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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참사사건에 대해 고민해오며, <오마이뉴스>에 두 번째로 기술적인 대안에 대한 기사를 쓰고자한다. 그리고 아울러 관계당국은 이번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을 계기로 지하철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산재되어 있는 각 시설물들에 대해 검토 후 시설점검 및 보완에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필자 주>

지하철 역사뿐만 아니라 고층빌딩 등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이 거주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웬만한 시설물들에는 시공 당시, 건축설비계획(설계)에 따라 건축. 기계설비에 해당하는 '공기조화시설장치'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그것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공기조화기'(空氣調和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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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조화기의 덕트(DUCT) 내부
공기조화기의 덕트(DUCT) 내부 ⓒ 김태섭
흔히들 줄여서 공조기라고 부르는 공기조화기는 그 시설물 안의 재실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이지만, 평소에 일반인들의 눈에는 거의 띄지 않는다. 그 이유는 차후에 서술하기로 하고, 공기조화기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부터 서술하고자 한다. 공기조화기는 아주 쉽게 말한다면, 시설물 내에 있는 모든 재실자들이 공동으로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산소공급기' 역할도 해주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공기조화기는 평상시에는 실내의 온. 습도, 기류(氣流) 등을 인간에게 가장 쾌적한 조건으로 맞추어주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화재 시에는 사람의 생명 혹은 시설물 등의 보호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결정해주는 매우 중요한 건축기계설비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서술하고자 한다.

<그림2> 공기조화기 계통도 및 동작설명
<그림2> 공기조화기 계통도 및 동작설명 ⓒ 김태섭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조기는 공기순환의 관점에서만 간단히 살펴본다면, 보통 3개의 댐퍼부와 2개의 팬(FAN)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외부공기를 도입하는 외기부(외기댐퍼)와 실내에 공기를 공급하는 급기부(급기팬), 실내공기를 빨아들이는 환기부(배기FAN 혹은 환기FAN),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배기부(배기댐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혼합부인 리턴댐퍼로 이루어진다.

평상시 공조기는 이들 구성요소들이 다 가동되어 공기조화를 한다. 공조기가 ON인 상태가 되면, 급기팬과 환기팬(배기팬)이 ON되면서 가동하고, 각 댐퍼는 실내공기의 압력과 실내온도 등을 감안하여 비례적으로 댐퍼 개도치를 설정, 제어된다.

댐퍼의 경우는 실내공기의 압력(壓力; +압 혹은 -압) 등을 감안하여 외기댐퍼와 배기댐퍼의 개도치(開度値;단위 %)를 결정하여 수행하게 되고, 리턴댐퍼는 외기/배기댐퍼의 개도치에 반비례하여 OPEN하게 되어 있다.

예를들어, 외기/배기 댐퍼가 70% OPEN 되었다면 리턴댐퍼는 30% OPEN시킨다. 그렇게 해서 공기조화를 이루게 한다.

그러나, '화재' 등 비상시에는 각 댐퍼와 FAN들의 동작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여기서 공기조화시스템의 시방서에 따른 설계/시공의 의도와 시스템운용(SYSTEM OPERATION)의 원칙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즉, '화재' 발생 시에 사람의 생명(生命)을 중요시하느냐 아니면, 시설물(施設物)보호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공기조화제어시스템의 동작은 크게 달라진다.

가령, 인명을 중시한 시스템에서는 외기댐퍼는 100% OPEN, 리턴댐퍼는 0% OPEN(100% CLOSE), 급기팬은 ON, 배기FAN(환기팬)은 OFF, 배기댐퍼는 0%가 된다.

그러나, 만일 시설물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면 정반대가 되어 배기팬은 ON, 배기댐퍼는 100% OPEN되는 반면에 급기댐퍼는 0%, 급기팬은 OFF되어 공기(산소) 공급을 막는다.

즉, 전자(前者)에서는 화재시, 원활한 산소 공급으로 인하여 시설물들도 쉽게 전소(全燒)시킬 수 있어서 재산의 피해액은 커질 수 있는 반면에, 실내에 갇힌 사람들에게 산소 공급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유독가스에 질식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여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며 산소를 공급하여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면, 후자(後者)의 경우에는 정반대로서 산소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시설물들이 전소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지만, 산소공급이 차단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독가스와 화재열기에 의해 쉽게 사망이나 상해에 이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재(防災)시스템 대부분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역점을 둔 것으로 보여진다. 그 일례가 지하상가나 각종 건물 지하에 설치되는 방화셧터 등은 화재 발생 시에 완벽히 차단함으로써, 안에 갇힌 생명들의 대피출구를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역사의 경우에는 지하상가와 연계시킨 역사(驛舍)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위험을 안고 있다. 그리고 웬만한 지하철 역사는 앞에 서술한 전자의 시스템보다는 후자의 시스템으로 설계/시공, 시스템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만일 굳이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사건처럼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지하철 화재와 관련된 안전사고가 또 다시 발생할 시에는 인명의 피해는 항상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과 관련하여 관계당국에서는 대구지하철의 시설점검에 있어서 공기조화시스템의 설계와 시공 및 운용 상황을 면밀히 조사/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지하철사령실 중앙감시시스템 계통도
지하철사령실 중앙감시시스템 계통도 ⓒ 김태섭
지하철사령실 내에 설치되는 중앙감시반 및 Mosaic Graphic Panel
지하철사령실 내에 설치되는 중앙감시반 및 Mosaic Graphic Panel ⓒ 김태섭

덧붙이는 글 | 부디, 당국은 차후 전국의 지하철에도 시설물진단을 전문가들과 더불어 면밀히 하여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시설물 등의 재산보호보다는 인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술직에 종사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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