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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과학아카데미 원장 유방현씨(중앙)와 역학계 원로 한중수 선생(오른쪽)이 TV촬영전에 담소를 하고 있다
한국전통과학아카데미 원장 유방현씨(중앙)와 역학계 원로 한중수 선생(오른쪽)이 TV촬영전에 담소를 하고 있다 ⓒ 황종원
역학 공부를 하는 강의실에 sbs TV카메라가 출동하였습니다. 비밀사교춤 교습장이라 뉴스 거리 찾아 나타난 게 아니나 수강생들은 얼굴 나오게 찍지 말라고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나는 뒷자리가 인기 '짱'입니다.

뒤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뒤통수만 찍으라니 카메라맨은 초상권이 있어 정면촬영은 허락 받고 하겠노라 약속합니다. 공부하여 욕되는 학문이 아닌데 아직도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게 공부를 하는 것을 수줍어합니다.

VJ카메라처럼 톡톡 튀는 주제를 찾아온 카메라가 아닙니다. 역학을 하는 이들에게 지침과 방향을 주는 '역술전서'를 비롯하여 35년에 60여권의 책을 쓴 한중수 선생에 대한 '다큐'를 찍겠다는군요.

역학 학원인 한국전통과학 아카데미 원장 유방현(57)씨가 역학계의 '대부님'을 위하여 학원 강의실과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비록 인생 역마차 같은 삶으로 세상을 달려온 저마다의 우리 인생들은 책 한 권을 남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합니다.

역학은 햇볕아래 밝은 학문이 아니라 달빛 아래 학문이고 그림자 속의 꽃입니다. 숨은 학문이며 외로운 학문인 역학 공부를 시작하여 해마다 2권 꼴로 책을 펴낸 이라면 그 노력은 존경 받을 만합니다.

역학 공부를 하면서 나는 역서 한 권을 잃지 못했습니다. 기초가 다져지지 않아 재미가 없으니 이해가 안 되고 누가 제대로 된 책을 썼는가 하는 상식도 없는 초보입니다.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타자를 기본으로 하듯 이제 겨우 그 과정을 지나 문서 작성을 하는 수준이랄까요. 워드를 자기 입맛대로 쓰는 방법을 배우는 초입에 들어섰으니 기본을 알아야 진도가 나가는 법은 컴퓨터나 역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뜻밖에 역학계 원로를 뵙고 명함을 주고 받으며 서로 인사를 합니다.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드립니다. 빗대어 말하면 탤런트 최불암과 연기학원생과 만난 셈이지요.

한중수 선생의 특강후 수강생과 sbs TV와 인터뷰
한중수 선생의 특강후 수강생과 sbs TV와 인터뷰 ⓒ 황종원
요즘 인터넷이며, 사주카페며, 머리방에까지 사주 풀이가 유행입니다. 한선생은 역학의 증인이며 사주쟁이들의 윗분입니다. 그러기에 방송청취률에 신경 쓰는 TV방송국까지 흥미를 느껴 '다큐'를 찍는 것일 테지요.

책을 많이 쓴 것과 입담은 비례하지 않나 봅니다. 한선생의 30여분 강의가 밋밋합니다. 칠순을 넘긴 노년의 원기 탓일까요. 타고난 팔자에 술객의 재질이 빠져서 일까요. 입담 좋은 술객들은 아는 것에 뻥 튀겨 사람을 홀리기도 합니다. 아는 것과 입담과는 다릅니다.

책을 많이 썼다고 인세가 많이 나와 큰 돈을 벌지 못합니다. 잘해야 1~2천부 팔리려나, 책이 전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입담이나 직감력으로 팔자풀이를 콕콕 찍는 사람들이 돈복도 따라오지만 책 쓰기 즐기거나 가르치는 삶이 즐거운 이에게는 돈보다 보람만 가득합니다. 보람은 돈이 못되고 수고만이 업입니다.

한선생은 "사주 풀이를 잘 하는 사람이래도 80% 정도 맞추지요. 10%는 하늘이 만들고 10%는 자신의 환경이며 자신이 만들어갑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 팔자가 기박하다고 버릴 것인가요? 운과 자신의 능력이지요. 팔자로 판단하되 100%는 아니며 팔자에 따른 상담을 하여야 합니다. 옛날 자연이 깨끗할 때는 사주감정이 잘 맞았지요. 시골 200여 호 되는 마을에서 사람들의 사주를 감정하면 거의 맞았습니다.

지금 세상에 큰 도시에서는 팔자를 봐주고 나서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이 안돼요. 나중에 다시 와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요. 옛날과 달리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기가 움직이고 흔들려서지요."
역학의 대가마저 사주팔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게 깨닫기 위하여 몇 십 년 세월과 수 십 권 책을 쓰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은 다 압니다. 속 불이 끓어 목이 타면 물을 찾는 것이요, 소한 대한 추위에는 난로가로 가지요. 사람을 만날 때나 직장 생활을 해도 분위기가 좋다는 말은 내 기분 취향에 맞아서입니다.

내가 성질이 급한데 아내마저 불 같으면 그 집은 풍지박산날 것이 불 보듯 하지요. 그러니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며. 아내가 불을 받아주는 흙 같다면 그 불은 아내를 이조 청자나 고려 청자로 만드는 복이 되니 인생의 좋은 짝꿍으로 찰떡 궁합이 됩니다. 한선생의 가르침은 너무 평범하여 다 알 수 있는 듯하나 그게 바로 세월이 갈고 딱아 준 연륜이니 단순 명백한 결론이 노승의 화두 같군요.

타고난 팔자는 정해 있되 운명은 자기가 개척하는 것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듯 '팔자는 팔자요, 운명은 운명'이지요. 자기 개척 정신을 가지고 운을 움직이라는 말씀으로 나는 알아 듣습니다.

팔자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바로 주민등록번호에 있습니다. 팔자를 풀어 연연할 것이 아니며 불행할 때 의지를 잃지 말고, 행복할 때 겸손하게 사는 것이 팔자답게 사는 길입니다.

방송 일정은 5월이며, 아직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나 역학 외길 인생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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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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