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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공원의 규칙들
개공원의 규칙들 ⓒ 정동순
울타리를 따라 좀더 걸으니 공원 안으로 흐르는 제법 넓은 개울이 나온다. 길과 개울 사이에는 낮고 넓은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물을 좋아하는 개들이 오르내리기 쉽게 되어 있다.

몇 몇 개들이 물 속에서 헤엄을 치기도 하고, 주인이 막대기나 공을 던져주면 헤엄을 쳐서 물고 오기도 한다. 공을 던져주는 사람은 공을 던져주는 기구를 이용하는데, 그것은 긴 국자모양으로 생겼다. 손잡이 끝에 공이 쏙 들어가는 동그란 홈이 있어 손을 이용하지 않고 젖은 공을 집어서 던질 수 있게 되어 있다.

조금 더 가니 드넓은 공터가 나왔는데 수많은 개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작은 몸집에 털만 요란한 푸들, 털인지 피부인지 구분이 안 가는 치와와, 깜찍하게 생긴 요크셔테리어, 몸집이 큰 개들로는 곰처럼 털이 복실하고 잘 생긴 알래스카산 허스키, 날쌔고 용감한 독일 세퍼드, 의젓하고 잘생긴 콜리, 점박이 달마시안, 정말 별의별 개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

자유롭게 뛰노는 견공들
자유롭게 뛰노는 견공들 ⓒ 정동순
이곳 사람들의 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아주 각별한 것 같다. 개는 집에서 기르는 짐승이 아니라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취급받는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 집에 개를 키우면 개도 꼭 끼워 준다. 개도 사람처럼 집안에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를 키우는 데는 많은 정성과 비용이 들어간다. 지역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개를 키우려면 개를 등록해야 한다고 한다. 개를 등록하려면 예방접종을 했다는 확인서도 필요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맛있고 영양가 높은 개 식품(개 사료가 아니라)을 사 주어야 하고, 장난감도 있어야 하고, 개 침대도 필요하다.

아파트에서 사는 경우, 개가 있으면 세를 안 주는 곳도 있다. 개를 키우는 것을 허용하는 아파트의 경우도 돌려주지 않는 보증금을 더 요구하거나, 월세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 300불의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애견 미용실도 있고, 개를 전문적으로 목욕시켜주는 가게도 있다. 개를 삼푸로 목욕시켜주고 털을 드라이로 말려서 단정하게 빗질해 준다.

개를 키우다 여행을 가야할 때는 커다란 트렁크처럼 생긴 개 우리에 개를 넣어 비행기를 태워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는 주인이 없는 동안 개를 돌봐주는 애견호텔도 있다.

기르던 개가 죽으면, 돈 있는 사람은 묘지에 묻어주고 묘비도 세워준다. 어떤 부자는 죽으면서 개에게 자신의 유산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에게 물으니 자기의 경우는 개가 죽으면 뒤뜰에다 묻어준다고 한다.

이런 행동은 개를 가족 내지는 친구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것 같다. 외로울 때 사람들 사이에서보다 개에게서 위로 받고 정을 준다. 혼자 사는 사십대 이웃아저씨는 외로울 때 개는 정말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사람에게는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 못지 않게 사랑하고픈 욕구가 있다. 내 생각에 개는 사랑을 주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 같다.

개가 아프거나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할 때를 대비한 의료보험도 있다. 한 달에 10불 정도 내면, 일년에 2000불까지 치료비를 보상해 주는 그런 보험이다. 개가 걸리는 병들도 사람 못지 않게 다양하다고 한다. 개들도 운동은 적게 하고 음식은 많이 먹어 비만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피부병에 걸리기도 한다. 개가 늙으면 퇴행성관절염을 앓기도 하는데 이 경우 주인이 와도 다리가 아파 일어나서 꼬리도 흔들지 못한다고 한다. 방광에 결석이 생기는 병을 앓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개들이 다 호사스럽게 사는 것은 아니다. 개를 키우는데 이렇게 만만찮은 비용이 들다보니 처음에 개를 키우고 싶어 안달하던 사람이 개가 아프다거나,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개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개들은 동물 보호소로 간다.

여기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개들은 다시 입양을 기다리게 된다. 지난 주말에 쇼핑몰에 갔을 때 쇼핑몰입구에‘저를 입양해 주세요'라는 천을 두른 개들이 몇 마리 있었다.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쌀쌀한 날씨에 그들의 측은한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서구사람들의 개에 대한 개념이 이렇게 우리와 다르다보니, 한국 사람들이 보신탕을 먹는 것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리가 없다. 어떤 사람이 한국의 보신탕을 들먹거리며 내 생각을 물을 때 나는 무척 기분이 나쁘다. 그 질문은 진지하지 않으며 한국인을 비하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도 개와 관련된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이 있으며, 개고기를 먹는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는 내 자신도 지금은 먹을 것이 많은데 왜 아직도 보신탕을 먹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항변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도 애견가들이 많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면 그들은 웃는다.

그들은 내가 말하는 애견가를 개고기를 좋아하는 애견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식품으로 먹어왔던 전통이 있으니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음식 이상의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몰지각한 일이며 남의 문화를 깔보는 태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생각되는 것은 문화라는 것은 상대적이고 그 다양성을 존중되어야 하지만 상극적인 두 문화가 충돌할 때는 그에 따른 합리적인 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타 문화권 사람들이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다. 이것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온 비논리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에게‘한국 사람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말은‘한국 사람들은 야만인이다’와 동격이다. 특히 고기를 맛있게 하기 위해서 개를 나무에 매달아 몽둥이로 팬다는 이야기를 외국인들이 할 때는 한국 사람인 나도 뭐라고 변명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옷차림에 신경 쓰고 언행을 살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기 때문이듯이 다른 사람이 우리의 어떤 모습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바꾸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에 대한 생각은 한국문화와 한국인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치닫는 것을 본다. 세계적으로 교류가 빈번한 지구촌시대에 우리는 타인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비켜갈 수는 없다. 이렇게 비난을 받아가며, 한국인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개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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