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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욱
9일 시청자주권을위한경남시민사회단체협의회 주최로 교원공제회관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민방의 위상 및 역할' 토론회는 이미 지역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경남민방 설립의 타당성을 우회적으로 논한 자리였다.

저녁 7시부터 열린 토론회는 장장 3시간 동안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경남민방 찬성론자인 경남도 장애인재활협회 최충경 회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에만 민방이 없어 이로 인해 문화적 경제적 소외를 당해왔다"면서 "경남의 정체성 확립과 방송정책의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경남민방은 꼭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론자인 부산방송 김석환 보도국장은 "현재 지역방송이 과잉상태에 있고 이로 인해 광고시장도 좁아져 민방들이 권역화 광역화 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경남민방 설립은 SBS라는 서울지역 민방이 가진 부정적 요인들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뿐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는 달리, 중간적인 입장에서 경남민방 설립 자체의 타당성 보다는 민방을 포함한 지역방송의 역할과 앞으로 지역방송이 담당해야 할몫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촛점이 맞춰진 발제도 나왔다.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정상윤 교수는 "지역 주민들조차도 지역방송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울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이 크고, 이로 인해 지역방송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면서 "민방설립 논의에 앞서 민방설립을 추진하는 쪽에서도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민방을 비롯한 지역방송이 저널리즘 기능을 강화해 주민들의 액세스 권과 참여권이 보장되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권협의회 공동대표이기도 한 경남대 사회과학부 김용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4명의 찬반론자와 중간론자 3명의 주제발표, 그리고 참가자들의 서면질의와 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또한, 서면질의와 응답 시간에는 방청석에서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소 중간자적 입장에서 발제를 한 경남민언련 강창덕 대표는 "경남민방 설립 과정이 그동안 투명하지 못하고 밀실작업을 해왔다"고 지적하고 "주주 구성을 비롯해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독립을 어떻게 이뤄낼지가 경남민방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민방 발기인이기도 한 경남도 장애인재활협회 최충경 회장은 "경남민방 허가가 나면 50% 도민주로 과감히 주주를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경남민방 배후에 SBS가 있다는 연관설에 대해서 강력히부인했다.

하지만, 반대론자인 전국언론노동조합 김광범 정책실장은 "현재 SBS와 경인방송을 제외한 지역민영방송들의 자체편성 비율이 40%를 넘어서기 힘든 상황에서 SBS가 매집을 통해 부산방송을 비롯한 민영반송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지적하며 "결코 경남민방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이는 곧 정체성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찬성론자인 경남신문 목진숙 수석논설위원은 김 실장의 지적에 대해 "정체성 문제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도 함께 겪고 있는 현실이다"면서 "바로 이런 점을 어떻게 극복하는냐가 남겨진 과제가 될 것이다"고 맞받았다.

또한, "지역의 자체 편성비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정체성이 확보될 수는 없다"고 덧붙이고 "시민저널리즘의 도입이라든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주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양과 질적인 부분 모두를 향상시키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청자주권협의회 미디어네트워크 추진위원회 신현주씨는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문제점들이 당위성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면서 "구체적인 사례로 나타나야 지역방송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더 이상 노래자랑과 쇼프로그램으로 지역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지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경남민방을 비롯한 지역방송이 여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신현주씨는 "지역의 집회나 행사에 가보면 항상 카메라의 시선은 한곳에 집중되어있다"면서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지역의 현실을 담아낼 때 지역방송의 정체성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2기 방송위원회가 곧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언론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열띤 발표와 토론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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