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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이 부시의 망명권고를 공식적으로 거부, 이라크 진공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3월 19일 낮 12시(현지시각), UCLA 근처의 연방청사 앞에서 반전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는 시위에 참여하던 시민 35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태가 벌어져 코앞에 닥친 전쟁을 둘러싼 의견대립이 심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시민들을 연행하기 위해 경찰이 체포와 관련된 법규정을 읽어주고 있다.
ⓒ 박우성
한 경찰 관계자는 “LA 지역이 테러의 주요 목표 도시가운데 하나"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일체의 시위가 제한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전쟁 개시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반전단체들의 일정이 공권력에 의해서 봉쇄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 경찰과 대치한 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
ⓒ 박우성
미주지역의 반전운동단체들은 당초 미국이 이라크 폭격을 개시하는 당일 오후 다섯 시에 시위를 벌이기로 예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CNN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일제히 이날 중으로 전쟁이 개시될 것으로 예상하는 보도를 내보내자 전쟁 직전의 마지막 시위를 전국적으로 벌이기로 긴급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처음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연방청사 건물
ⓒ 박우성
이날 LA지역의 시위에는 평일 낮 시간이라는 점과 시위장소가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라는 이유가 겹쳐 500여명이 조금 넘는 소수의 시민만이 참여했다. 그러나 전쟁이 임박했다는 마음이 전쟁반대의 외침을 좀더 절실하게 외치게 한 데다가 전에 없이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는 경찰들로 인해 이전의 반전 시위들에 비해 다소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체포 당할 것을 결의하는 시위대의 모습
ⓒ 박우성
이날 시위를 주도한 Int’l A.N.S.W.E.R Coalition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체포사유는 모두 교통법규 위반 등 가벼운 죄목에 해당되는 것으로 큰 법적 절차 없이 곧 풀려나올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오늘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경찰의 부적절한 공포분위기 조성과 노골적인 적대감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있을 각종 시위에서 적잖은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시민들을 보도블럭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
ⓒ 박우성
연방청사 건물(11000 Wilshire Blvd) 앞에서 한동안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시위 참가자들이 근처의 다이앤 파인스타인(Dianne Feinstein) 캘리포니아 연방상원의원의 사무실까지 행진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 처음 연방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할 때의 모습
ⓒ 박우성
▲ 평일 낮이어서 인지 참여한 시민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 박우성
시위대들은 보도블럭을 이용할 것을 종용하는 경찰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Whose street? Our street!” 이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도로 한가운데로 나서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사무실로 향하는 도로를 가로막자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을 가로 막는다면 반대편으로 가서 웨스트우드 길(근처의 주요한 도로 중 하나)을 가로 막자!”고 제안했다.

시위대가 발길을 돌려 웨스트우드 길을 향해 행진을 시작하자 수십 명의 경찰들이 출동했고 그사이 다시 연방청사 건물 앞을 지나치고 있던 시위대들을 한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경찰에게 저항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미국 사람들인지라 많은 시민들이 순순히 보도블럭으로 올라서는 것을 본 시위대는 이번에는 길에 주저앉아서 곧바로 농성에 들어갔다.

▲ 유모차에도 자동차 범퍼에 붙이는 스티커를 붙여봤다
ⓒ 박우성
▲ 시위에 참여한 한인 교포들의 모습
ⓒ 박우성
▲ 휠체어를 끌고 시위에 합세한 마이클 콘래드(60)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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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바닥에 남기는 반전의 메시지도 모자라 몸에도 잔뜩 적었다
ⓒ 박우성
체포된 사람들을 싣기 위한 경찰버스가 출동하고 곤봉을 든 경관들이 도로에 앉은 시위대를 에워싸고 보도블럭의 시위대와 분리시키자 사람들이 더욱 소리를 높이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들을 향해 “Shame on you!”를 연호하며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던 시위대들은 계속 도로로 나서며 시위를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시위대가 “경찰들이 우리 모두를 체포할 수 없다. 함께 힘을 모아서 시위를 계속하자”며 보도블럭으로 물러서 있는 사람들에게 농성 동참을 호소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지금 도로에서 일어나서 보도블럭으로 가지 않으면 모두 체포할 것”이라고 말하자 “오늘 체포를 당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서로 의논하며 각자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 경찰에 의해 행진이 중단됐다
ⓒ 박우성
▲ 경찰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도로로 나서려는 시위대
ⓒ 박우성
▲ 웨스트우드로 가기로 결정한 시위대의 모습
ⓒ 박우성
현재 반전 단체들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전쟁을 강행하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난이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보고 개전 이후에도 전쟁중단과 부시의 대외 정책 재고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계속 진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LA 지역에서 오는 23일 열릴 예정인 할리우드에서의 대규모 반전시위를 어떤 모습으로 치르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출동하는 경찰들
ⓒ 박우성
▲ 평화를 상징하는 마크를 새긴 미국국기를 흔들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 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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