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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6시경 수사관들에게 양팔을 잡힌 채 서울지검으로 압송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19일 오후 6시경 수사관들에게 양팔을 잡힌 채 서울지검으로 압송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일 오후 6시 5분께 이석희씨가 서울지검 도착했다. 미국에 파견했던 서울지검 소속 수사관 3명과 함께 해쓱한 얼굴로 도착한 이씨는 곤색 콤비에 셔츠 차림이었다. 이씨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3, 4분 정도 포트라인에서 머물었다. 곧바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이회창 총재에게 대선 자금 모금 지시 받았나?
"들어가서 말하겠다."

- 소회 한마디 해달라.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 끼쳐 죄송하다. 그간에 모든 진실은 조사를 받으면서 밝히겠다."

이씨는 그 뒤 곧바로 수사관들에 이끌려 10층 박영관 특수 1부장검사 방으로 들어갔다. 약 10분간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같은 층에 있는 조사실로 옮겨 변호인을 만났다. 이씨에 대한 변호는 최근 검찰 인사파동과 관련해 퇴임한 명노승 전 법무차관이 맡았다.

박영관 부장검사는 이씨에 대해 "건강상태가 괜찮다"며 "이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씨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밤샘조사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 씨에 대한 접견을 마치고 나온 명노승 변호사는 “기소된 내용과 (이 전 차장이) 미국 재판과정에서 얘기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명 변호사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라 가족들이 변호를 부탁해 6년 만에 만났다”며 “전립선도 안 좋고, 위산과다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으로 압송된 이석희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몇차례 답한 뒤 수사관들에 이끌려 승강기로 향하고 있다.
서울지검으로 압송된 이석희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몇차례 답한 뒤 수사관들에 이끌려 승강기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3신:19일 오후 4시 50분>
이석희씨 인천공항 도착


이석희씨가 19일 오후 4시 40분경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지검에서 미국에 파견한 수사관 3명과 함께 입국한 이 씨는 취재진의 촬영에 응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씨는 입국수속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지검으로 향했다.

이 씨는 지난 98년 세풍 사건에 대한 본격수사가 벌어지기 직 전 미국으로 도피한지 4년 7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귀국했다.

<제2신:19일 오전 11시 20분>

이석희씨 수사, 이충호 부장검사가 담당


19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지검에 도착하는 이석희 전 차장에 대한 수사를 전담할 주임검사로 이충호 대전지검 특수부장(사시 26회)으로 정해졌다.

검찰은 지난 98년과 99년 대검연구관 시절 세풍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이 부장검사를 이날 서울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 내고 서울지검 특수 1부에 배치했다. 특수1부의 이두봉 검사도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이석희씨는 이날 새벽 2시 30분(한국시각)에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서울지검 수사관들에게 신병이 넘겨져 바로 긴급 체포됐으며, 새벽 3시 30분에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오후 4시55분경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서초동 서울지검으로 압송된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늦어도 20일 밤까지는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 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조사내용에 대해 “국세청의 권한을 남용해 24개 기업으로부터 166억 7천만원을 걷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건설업체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는지 등이 중요사항”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치인들의 세풍자금 유용’과 이씨의 도피과정 및 지원세력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세풍사건과 관련된 출국금지자는 서상목 전 의원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조직인 ‘부국팀’관계자 석 아무개씨 등 11명이다.

19일 새벽(한국시간) '세풍'사건의 주역 이석희(가운데) 전 국세청 차장이 한국으로 압송되기 위해 미국 연방검찰과 함께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19일 새벽(한국시간) '세풍'사건의 주역 이석희(가운데) 전 국세청 차장이 한국으로 압송되기 위해 미국 연방검찰과 함께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 뉴시스
<제1신:19일 오전 9시 30분>

세풍사건, 이번엔 '배후' 밝혀질까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미국서 압송, 오후 5시경 도착


검찰이 지난 2000년 2월 미국측에 신병인도를 요청했던 '세풍사건'의 핵심인물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19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 16일 수사관 3명으로 구성된 검찰 신병인도팀을 미국에 보냈으며 이들은 오늘 새벽 3시께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미국측으로부터 이 전 차장의 신병을 인도받았다.

