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피아에서 불가리아와 그리스의 국경인 테살로니키 역에 내렸다. 거기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그리스땅의 남쪽끝에 있는 수도 아테네를 향해서 기차는 힘차게 달렸다. 테살로니키-아테네의 거리는 511km, 8시간에 이르는 먼거리였다.

신화속 파르테논 신전이 눈앞에

아테네에서는 어디에서나 언덕 위에 있는 신전 비슷한 건축물들이 보였다. 가이드 책도 없이 그리스에 갔기 때문에 사실 어떤 건물인지 알수가 없었다.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올랐고 언덕을 한참 올라서야 그리스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파르테논 신전임을 알 수 있었다.

▲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아테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번쯤 가볼만한 유적지였다.
ⓒ 김상욱
보수중이긴 했지만 사진으로만 봐오던 이곳에 왔다는 생각에 또 한 번 감동이 느껴졌다. 아테네가 그리스 수도이고 역사적인 유적이 많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너무 남쪽 끝이어서 사실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파르테논 신전을 보면서 그리스에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테네 라고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파르테논 신전일 것이다. 중국에서 천안문광장에 섰을때나, 인도에서 타지마할을 봤을때 느꼈던 감동을 또 한번 느낄수 있었다. 책속의 사진속에서 봐오던 곳에 왔을때 갖게되는 가슴 가득한 뿌듯함 이라고나 해야할까?

파르테논 신전은 보수공사중

▲ 파르테논 신전. 빼어난 건축물이었지만 보수공사 중이어서 다소 아쉬웠다.
ⓒ [P&L]김민식
신전의 지붕부분은 영국에서 다 뜯어가 대영박물관에 전시중이라고 하니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꼭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앙상한 모습이란게 다소 아쉽긴 했지만 남아있는 부분은 그래도 멋있었다. 내년 올림픽을 위해서 준비중인 것이 아닌가 하는 보수공사는 열심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득하게 멀찍이 보이는 지중해와 파르테논 신전 아래로 사방에 펼쳐져있는 아테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곳이 그리스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대형 그리스국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파란색의 국기가 파르테논 신전과 조화를 이뤄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 파르테논 신전 근처에 있는 고대의 원형공연장. 상당히 큰 규모였다. 뒤쪽에 보이는 것이 바로 아테네 시내 전경이다.
ⓒ [P&L]김민식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관광객도 매우 많았다. 한국인 단체여행객, 미국 젊은이들, 그리스 학생들 등 다양했다. 아테네는 시내 전체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울어져 있었다. 걸으면서 도시를 둘러보기에도 좋게 해놨다. 또한 파르테논 신전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는 노천 카페가 있어서 잠시 들러 차라도 한잔하고 싶었다.

그러나 기분만 들었지 비싼 물가 때문에 차 한잔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물가가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에 비하면 비쌌다. 그동안 유로화 안쓰는 나라로만 잘 다니다가 막상 고물가를 접해보니 당황스러웠다. 유로화의 사용이 물가만 올려놨다는 말이 떠올랐다.

친절한 아저씨(?)와의 만남

또한 아테네는 세계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인지 외국인에 대해서 상당히 불친절했다. 그리스인들이 전체적으로 별로 친절하지가 않았다. 아마도 외국인들을 많이 대해온 탓이리라. 내년에 올림픽을 한다는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소크라테스가 갇혀있었다는 감옥 앞에서. 정말 소크라테스가 있었던 감옥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 [P&L]김민식
파르테논 신전 근처를 산책하고 소크라테스의 감옥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에서 만난 어떤 그리스 아저씨가 재패니즈 냐고 물어봤다. 코리안이라고 했더니 상당히 반가워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자주 들른다면서 선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리스에 온지 얼마나 됐냐? 호텔은 어디냐? 터키는 별로다 등등 상당히 친한척을 했다. 사람도 좋아 보여서 약간 경계심을 풀었다. 자기 부인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다면서 콜라라도 한잔 함께하자고 했다. (그 때 시간이 오후 5시 20분쯤이었다)

나이트클럽에서 도망나와

아테네 시내를 하루종일 걸어다녔기 때문에 피곤했던 우리는 별 생각없이 친절한 아저씨를 따라갔다. 지하의 어느 찻집 정도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상당히 묘했다. 조명이 돌아가고 있고 사람도 없이 조용한데 여종업원만 있었다.

콜라를 시키고 앉았더니 여자들이 와서 사이사이에 앉았다. 여자들이 자기 술까지 가져오는걸 보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냥 친절했던 아저씨가 혹시 호객꾼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좋은 카메라도 있고 우리 수중엔 각자 90만원 정도의 현금도 있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술집여자라고 부를만한 여자들이 옆에 앉으니 너무 당혹스러웠다. 콜라에 수면제를 탔는지는 모르겠지만 콜라맛도 좀 이상했다. 결국 콜라도 조금밖에 못 마시고 도망쳐 나왔다. 아저씨가 진정한 호의로 데려갔는데 장소를 잘못 택한건지 아니면 우리를 뜯어내려고 작정한건지 알수가 없었다.

도망쳐 나와서야 본 그 가게의 네온사인엔 '나이트클럽' 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잠깐이었지만 아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호의였다면 아저씨한테는 미안한 일이다. 그일을 겪고나니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이렇게 접근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아테네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