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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에서 탄 버스는 세 시간 가량 걸려 릴라산맥 속의 릴라사원에 우리를 내려놨다. 거의 지리산을 연상시킬 정도의 깊은 산 속이었다. 눈도 많이 내려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길만 빼곤 모든 게 얼어 있는듯. 공기도 맑고 물흐르는 소리가 정말 산속에 왔구나 싶었다.

귀곡산장(?)의 좋은 사람들

근처의 좀 괜찮은 호텔에 가니 둘이 하룻밤에 34유로였다. 그 동안 비교적 괜찮은 호텔에서 묵어왔지만 이건 너무 비싸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걸어가봤더니 허름한 또 하나의 호텔이 있었다. 한때는 꽤 잘 나간 듯했지만 지금은 앞의 호텔에게 손님을 뺏긴 다소 초라한 모습을 한 그런 곳이었다.

▲ 호텔의 전종업원들과 함께.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정말 착하고 친절했다.
ⓒ 김상욱
사람도 없고 종업원도 없고 좀 이상했다. 할아버지는 한 사람에 20달러라더니 깎아달라고 했더니만 대번에 두 사람에 25달러로 깎아줬다. 사람이 없으니 우리라도 받는 건가? 많이 깎아줘서 고맙긴 하면서도 다소 황당했다. 이게 불가리아 인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가 머문 호텔은 호텔이라기보다는 '귀곡산장'이 어울릴 법한 곳이었다. 아무리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종업원도 없고 - 주인인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와 그의 아들로 보이는 사람 한 명뿐 - 손님도 우리밖에 없었다.

산 속이라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적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했다. 휑하니 넓은 호텔시설(복도, 로비)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호텔이라곤 하지만 TV도 없고 전화기도 없었다. 무서워서 일찍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히터 하나만 켜진 채 추워서 침낭까지 이불을 세 겹으로 덮고 털모자를 쓰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동구의 알프스 속에 있는 릴라사원

▲ 릴라 사원. 불가리아인들에겐 굉장히 성스러운 곳이라고 했다. 마침 눈까지 내려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 김상욱
릴라 사원은 상당히 산 속인지라 관광객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름에는 꽤 많은 유럽인들이 찾아오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라 했다. 아름다운 릴라 산맥과 조화를 이룬 사원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곳이었다.

단 하루종일 보기엔 좀 그렇고 아침에 와서 보고 오후쯤 가는 게 좋을것 같았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경치도 보고 하루쯤 자고 가는 것도 물론 괜찮은 일이긴 하다.

사원 안에 들어가보니 금장식으로 이루어진 전면이 한눈에 들어왔다. 약간은 화려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모습이 절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을 연상하게 해줬다. 교회에서 불상을 연상한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왠지 대웅전 내에 있는 불상들이 떠올랐다.

▲ 릴라 사원의 벽화. 이 벽화들은 무엇을 말하려는걸까?
ⓒ [P&L]김민식
릴라 사원에는 많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사원 벽을 가득 감싸고 있는 벽화들은 불가리아인들의 역사를 그림으로 설명하려는 게 아닐까? 아니면 이들이 믿는 그리스도의 삶을 담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화려한 벽화들이 잘 보전되고 있었다. 워낙 산중 깊은 곳이니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문자를 이곳에 새겨놓은 것일까? 이곳에 씌여진 글씨들이 불가리아의 문자를 지켜냈다고 한다. 터키가 500년간 불가리아를 지배하면서 문자까지 없애려고 한 모양이었다. 불가리아인들에겐 굉장히 성스러운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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