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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교육개방 저지 전국대학생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교육개방 저지 전국대학생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 석희열
이달 31일까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서비스시장 개방계획서에 정부가 교육부문을 포함시키기로 최종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교육주체들의 반발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교대협 등 13개 학생운동단체로 구성된 교육학생연대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WTO 교육개방 저지와 등록금 인상 반대 및 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대학생 총궐기' 집회를 갖고 정부의 교육개방 방침에 항의하며 밤늦게까지 도심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교대생 5천여명이 상경하면서 1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교대생 5천여명이 상경하면서 1만여명이 참가했다 ⓒ 석희열
대학생 집회로는 최근 최대규모인 이날 집회에는 교육개방에 반대하여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상경한 교대협 소속 교대생 5천여명 등 1만여명이 참가해 마로니에 공원을 가득 메워 교육개방에 대한 이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었다.

교육학생연대 상임 공동대표인 최지선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유럽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투쟁하면 정부의 양허안 제출 방침을 바꿀 수 있다"며 "교육개방 저지투쟁에 청년학생들이 앞장 서서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민족교육을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수백개의 깃발과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각종 피켓이 등장한 이날 집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성토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집회 내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졌다.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오늘 우리는 교육개방을 추진하고 미국 주도의 더러운 침략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을 내몰려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본모습을 깨달아가고 있다"면서 "그는 결코 개혁적인 인물이 아니며 국민의 대통령은 더 더욱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이날 집회장에는 교육개방 방침에 항의하는 검은색 피켓이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집회장에는 교육개방 방침에 항의하는 검은색 피켓이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석희열
오주영 공주교대 총학생회장도 투쟁발언을 통해 "교육은 상품이 아닌데도 교육을 시장에 내맡기려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을 비판한 뒤 "노무현 정권에게 청년학생들의 힘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본때를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이영훈 한총련 임시의장 권한대행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가 독립된 나라, 적어도 미국에게 떳떳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왔다"며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저 더러운 나라 오만한 나라 미국에게 우리의 교육시장을 팔아넘기려 한다"고 쏘아붙였다.

또 집회 참가자들은 "재래시장도 아닌 교육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교육개방 어림도 없다"면서 정부가 양허안을 제출할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혜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만약 교육개방 양허안이 제출되면 우리 청년학생들은 국회로 청와대로 달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교육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공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방해하는 세력을 모든 교육주체들의 힘을 모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에 처음 참가한 03학번 새내기들이 빨간색 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대규모 집회에 처음 참가한 03학번 새내기들이 빨간색 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석희열
성신여대 총학생회장 주향미 교육학생연대 상임 공동대표는 "우리가 말하는 교육개방 반대투쟁은 이미 각 단위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선 투쟁"이라며 "오늘이 이번 투쟁의 총화지점이다. 국민을 상대로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학생연대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석유와 패권을 위한 미국의 더러운 이라크 침략전쟁에 참여하고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WTO 교육개방에 참여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실상이라면 우리는 이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3월 양허안 제출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학생연대는 "교육개방은 이 나라 민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는 미국 중심의 외국 교육자본의 이익을 위해 교육주권을 팔아먹는 매국행위"라며 "특히 김진표 경제부총리,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과 몇 몇 관료들은 '을사 5적'과 다름없는 매국노로 규정되어 역사와 민중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육학생연대는 "교육개방은 교육을 시장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완전한 자유무역의 대상,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곧 국가가 더 이상 교육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며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들이 거리행진 도중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자 길바닥에 누워 8박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들이 거리행진 도중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자 길바닥에 누워 8박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석희열
한편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대회 참가자들은 "WTO 물러가라" "교육주체 하나되어 교육개방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로 2가 YMCA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시위대가 행진을 계속하려 하자 경찰이 YMCA 앞에서 길을 막았다. 세종로 교육부까지 행진을 계속하려는 시위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소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으나 양측이 서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대정부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교육부를 방문한 대표들이 별 성과없이 돌아오자 이에 흥분한 시위대가 교육부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2차 충돌했다
대정부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교육부를 방문한 대표들이 별 성과없이 돌아오자 이에 흥분한 시위대가 교육부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2차 충돌했다 ⓒ 석희열
WTO 공투본 김수정 집행위원장은 "교육개방 반대투쟁은 그 동안 투쟁 과정에서 대중적인 싸움임이 확인되었다"면서 "정부가 양허안 제출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보다 조직적이고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동자 농민 등과 연대해서 WTO 반대투쟁으로 확산시켜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전에 참전하고 WTO 교육개방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에 걸었던 우리의 기대가 이미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는 동시에 정치권이 교육운동 진영을 적으로 돌린 것"이라고 규정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저지로 길이 막힌 시위대는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행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2시간 동안 연좌농성을 계속하던 시위대가 또다시 교육부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평화적인 행진을 요구하며 종로 YMCA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
평화적인 행진을 요구하며 종로 YMCA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 ⓒ 석희열
이날 시위현장에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띄웠다. 친구들과 함께 이날 시위를 유심히 지켜보던 서울 강현중학교 2학년 김혜진양은 "교육개방이 되어 미국의 교육기관이 들어오면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사라지고 돈 많은 사람들만 교육을 받게 돼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를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막혀 더 이상 행진을 할 수 없게 된 시위대는 근처 종묘공원으로 집결하여 이날 밤 10시경 정리집회를 통해 29일 오후 3시 종묘공원에서 열리는 전국민중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의하고 자진 해산했다.

한편 전교조 소속 교사와 대학생 1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방침에 항의하여 집단 삭발식을 가진 뒤 철야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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