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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파병 동의안이 상정될 예정인 28일 이른 7시.

상도동에 소재한 한 아파트 입구에 "서청원 의원은 국회파병동의안 거부하라!",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비롯 각종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2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함께, 민주노동당동작갑지구당, 민주노동당중앙대학생위원회, 중앙대총학생회 소속 회원들로 이곳에 살고 있는 서청원 의원(한나라당)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인 것이다.

신대방동에 산다고 밝힌 최은아씨(여, 31)는 "오늘 국회에 상정하여 처리할 예정인 미국의 이라크침략에 대한 한국군파병동의안에 대해 서청원 의원이 국민과 지역구민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서청원 의원은 이들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출근을 계속 늦추다가 경찰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도착한 후 오전 8시 30분쯤이 되어서야 시위단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 의원의 아파트에서 진행된 시위대표단과 서 의원의 면담은 별 성과없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나고 말았다.

▲ 출근길에 '파병반대'시위대와 부딪친 서청원 의원
ⓒ 김학규
대표단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명백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침략전쟁"이라면서 "우리 국민의 80%가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과반수가 비전투병이라할지라도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의 파병동의는 있을 수 없다"며 파병동의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한미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파병은 불가피하다"며, 자신도 "파병동의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면담이 끝난 후 출근길에 나선 서청원 의원에 대해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위대에서 여러 요구가 터져 나왔다.

"입장을 분명히 해주십시오! 파병동의안을 거부해주십시오!"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없습니다!"

▲ 지역구민과 서청원 의원간의 논쟁 장면
ⓒ 김학규
이에 대한 서 의원의 대답도 단호했다.

"그래 찬성을 분명히 할께!"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건가? 나도 민주화 운동했고, 감옥에도 갔다왔어! 한나라당의 대표까지 한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할 꺼야?!"

서 의원은 자신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지역구민과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결국 서 의원은 미용실을 들러 머리를 다듬은 후 지역구민과 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중앙대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오늘은 출근저지가 목적이 아니고 우리의 뜻을 분명히 전달하고 압박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오늘의 처리 결과에 따라 다음에는 출근저지와 같은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춘 파병지지의원에 대한 압박활동은 이훈평 의원(민주당, 관악갑) 등 곳곳에서 동시에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지지 의원과 태도유보의원에 대해 해당지역구민들과 결합한 형태의 이와같은 면담요청과 압박활동은 향후 파병동의안 처리과정의 전개에 따라 급속히 확산될 수도 있어 해당의원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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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현충원 역사산책>(2022),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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