가 진정 이 땅의 민중을 위해 어떤 길을 가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수로 수감됐다가 얼마전 출소한 순례단 단장 최진수씨는 "서울구치소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후, 도보순례를 시작한 이후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그 까닭은 내 두 발로 걸어 동지를 만나러 오는 발걸음이 너무도 기쁘고 설레서였다"고 감회를 나타냈다.

전국교도소순례단 최진수 단장
전국교도소순례단 최진수 단장 ⓒ 정세연
이어 "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너무나 고마운 이들과 함께 했으며 우리들의 걸음은 그들이 있었기에 결코 고독하지 않았다"며 "이제 모든 양심수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고 우리는 이 순례의 마지막날 여러분들과 신나는 잔치판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교도소 앞에서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최진수 단장, 홍성순 대전민가협 회장, 양심수후원회 권오헌씨 등 6인은 하영옥씨 특별 면회를 가졌다.

한편 '양심수전원석방을 위한 전국교도소순례'는 간경화말기 환자 양심수인 박경순씨('영남위원회'사건으로 4년 6개월간 부산교도소에 복역중)가 2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양심수전원석방을 요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인 이후 가족들과 양심수후원회, 민주노동당 등을 중심으로 3월 22일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해 전국의 교도소를 도보로 방문하고 문화제와 집회 등을 통해 양심수 전원석방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영옥씨가 보내온 편지


'양심수 석방과 정치수배해제를 위한 전국 교도소 순례단'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그야말로 천리가 훨씬 넘는 머나먼 길을 비바람을 헤치고 '고난의 행진'하여 오신 여러분들을 직접 마중하지 못하고 이렇게 글월로 대신 하려니 아쉽고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렇지만 동지들께서 보내주신 그 애정과 열의는 이미 이 감옥 담을 넘어 제 가슴에 깊이 와 닿았으며 그 연결선을 타고 저는 진작부터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께서는 숱한 고난을 헤쳐 오셨을 것입니다. 발이 부르트고 물집과 고름이 생기고 그 위에 굳은살이 박이고 또 터지고 비바람 속에 국도의 교통사고 위험 속에서 직접 걸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수많은 어려움을 헤치고 한 발 한 발 오셨겠지요. '양심수'로 불리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감사드리며 힘찬 박수를 드리는 바입니다.

우리들은 여러분들의 노고와 헌신으로 해서 혼자가 아닐 수 있었고, 옥중에서도 절망보다는 오히려 희망과 낙관에 찬 생활을 하며 마침내 희망찬 내일을 예견하며 지낼 수 있게까지 되었습니다. 나아가 여러분들은 우리 가족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밖에 있는 가족들이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양심수의 가족'임을 떳떳하게 여기며 사회적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된 데에는 여러분들의 동지적 애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교통사고의 충격에도, 또 결코 간단치 않은 병마에도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 견뎌내는 아내를 보며, 제 아이들과 연로하신 부모님, 가족 모두에게 무너지지 않을 힘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도보 순례단 여러분, 그 대의에 동의하는 모든 참석자 여러분!

저는 이번의 이 일련의 '양심수 석방' 운동들이 단식과 노상 농성, 고난의 행진 등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임에도 결코 음울하거나 비관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밝고 낙관적이며 활기찬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투쟁의 참여자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 그리고 자기 활동의 정당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면서 '새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은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속에 미래의 상이 담겨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동지들이 서로 힘차게 격려하면서 밝고 희망차게 만난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느낀 승리의 확신은 결코 저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정세는 전쟁과 긴장격화라는 새로운 조건 아래에서 매우 엄혹합니다. 그러나 저는 역경속을 전진하는 지금의 이 모습을 살려만 나간다면 그 어떤 정세도 장애물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 운동 대오가 누릴 수 있는 것. 그것은 자기 활동 속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고, 진심이 통하는 친구가 있으며 정의로운 길에 자기를 던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무한한 자부심,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해 줄 동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누리며 살아보는 것은 모든 이의 꿈이 아닐 수 없으며 실현 불가능하다며 애초에 포기해 버린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우리의 가슴부터 불이 붙어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가슴에 이미 이 희망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온 천지 사방에 희망의 불을 터뜨리며 달려오신 순례단 여러분들의 대전 입성을 열렬히 축하하고 환영하며 그 노고와 열의에 다신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멋진 모습을 계속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동지들 모두에게 건승!

2003.4.9. 대전에서 하영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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