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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의 재즈명가 EmArcy 레이블이 선택한 최초의 한국인 재즈 피아니스트, 세계적 재즈뮤지션들의 공연이나 국악 퓨전 음반, 영화음악 음반, 대중음악 가수들과의 음반 작업 등에서도 어김없이 실력을 발휘해온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재즈 연주자. 동덕여대 학부와 대학원에 출강 중인 버클리 음대 출신 선생님. 재즈피아니스트 곽윤찬이 갖는 타이틀이다. 연주자에게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그의 연주일 터, 입문자가 들어도 편안하고 마니아에게도 사랑받는 연주자라면,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재즈애호가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아코디언 연주자 아트 반 담의 스윙 연주 음반을 몇 년간 계속해서 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7살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는데, 계속 재즈에 관심이 있었지요."

대학 선택도 재즈에 가장 가깝다 싶어 작곡과로 했는데 부모님 반대로 숨기고 몰래 연습한 날도 많았다.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그. "국내에서 재즈를 배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어요. 미국서는 안 해도 일본에선 하는 세계적인 재즈뮤지션들의 공연을 비롯해서, 악보들, 자료들, 상당한 정보가 있지요. 혼자 독학하는 것도 가능한 게 일본이어요. 학교 그룹활동 통해서도 많이 배웠구요."

1968년 서울 생. 초등학교 시절부터 악보에 그려진 그대로 연주하기보다는 변주의 즐거움을 터득했다는 곽윤찬은 추계예대 재학 중 유학을 떠나 도쿄 뮤즈 음악원을 졸업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재즈 뮤지션의 산실로 불리는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96년 귀국, 컨템포러리 재즈 그룹, 쿨(Cool)을 조직했다, 이정식, 이주한, 전성식 등 국내 최고 뮤지션들과 음악적 교류를 쌓는 한편, '가장 풍부한 화성학적 지식과 세련된 기교로 이름을 떨친다. 한국인 최초로 2001년 9월 유니버설 EmArcy 레이블로 데뷔 음반 'Sunny Days'를 내놓은 바 있다.

"일본에서 접한 것이 정보와 이론이라면, 재즈 본고장 미국에서는 재즈필(jazz feel)의 깊이를 배웠습니다. 피부로 와닿는 리듬감, 스윙감이요. 회화에선 문법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말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여러 선생님에게 돌아가면서 배울 당시엔 막상 몰랐어요. 이 선생님도 별로, 저 선생님도 별로 같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레슨 받고 같이 연주하고 했던 모든 시간들이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은 1등이 필요없다. 어느 정도 이상이면 누가 어느 색깔을 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예술이므로. 미국엔 세컨드 잡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도 많고,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재즈라고 그는 생각한다.

"많이들 묻지요. 어떡하면 재즈를 잘할 수 있냐고. 많이 들어야하는지, 카피를 많이 해봐야 하는지, 화성학을 들이파야 하는지, 손가락 연습을 더해야 하는지. 다 잘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가 다 되어야 외국어가 되듯이 질서는 다 똑같아요. 각자가 깨달은 그 질서에 재즈를 접목하면 되는 거예요. 어떤 이는 흑백으로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습니다. 물감 한 두 개가 주어지면 섞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처음엔 간단하게, 심플하게 시작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꾸 응용하다 보면 거기서 굉장한 힘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진 공연 이후 잠시 일본엘 다녀왔다. 음반 발매에 즈음하여 함께 작업했던 세계적인 연주자들-제프 클레이튼(알토 색소폰), 래리 쿤스(기타), 잭 매튜(베이스), 롤랜드 브루너 Jr.(드럼)-과 꾸민 무대는 만족스러웠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2집 음반의 해외프로모션에 맞춰 상반기 일정이 짜여질 것이고 국내 연주는 연말쯤 계획하고 있다.

대박과는 거리가 멀고, 음반발매나 공연에 때맞춰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등장하는 불운(?)이 따라다녀도 그는 사람 자체가 편안하다. '범죄와의 화간속에서 태어나 자란 재즈'라는 재즈평론가 황덕호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입장에서, 성서의 오병이어를 모티브로 재즈를 작곡해내는 곽윤찬의 신앙인적 면모는 신기하기도 하다. 천 가지 얼굴을 가진 재즈 세상, 대한민국엔 세계를 향한 곽윤찬의 얼굴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서울음악신문 3월호 표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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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기 기자만들기 과제 수행을 위해 가입함. 일기체, 수필체로 할 수 있는 잡다한 이야기. 주관심사는 사람과 문화. 근성이나 사명감은 거의 맹물 수준. 훈련을 통해 오마이뉴스의 다양성과 열린 진보 사회를 위한 실뿌리로서 역할을 다하며 의미있게 살다죽길 희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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