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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억지 주장을 하는 일본이 또 한 가지 끈질기게 주장하는 것이 바로 동해의 일본해 표기문제이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최초의 지도는 1602년 ‘마테오리치’가 작성한 ‘곤여만국지도’가 있으나, 그뒤 200여 년 동안 이 이름은 채용되지 않았다. 19세기 상반기 서양지도의 주류는 동해의 명칭이 ‘한국해’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일본의 국제적 역할이 강화되면서 동해의 명칭이 점차 ‘일본해’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해가 ‘일본해’로 불리는 경향이 지배적으로 된 것은 1904년의 러일전쟁과 1905년의 을사조약 이후로 보인다.

▲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발간한 <대한국인안중근>에 실린 지도(클릭하시면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1905년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의 영토로 표기되고, 동해의 명칭 또한 세계지도에서 ‘한국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되어 통용하고 있는 것을 삭제하는 일은 빼앗긴 이름을 되찾기는 일이며, 일본에 대한 바른 역사 세우기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여러 단체에서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동해이름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지난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2001년 9월에 발행한 <대한국인 안중근> 73쪽에 ‘안 의사가 300여명의 의병을 거느리고 국내진공작전을 벌였던 한.중.러 국경지대지도’를 게재하였는데 그 지도에는 동해의 명칭이 ‘한국해’가 아닌 ‘일본해’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어찌된 영문인가 해서 알아봤더니 기념관 내부에서도 지적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발행 책임자가 당시에 사용했던 자료라며 그대로 게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며 일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국가보훈처가 1996년 2월에 발행한 《21세기와 동양평화론》 <95’국외독립운동관련인사초청행사결과보고> 책자의 표지에 안중근의사 행적도를 실었는데 그 지도 역시 ‘일본해’로 표기가 된 지도였다.

국가간 민감한 사안인 영토의 표기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의 주장을 펴야하는 국가보훈처나 선열사업을 하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당시의 자료이므로 그대로 싣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한심스럽고 안이한 발상에 대해 가슴이 한없이 답답하고 치미는 분노를 삭이기가 어려웠다.

▲ '일본해'가 표기된 지도가 실린 <대한국인 안중근> 표지
독립선열사업을 한다는 관련기관과 단체가 잘못된 자료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발간한 책자에 그대로 게재한 채로 방관한다면 여러 민간단체가 동해의 국제적 표기를 바로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본은 이를 좋은 기회로 여기고 이를 구실 삼아 동해의 ‘일본해’표기 주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구성원 모두가 민족적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는 입으로만 떠드는 민족정기 회복이 아니라 역사진실의 올바른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과 국가보훈처는 더 이상의 책자보급을 중지하고 이미 보급한 것도 전량 회수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동해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서 민족구성원 모두에게 속죄하는 일이 될 것이며 동시에 독립선열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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