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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고향 보령의 관촌마을 뒷산에 분쇄된 유해가 뿌려지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이문구 선생님의 고향 보령 관촌에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내려간 많은 조문객과 시인 양성우 김준태 박용주, 소설가 한창훈 호영송 황충상 김종광 조동길 선생님 등 많은 문인들이 모였습니다.

마련한 유택으로 선생님을 모시기 위한, 마지막 작별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신 선생님의 모습은 그날 따라 활기차고 힘이 솟았습니다.

70∼80년대 독재권력과 조용히 싸우시던 바로 그런 투사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보무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바다 같은 넓은 아량과 포용으로 참 삶을 살아오신 우리문단의 거목이셨습니다. 내가 문단에 데뷔했을 때 장문의 격려편지를 보내 주시던 가슴이 따듯하신 선생님!

대전에 내려오실 때면 격려해 주시고 시인 박용래 임강빈 선생님의 안부를 꼭꼭 챙기시던 선생님이셨는데. 타계하기 이틀 전 백병원 중환자실 맨 구석에서 힘들어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선생님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대전의 동권이가 왔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하얀 가운을 걷어올리고 피골이 상접한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무슨 말인가를 하시었습니다.

선생님!
태산이 일순에 무너지는 것 같은 허전함이 밀려옵니다. 우리 문단에서 튼튼한 자리를 구축하시고 인품 또한 훌륭하신 선생님은 정말 오래 머무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천벽력과도 같은 우레같은 비보가 전국에 메아리 치다니 한편으로 야속하십니다. 이승과의 마지막 작별이라니! 전능하시다는 하느님도 너무 하십니다.

인생은 60부터, 아니 지금부터 시작인데 그리고 우리 문단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인천의 시인 박영근은 "선생님의 죽음이 슬프다는 차원을 떠나 한 시대의 독특한 문장이 막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퍽 의미가 깊은 말입니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올립니다. 북망산천에 가셔서 세상의 잡다한 일 모두 잊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먼저 가신 고 김동리 황순원 이병주 선생님 그리고 대전에 오실 때마다 꼭꼭 찾아뵙던 박용래 선생님을 만나 건강주를 즐겁게 마시면서 몇 백년 몇 천년 오래오래 삶을 누리시옵소서.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03년 2월 28일 작가 불초 김동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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