검찰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이 전 차장을 서울지검으로 압송해 조사한 뒤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현재 세풍사건의 수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에서 맡고 있다.

99년 검찰, "국세청 동원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 조달한 국기문란사건"

이른바 '세풍사건'이란 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사건을 가리킨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세풍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이명재 중수부장)는 99년 9월 6일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한나라당이 청와대 사정비서관까지 개입시켜 국세청을 동원, 합작하여 기업들로부터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을 조달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세풍사건을 규정했다.

검찰은 당시 동아건설의 재산은닉과 해외도피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세풍사건의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풍사건의 전모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서상목, 이회성, 김태원, 임채주, 이석희 주정중은 순차 공모하여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 최고위 간부직원으로서 기업에 대한 조세의 징수·부과권 및 세무조사권을 가지고 있음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97년 10월∼12월 사이에 총 23개 기업으로부터 합계 166억7000만원의 한나라당 대선자금을 불법모금."

한나라당이 국세청을 동원해 불법모금한 금액은 총 166억7000만원. 그리고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은 현대, SK, 동아, 대우, 극동, 동양, OB, 하이트, 삼양, 동부, 한화, 한진, 대림, 쌍용, 대한전선, 진로, 신세계, 세아제강, 신동아, 한국화장품, 한국야쿠르트, 한국타이어, 금강제화, 두진공영 등 24개 기업에 이른다.

부국팀 관여 여부는 일부 확인...이회창 사전인지와 가담 여부 쟁점될 듯

세풍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석희 전 차장의 신병이 인도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약 3년 6개월만이다. 특히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8년과 99년 당시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는 자금조성 경위와 규모 및 방법, 조성된 자금의 전달과 사용, 자금의 한나라당 입금 여부와 개인적 유용 여부 등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은 서상목 전 의원, 이회성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고문,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임채주 전 국세청장,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주정중 전 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세풍사건의 핵심 혐의자로 지목했다.

특히 이회창 전 총재의 사전인지와 가담 여부가 수사초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의 도피로 그 실체에는 최종 접근하지 못했다.

세풍사건, 어떻게 불거졌나?

'세풍사건'은 98년 8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서상목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출국이 저지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1차 세풍'에 불과했다. 99년 7월 12일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체포되면서 '2차 세풍'이 불어닥쳤고, 대검 중수부는 99년 9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검찰은 세풍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던 이석희 전 차장이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해 사건의 실체를 완벽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선을 10개월 앞둔 지난 2002년 2월 16일 이 전 차장이 미국 FBI에 의해 체포되고 그의 신병인도를 둘러싼 재판이 미국 법정에서 진행되면서 세풍사건은 대선의 뇌관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19일) 이 전 차장의 신병이 국내로 인도됨으로써 세풍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3차 세풍'이 불어닥친 셈이다. / 구영식 기자
검찰은 99년 9월 중간수사 발표에서 "이 사건 관여자들이 불법모금에 나선 동기와 이회창 후보의 이 사건 관여 여부에 대하여는 핵심 혐의자인 이석희씨의 진술을 들어야 그 진상이 밝혀질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의 배후실체 규명은 향후 수사과제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은 먼저 세풍사건의 '배후실체'를 밝히는 데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97년 대선 당시 서상목 의원과 김태원 재정국장, 이회성씨 등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들이 세풍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서상목 전 의원은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본부 기획본부장을 맡아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이회창 전 총재의 핵심측근이었고, 이 전 총재의 친동생인 이회성씨는 부국팀을 주도했다.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측의 관여여부가 세풍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측의 관여여부가 세풍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 이종호
검찰은 특히 이회창 전 총재의 사조직인 일명 '부국팀'의 관여여부에 대해 상세히 조사했다. 다음은 99년 9월 대검 중수부가 발표한 중간수사결과 중 '부국팀' 관여여부에 관해 기술한 부분이다.

