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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주민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보길면 청별항에서 진행된 주민 궐기대회.
27일 주민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보길면 청별항에서 진행된 주민 궐기대회. ⓒ 강성관
이에 대해 보길도 주민들은 3월 27일 보길도 선착장에서 6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보길도 댐 백지화를 위한 주민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완도군에 댐 증축 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민들이 댐 증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효율성 없는 댐 증축 유적지만 훼손할 뿐"

우선 댐 증축으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상수원 댐이 노후된 관로와 시공 당시 암반층까지 파지 않고 자갈층에 진흙을 발라버린 부실공사로 인한 누수율이 60%에 달하는 상태에서 댐의 둑만을 높이는 숭상공사로는 150만톤 규모로 증축해도 현재의 물 부족 상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길·노화간 연도교가 완공되면 80만 이상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관광객들에게조차 원활한 물공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댐 증축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윤선도 유적지 훼손 문제이다. 주민들은 증축 예정지인 부용동에 사적 368호로 지정된 낙서재와 동천석실, 곡수당, 무민당, 오운대 등이 즐비해 있어 댐이 들어서게 되면 상당 부분이 멸실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363억원을 들여 고산 윤선도 유적지 복원 공사가 진행되는 바로 옆에 댐 증축을 추진하고 있는 완도군의 행정에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들이다.

'문화재보호법시행령'에 따르면 문화재를 중심으로 주변 500m 이내 지역에서 건설공사를 할 경우 사전에 시·도 지사는 반드시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짓고 있다. 국립공원 지역에 들어서는 이 댐은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부터 500m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완도군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주민들의 진정으로 이 사실을 알게된 문화재청은 완도군에 댐 증축 중단을 명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완도군은 그제야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신청서를 냈으나 문화재 지표조사를 선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한번 반려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주민들 댐 대신 담수화시설 요구

뒤늦게 완도군은 '(재)전남문화재연구원'에 공사가 문화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달라는 용역을 맡겼다. 그러나 주민들은 '(재)전남문화재연구원'이 완도군에서 발주한 윤선도 유적지 발굴사업도 맡고 있어 문화재지표조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길도 댐 증축 현장 사무소
보길도 댐 증축 현장 사무소 ⓒ 강성관
주민들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고 더구나 보길도의 상징인 윤선도 유적지마저 위태롭게 하는 댐 대신에 안정적인 식수공급이 가능한 해수 담수화시설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제주도의 우도와 추자도, 한산도, 홍도 등의 예를 들면서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댐 대신에 공사비도 댐 건설의 1/3정도로 저렴하고 문화재 훼손 우려도 없는 해수 담수화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보길도 댐 증축으로 인한 최대 수혜지역인 노화도에는 소금기가 있는 염지하수가 풍부하기 때문에 염지하수 담수화 시설이 좋은 대안이라고 '보길면 상수원대책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특히 염지하수는 바닷물 담수화보다 생산단가가 절반 이상 싸고 고장도 거의 없으며 물맛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완도군, "유적지 훼손 사실무근 댐 증축이 최선의 대안"

보길도 댐 증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완도군은 군청 홈페이지(www.wando.go.kr)를 통해 댐 증축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방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주민들의 문화재 훼손 우려에 대해 "보길상수원지 제방이 윤선도 사적지와 300m 가량 떨어져 있어 문화유적이 훼손되거나 수몰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관로매설공사 일부 구간이 사적지 500m 이내에 있기 때문에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수 담수화시설 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설치 후 10∼15년이 지나면 다시 교체해야하기 때문에 임시적 시설"이라고 규정한 뒤 "고장이 잦아 안정적인 물 공급이 어려운 단점"이 있으며, "톤당 생산단가도 보길 상수원지보다 2배 정도 비싸" 경제적이고 항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도군은 지역주민과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이해와 동의를 구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선 보옥리·부황리 구간의 관로매설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노하는 주민 "반드시 저지할 것"

3월 27일 오전 11시 보길도 선착장에서는 '보길도 댐 백지화를 위한 주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차가운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대회에 참여한 600여명의 보길도 주민들은 댐 증축을 둘러싼 완도군의 행정에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보길면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수렴을 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물 문제를 떠나 행정당국이 주민의 의사를 너무 무시하고 주민이 제시한 대안마저 외면한 채 밀실행정만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발굴작업이 진행중인 곡수당(왼쪽)과 곡수당에서 바라본 보길도 댐(오른쪽)
발굴작업이 진행중인 곡수당(왼쪽)과 곡수당에서 바라본 보길도 댐(오른쪽) ⓒ 강성관
댐 자체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궐기대회에 참가한 김모씨는 "다른 나라에서는 환경 때문에 있는 댐도 해체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아무 효과도 없을 댐을 왜 증축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유적지 보호나 안정된 식수 공급에 대한 치밀한 계획도 없이 졸속행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김모씨는 "댐 증축이 중단되더라도 우리 보길도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이득은 없으나 잘못된 행정만큼은 끝까지 투쟁해 바로잡을 것"이라며 굳은 결의를 나타냈다.

조정욱 보길면 상수원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일치된 의견에 대해 "안정적인 물 확보와 지역의 자랑거리인 문화유적을 잘 보존하려는 주민들의 순수한 열정"이라고 풀이한 뒤, "공청회 당시 다수가 참석한 보길도 주민들 모두가 반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이 찬성했다고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한 완도군에 분노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주민대표 4명이 항의의 표시로 삭발했으며 앞으로 공사가 계속 강행된다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지금 어부사시사의 요람 보길도에는 "지국총 지국총 어 와" 가락의 존폐여부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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