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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과 해남일대 간척지 개답공사 현장
전남 영암과 해남일대 간척지 개답공사 현장 ⓒ 정거배
개답공사를 하면서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먹이가 많은 갯고랑이 사라지고 필요 이상의 넓은 도로가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측은 "대체 습지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개답공사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철새들의 집단서식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고 있는 인근 농민들은 정부에 경제특구와 같은 생태환경 농업특구지정 등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하며 철새와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일 해남 마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수일 교수(한국교원대)는 "간척지 벼농사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대규모 영농방법 때문에 인근 간척호수를 오염시키는 등 수질오염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개답공사 역시 "농토면적만 고려한 나머지 생물서식지인 친환경 완충지대가 없다"고 말하고 "갯고랑 습지보전과 함께 인공습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답공사시 농로와 둑, 수로 등 콘크리트 구조물이 야생 생물의 먹이사슬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 생태농업특구 지정 기대

이어 김향화 단장(해남 마산면 이장단)은 "농작물 파종기에 철새들 때문에 간척호수 주변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있으나 보상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향화 단장은 "간척지의 열악한 생태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생태환경 농업특구지정과 함께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이정식씨(농업과 환경을 위한 모임)는 "개답공사를 하면서 간척호수 주변 준설작업이 실시되면 수질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농지 면적 확보에 치중하기 보다는 습지보전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전남 해남 마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지난 4일 전남 해남 마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 정거배
이에 대해 농림부 이원규 과장은 "간척호수 주변 작은 섬의 경우 조류들의 서식지 보전차원에서 개답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새로 조성할 농지 주변 배수로와 저류지 등은 물이 자연정화 후 호수로 유입되도록 하는 공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원규 과장은 또 "간척호수와 농지를 가르는 둑(방수제)는 홍수시 농경지 침수방지를 위해 높게 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간척지 개답공사는 철새들의 서식처 파괴논란과 함께 농경지 확보라는 측면에서 각각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환경단체에서는 개답공사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 농민들은 농산물 개방이라는 엄청난 파도 앞에 버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친환경 농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농법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아직은 낯선 방식이다.

국회, 지원법 마련 움직임

전남 해남은 대규모 간척공사 덕분에 3700만평이 농지가 새로 조성됐다. 논 면적만 현재 2만6800ha로 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대 규모다. 간척지 논이 많은 해남에서 철새 도래지를 활용한 생태환경 농업이 제대로 정착될지 여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지난해 8월 국회환경포럼(회장 이정일 의원) 산하에 친환경농업 특구지정과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특위는 올 안에 (가칭) 친환경 생태농업 진흥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해남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이정일 의원은 "영암과 해남 일대 간척농지를 친환경 생태농업특구 시범지구로 지정해 정책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일 의원은 경제특구처럼 주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생태관광시설과 농업연수원, 농업학교를 비롯해 농산물유통가공시설을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간척지 개답공사를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쌀 공급 과잉 때문에서 고심하고 있는 정부는 휴경할 경우 일정액을 지원해주는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 논을 구태여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측은 "간척지 조성은 농지확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간척지를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향후 논란거리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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