"부국팀 관여자들의 진술 및 그들로부터 입수한 일부 문건 등에 의하면 97년 9월 25일에 개최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정기면담을 앞두고 부국팀에서는 한나라당의 대선자금난 타개를 위해 이회창 후보가 김 대통령에게 국세청과 안기부를 동원해 달라는 부탁을 하라는 취지의 면담참고자료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로 미루어 이 사건의 발생단초가 부국팀에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가지고 위와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이를 이회창 총재에게 보고하였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위 보고서의 작성실무자로 알려진 석철진(37) 전 부국팀 기획담당자에 대해 99년 1월 중순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출석요구를 하였으나 지방으로 도피하는 등 지금까지 출석치 아니하여 진술을 들을 수 없었는데, 참고인에 대한 강제출석제도가 없는 현행 법제상 이 부분도 향후 이석희가 귀국한 후 불법모금 동기가 규명되면 함께 조사할 예정."


이석희, "기업인들이 자금전달 요청을 해온 경우 심부름을 한 것뿐"

즉 이회창 전 총재와 그의 사조직이었던 부국팀의 관여여부는 이석희 전 차장을 수사하면 밝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특히 수사과정에서 부국팀 멤버였던 석철진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세풍기획보고서'를 입수해놓은 상태다.

세풍사건 일지

▲1998년
8월 31일 서상목 의원 출국 금지.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서 의원 공항에서 저지.
9월 1일 임채주 전 국세청장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
9월 3일 서상목 의원 1차 검찰소환 불응
9월 4일 한나라당 제197회 임시국회 단독소집('방탄국회' 시작)
9월 7일 검찰, 서상목 의원에 대해 소환통보
9월 14일 서상목 의원 검찰 출두. 이후 3차례 출퇴근 조사.
9월 28일 서상목 의원 사전구속영장 청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1월 4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대국민 사과성명
11월 25일 주정중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구속
12월 10일 이회창 총재 친동생 이회성씨 체포
12월 12일 이회성씨 구속

▲1999년
1월 6일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추가 기소
1월 23일 이회성씨 첫 공판
2월 7일 검찰, 서상목 의원 체포 시도 실패
4월 7일 국회,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4월 27일 서울지법, 이회성씨 보석 석방
7월 12일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검거
8월 28일 이회성씨 변호인단, 위헌심판제청 신청
9월 1일 한나라당, 계좌 압수수색 영장사본 공개
9월 5일 이회창 총재, 두번째 대국민사과
9월 6일 대검 중수부, 중간수사 결과 발표

▲2000년
2월 검찰, 미국에 이석희씨 신병인도 요청

▲2002년
2월 16일 미국 FBI, 이석희씨 체포

▲2003년
3월 19일 이석희씨, 신병인도 및 귀국
당시 세풍사건 수사팀에 있었던 한 검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부국팀 보고서(세풍기획 보고서) 내용을 (검찰에서) 다 확인했다"면서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돈(대선자금)이 안 걷히니까 국세청을 동원해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YS에게 부탁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서상목 전 의원과 이 전 차장이 개인적으로 모금한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국세청장을 움직인 사건이다. 과연 윗선의 오더(order)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이석희 전 차장 개인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이석희 전 차장의 공명심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7년 8월 당시 서상목 의원에게서 '국세청이 기업들에 압력을 행사해 대선자금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고교 동문들 모임에 동석한 서 전 의원이 '당 후원회 기업들이 후원금을 잘 내지 않아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후 기업인들을 만나면 그런 사정을 얘기하고 '도와야 되지 않겠나'라고 권했다. 다들 평소에 가깝던 사람들이라 압력으로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 전 차장은 이어 "여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며 "서상목 전 의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을 알고 기업인들이 자금전달 요청을 해온 경우에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금액수와 관련 "액수는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대부분 소개만 해주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얼마를 어떻게 전달했는지는 다 알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작년 초 작성한 내부문건에서 "이회성 사건 공판에서 자금을 낸 어느 누구도 이석희와 이회성으로부터 이회창 후보가 자신들의 대선자금 권유 활동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하였다"면서 "동생 이회성이 아는 사람들을 만나 이 후보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선대본부의 간부인 서상목 의원의 활동 역시 당연한 책무였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또한 "97년 4∼5월경 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문제가 대두되자 경기고 동문들 일부에서 이 후보를 돕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동문회 모임에서 서로 알게 된 사이로서 이석희가 이 후보를 지지하여 고맙다는 생각을 했을 뿐 역할분담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의 대선자금 유용 의혹과 '이석희 지원 배후' 의혹도 수사할 듯

