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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유학과정을 거쳐 외국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마쳤다고 해도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하지 않으면 ‘가짜’로 오해받기 쉽다. 이와는 반대로 외국에도 한번 안 나간 사람이 외국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신고하기만 하면‘가짜’가 ‘진짜’박사로 둔갑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많다.

외국 박사학위가 높이 평가되는 한국 풍토에서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신뢰받는 신용사회를 건설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가 학위 취득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발급하는 학위등록 신고필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연간 수천 명에 달해 학술진흥재단에서는 신고자들의 학위취득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그저 신고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박사 버젓이 행세

이런 허점을 이용, 가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가짜 외국 박사학위를 받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같은 현상 때문에 한국 대학과 외국대학이 정상적으로 제휴하여 만든 공동학위과정마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외국학위에 대한 인증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가짜 외국 박사학위 취득은 초창기에는 통신과정으로 학점을 인정받고 한글로 작성한 학위 논문을 제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외국대학 국내 분교에서 정규학위과정처럼 한국 교수들에게 강의를 듣고 논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외국 한 번 나가지 않고 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자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국내외를 오가며 한 학기는 국내 외국대학 분교에서, 또 다른 학기는 외국에서 강의를 듣는 식으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외국 대학 분교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인가 받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박사학위가 인정되지 않는 가짜다.

그렇게 양산된 가짜 외국학위 취득자들이 훌륭한 교육이라도 받은 것처럼 특혜를 누리고, 국내 박사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는 잘못된‘관행’이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또‘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도층 인사’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가짜 외국박사학위 문제와 관련,‘외국 박사학위 인증제도 도입’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가짜 외국박사학위 취득 사례와 관련한 문제점과 함께 가짜 외국박사학위 취득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었다.

학력보다 능력중시 사회돼야

가짜 박사학위 취득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대학 학위취득 과정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 시스템으로는 외국에서 인가해 주지 않은 박사학위를 신고하더라도 그 진위 여부를 구별할 수조차 없다.

현재의 ‘외국박사학위 신고제’는 이처럼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의 문제가 심각하다. 역기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 대학의 박사학위과정에 관한 종합적인 자료망을 구축한 후에 지속적으로 자료를 관리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외국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에 한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현황 파악과 그들의 학위논문의 학술적 이용을 위해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의 개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제도 개선과 함께 가짜 박사학위 취득자들이 활개칠 수 없도록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그러나 외국 학위를 무조건적으로 선호하고 높이 평가하려는 풍토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바뀌지 않으면 가짜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생겨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학력과 학벌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탈바꿈할 때 가짜 박사학위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한매일 2월14일자 오피니언 7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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