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글쓴이 윤광준은 월간 <객석>과 <마당>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한 바 있으나 <소리의 황홀>이나 <생활명품산책> 등의 책을 내, 오히려 오디오 평론가나 명품 전문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 낸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의 본업(?)에 대한 것으로 사진에 대한 입문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쓴이 윤광준은 월간 <객석>과 <마당>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한 바 있으나 <소리의 황홀>이나 <생활명품산책> 등의 책을 내, 오히려 오디오 평론가나 명품 전문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 낸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의 본업(?)에 대한 것으로 사진에 대한 입문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윤광준
그런데 인터넷이 저 홀로 잘 나서 히트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만약 인터넷이 이전의 PC통신 시절처럼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작금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졌더라면 PC통신 시절과 다를 게 무어 있겠는가? 인터넷은 말 그대로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등의 요소를 빠른 속도로 함께 전송할 수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사진과 동영상을 가능케 한 것이 디지털 카메라, 이른바 '다카'와 '디캠'으로 불리는 디지털 캠코더다. 그러나 동영상이라는 것을 찍고 편집한다는 것이 아직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일반 캠코더는 물론 디캠 등은 보급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반면 사진의 경우 이미 일반 카메라(자동이나 수동 등 기존의 아날로그식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작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인터넷 보급과 함께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기존 카메라 시장을 대체해 나갔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그러나 누구나 찍기는 힘든…

이런 현상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남들보다 먼저 신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으로 특히 디지털 제품의 경우 많이 쓰임)를 시작으로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뒤를 이었고 급기야는 수동 카메라 애호가들까지 필름값도 아끼고 쉽게 인터넷상에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인식, 디지털 카메라족으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아무리 필름 카메라의 질이 좋다 한들 이제 대세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닐까. 바야흐로 전국민 사진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필름 카메라의 질이 좋다 한들 이제 대세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닐까. 바야흐로 전국민 사진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듯 하다. ⓒ Canon
그러나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어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널리 인식되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고민도 함께 커져만 갔다. 일견 '전국민 사진가 시대'가 도래한 듯하지만 어떻게 해야 '사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터져 나온 것이다.

여기, 그 해답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이상하게도(?) 오디오와 명품 평론가로 먼저 알려진 사진가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표지 사진부터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 책은, 디지털 카메라를 사기는 했지만 사진이 '사진답게' 나오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만한 책이다.

윤광준은 말한다. "백문이불여일찍(百聞而不如一찍)!" 그렇다. 아무리 사진기가 비싸고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고 나아가 '수없이' 찍어대는 사람에게는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값진 사진기를 가지고 있어봤자 촬영 대상과 동일화되는 정도가 약하고 사진을 찍어 보고 잘못된 점을 고치려 하기보다 기계 타령만 하다보면 사진술 발전은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요즈음엔 특히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는 것과 함께 기변, 이른바 더 고급 기종으로의 사진기 업그레이드가 함께 유행이다. 사진기만 탓할 일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윤광준은 '사진다운' 사진을 찍길 원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들에게 말한다. "먼저 대상에게 다가가라"고. 꼭 인물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촬영 대상에게 다가가 그와 공감하라고 말한다. 대상이 사람이든 곤충이든 풀 한 포기이든 상관없다. 대상에게 먼저 다가갈 때 서로에 대한 경계심은 낮아지고 대상을 이해하는 눈도 생겨 무엇을 찍어야 할지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감이 잡힌다는 것이다. 이때 빛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으면 그것을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소중하게'라기보다는 '친숙하게'라는 말이 더 적당할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집 벽을 사진 전시장으로 만들어 언제라도 사진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잊혀졌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면, 사진을 찍는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닐까.

그래도 디지털이 희망이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윤광준의 애정은 아직 덜한 듯하다. 책 전체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가 갖는 한계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유명한 사진가라 한들 그런 생각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그는 디지털 사진기가 알게 모르게 불편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디지털 사진기를 이용해 사진을 찍을 경우 사진다운 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일일이 포토샵 등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이후에는 인터넷 등을 이용해 인화업체를 찾아 파일을 보내고 돈을 송금하고 또 집으로 배달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포토 프린터를 구입해 직접 사진을 뽑지만 비용이 결코 싸지 않단다. 또한 사진을 보관하는 데에도 오히려 필름이 더 편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윤광준은 지금 현재도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것은 아닐까. 직접 포토샵 등을 이용해 사진 편집을 할 수 없다면, 요즈음에는 인화업체에 인터넷으로 전송만 하면 노출 등을 직접 보정해 사진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보관을 할 때에도 오히려 일일이 필름 바인더를 이용해 분류하는 것보다는 사진마다 특정한 이름을 부여해 컴퓨터 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편리하게 찾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또 사진 파일을 보내고 직접 받아드는 데까지의 시간도 상당히 단축되어 하루 이틀 안에 집에 앉아 받아볼 수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진기 자체의 기술도 나아져 2~300만 화소만 되어도 3×5사이즈나 4×6사이즈 등 일반적인 크기로 뽑아도 될 만큼 웬만하면 질 좋은 사진을 알아서 찍어주는 것이 요즈음 디지털 사진기 아니던가.

비용 면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사람들로 하여금 디지털 카메라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주요 요소일 텐데, 요즈음에는 인화업체 수도 상당히 많아져 사진을 뽑아드는 데까지의 비용도 집 앞 현상소와 별 차이가 없다.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라면 모를까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이들이라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디지털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윤광준 / 잘 찍은 사진 한 장 / 웅진닷컴 / 2002 / 12,000원
윤광준 / 잘 찍은 사진 한 장 / 웅진닷컴 / 2002 / 12,000원
아마도 윤광준이나 일부 필름 카메라 이용자들의 이와 같은 비판은 인터넷에 익숙치않음으로 해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다루는 이들의 경우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 등의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를 이용해 대부분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나 부품, 현상 등과 관련한 정보를 서로 나눔으로써 불필요한 발품이 상당히 줄어든 실정이고, 카메라 제조사나 종류마다 동호회가 결성되어 있어 자신의 카메라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편한 마음으로 펼쳐 들 수 있는 사진 입문서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영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기술적인 요소에만 천착한 나머지 어려운 용어들로만 넘쳐나던 사진 입문서에 비해, 이 책은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 편안하게 다가온다. 사진기는 있는데 장롱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거나 디지털 카메라 등을 구입해 사진을 배워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편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드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유한한 이상,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진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한들 품질이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기억의 소중한 편린들을 기록해두고 싶은 자, 이제 사진기를 집어들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권기봉 기자의 홈페이지는 www.freechal.com/finlandia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