세풍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 여부와 함께 불법 모금된 자금의 유용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99년 중간수사 발표에서 "불법조성된 대선자금의 일부를 한나라당 소속 의원 20여명이 대선 이후 개인용도로 유용했다"며 "부도덕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내부문건을 통해 "99년 7월 31일 중수부 관계자는 '액수가 틀린 게 많다'고 일반의원들의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사실을 사실상 인정하고서도 2시간여 지난 뒤에 '검찰이 수사한 적이 없으며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라고 공식 부인하고 20억에 대해서만 직접 관련된 3인의 유용부분을 불가피하게 수사했다고 궁색하게 변명함으로써 검찰 스스로 야당 파괴를 위한 야당의원 불법계좌추적을 해왔음을 입증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불법모금 액수를 두고 검찰과 이 전 차장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66억7000만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전 차장은 서상목 전 의원이 밝힌 대로 1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차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상관없이 한나라당 후원회 기업들이 영수증을 받고 후원금을 낸 것까지 마치 내가 모은 것처럼 부풀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며 검찰이 모금액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별도 모금한 70억원(30억원+40억원)의 성격과 출처도 수사대상이다. 여기서 '30억원'이란 서상목 전 의원의 연락을 받고 (한나라당측 관계자가)한국종합금융에서 받아와 직원들의 친인척 명의로 18개 차명계좌를 개설해 관리하고 있던 돈을 말한다.

또 '40억원'은 김태원 전 재정국장이 97년 11월 하순부터 12월 초순 사이에 서너 차례 여의도 노상과 한나라당사 지하주차장 등지에서 이회성씨로부터 받은 돈을 자신의 고교동창생들이 지점장으로 있는 은행의 직원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관리하고 있던 돈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는 70억원도 이 전 차장의 주선에 의해 모금된 자금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년 8월 7일 '이석희 지원 배후'와 관련 미국 현지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신기남·이종걸 의원.
작년 8월 7일 '이석희 지원 배후'와 관련 미국 현지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신기남·이종걸 의원. ⓒ 이성규
마지막으로 이석희 전 차장의 해외도피 사주 및 자금지원 배후세력을 둘러싼 의혹도 이번 수사에서 예외없이 다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전 차장은 세풍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98년 8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2002년 2월 미국 FBI에 의해 체포되기 전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세풍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현지조사팀은 "6일간 미국 현지조사 결과 이석희씨를 도피·은신시키고 인도재판까지 막대한 인적·물적 지원을 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며 "이 배후세력은 국내 정치세력과도 직간접 영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현지조사팀은 '이석희 지원 배후설'의 근거로 ▲3년 6개월간 호화 은신처 제공 ▲B1(관광용)→J1(교환교수용) 비자 전환 ▲범죄인 인도재판의 변호사 비용 지원 등 세 가지를 제시하며 이 전 차장과 한나라당의 인적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현지조사팀은 특히 '현지조사 보고서'에서도 "세풍주범 이석희 도피·은신·재판 지원한 배후세력은 경기고 동문을 중심으로 한 인적 커넥션"라고 규정했다. 실제 현지조사팀에서 이 전 차장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J·Y·L·P씨 등은 대부분은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얽혀 있다. 이들이 경기고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연결돼 이 전 차장의 도피생활을 도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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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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