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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간판 뒤로 학생들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직접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간판 뒤로 학생들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 류종수
두 달이 넘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연신원(연세대 내 연합신학대학원 건물) 사태'에 신학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의 마찰이 심해질 전망이다.

4월 7일 오전 7시 이 학교 신학대학 학생 70여명이 자신들이 모금한 돈으로 하청업체 인부들을 불러 손수 연신원 주변에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날 연세대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연신원 입구에 '학생들인 저희가 직접 공사울타리를 치겠습니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울타리용 철판을 조립하고 있었다.

현재 대학원장, 총무처장, 신과대 서정민 교수, 문과대 김용민 교수, 공학과 대표 5인 실무위원이 4월 15일까지 협의를 하기로 하고 협의가 끝날 때까지 학교측에서 당분간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음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연신원 사태'는 학교측이 지난 1월 27일 새벽 1시 30분에 연세신학선교센터 건립을 위해 연신원을 기습적으로 철거에 들어가자 문과대 교수들이 '연신원 지키기 및 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을 꾸리고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이에 맞서 신과대 교수 및 학생들이 공사 재개를 주장하면서 양측이 대립해 왔다.

어떻게 흘러왔나?

현재 연세대학교는 현 연신원 터에 대우건설과 지상 3층 3040평 규모의 연세선교센터 건물을 짓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지난 1월 27일 철거가 시작된 후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양측이 서로 10미터 간격으로 천막을 짓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신과대 교수들은 천막을 철거했으나 문과대 교수들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계속할 의도다. 지금까지 문과대 측의 개발과 보존 논리로, 신과대 측은 교육권과 환경권 논리로 서로 대립해 왔다.

지난 3월 27일에는 양측이 서로 잘못된 사실을 유포했다며 공동사과문(아래 덧붙이는 글 참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한 양측 교수들을 만난 7일도 서로간 불신의 골은 상당히 깊었다.

그 동안 문과대 교수 측(2001년 9월에 '연신원 공간을 지키기 위한 대책위'를 결성)은 '생태적 캠퍼스'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일자형 건물로 최대 지상 500~600평에 지하 2500평(지상2층 지하 4층 규모)까지는 새로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반해 신과대 측은 '애초의 조감도의 설계대로 3040평 규모(지상 3층)의 건물을 지어도 충분히 환경친화적 건물이고 이 정도는 되어야지 교육여건이 개선된다'며 문과대 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때까지는 건물을 짓기는 짓되 주변환경을 얼마나 보존하고 생태적으로 지을 것인가가 논의의 주제였지만, 4월 4일부터는 신과대의 위당관(제2 인문학관) 사용 문제가 새롭게 부각됐다.

인문학관 선교센터 활용 대안 놓고 대립

문과대 김용민 교수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총장이 주재한 대표자 모임에서 신과대학의 서중석 학장은 위당관을 신과대가 선교센터로 사용할 수 있게 결의해준다면 신과대는 선교센터 신축을 포기하고, 신축 기금 40억원을 문과대에 양도하겠다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했다. 이에 대책위는 2400평 규모의 위당관을 비워 선교센터로 사용하도록 양보하기로 한 결의안을 문과대 전체 교수회를 통해 내놓았다"면서 "이 결의안을 학교본부와 신과대학에 정식으로 공문으로 발송했다"고 한다.

다시 굴삭기가 동원된 연신원 앞 마당
다시 굴삭기가 동원된 연신원 앞 마당 ⓒ 류종수
문과대 대책위는 이 결의안을 '답보상태에 빠진 연신원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지만 신과대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석환 신과대 교학부장은 "위당관 사용을 제의하는 것은 다른 의제를 들고 나와서 협상을 길게 가져가려는 대책위의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몇 천명이나 되는 문과대 학생들은 어디 가서 수업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불쑥 던진 '여론호도용 제안'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어떻게 해서든 새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용민 교수는 "우리가 이렇게 큰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이런 제안을 장난으로 내겠나"라고 반문하며, "일단은 문과대 전체교수회의에서 합의한 상태에서 나온 방안이고 신과대에서 애초에 제안했던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변명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반박했다.

신학대 학생들 "진전된 합의안 기대 어렵다"... 실력행사 나서

서로간의 공방을 지켜보던 신과대 학생들이 "4월 15일까지 기다려도 더 이상의 진전된 합의안이 나오기 힘들고 오히려 처음 건설안 보다 축소된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며 직접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15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학교측이 문과대 교수들의 천막을 철거하고 공사를 강행하라는 학생들의 입장을 학교측에 보여주기 위한 무력 시위인 셈이다. 이날 학생들의 울타리 설치 작업은 학교측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이루어졌다.

연신원 앞에서 펜스 공사를 주관하던 안도헌 신과대 학생회장은 "오죽했으면 이렇게 했겠냐"면서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신학대 건물을 지어서 신학대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된다는 우리들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손수 울타리를 치게 됐다"고 밝혔다.

손수 울타리를 치는 신과대 학생들
손수 울타리를 치는 신과대 학생들 ⓒ 류종수
작업을 같이 하던 김현성(여, 신과대학원 석사 3학기)씨는 "행정력으로 공사를 재개해서 이 문제를 처리해야 되는데 총장은 교수들의 압력에 밀려 우리들의 요구사항을 무시하고 있다"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방관하는 학교본부 "알아서들 해라"?

교수간에 불신이 깊어가는 사이 학생들마저 보다 나은 교육권에 대한 기다림을 포기한 형국이다. 학교측은 애초에 대책위 측이 내놓은 대체부지 사용도 거부한 채 이번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문과대 김용민 교수는 "자기 돈(학생들이 모금한 돈)으로 공사를 학교 내에서 하겠다면 본부가 앞으로도 이런 행위를 방치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양측의 입장을 조정해야할 학교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했다.

지금 연신원 사태는 보존과 교육권이라는 양측의 명분 공방을 넘어 불신과 비난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학생은 학생대로 절박하다. 신과대 새내기들은 자신들이 직접 공사를 재개한다는 안내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들 행동의 정당성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결국 15일 협상에서 얼마나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합의점에 접근할 수 있느냐에 이번 사태의 추이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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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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