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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을 자랑하는 구자도 모습
절경을 자랑하는 구자도 모습 ⓒ 김문호
구자도는 몸 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섬으로 겨울에는 파도가 거칠고 무공해 청정해역으로 알려져 있어 여름에는 낚시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곳 어민들은 깊은 바다에서 양질의 김을 생산하여 가구당 연평균 2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3년 전 전남도는 섬 주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지방언론을 통해 휴양콘도미니엄 사업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주)카데코(대표 조중호)는 외국자본(호주, 200억원) 유치와 자기자본(120억원) 및 융자(80억원) 등 총 400억원을 투자하여 부지 2만여평에 콘도 37동 140실의 2층 건물과 함께 부대시설로는 사무실, 클럽하우스, 카페, 노래방, 식당, 골프연습장, 요트장, 판매점 등을 시설할 계획이었다.

2년여 동안 4회에 걸친 주민공청회를 통해 골프장과 요트장 건설은 계획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어업권보상 문제로 난관에 부딪치면서 사실상 백지화되어 어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올해 1월말 진도군에 부임한 정병재 부군수는 지난 7일 전남도청 관광개발과장 및 진흥과장 등 도청 관계자 3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자도 현장을 방문하여 어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관광사업은 굴뚝 없는 산업

먼저 정병재 부군수는 "도청에 근무할 때 관광국 과장으로 근무하며 민,관의 업무에서 의견차이 등 괴리로 이런 좋은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며 "오늘은 구자도에 도청 관광국을 옮겨 놓은 것과 같으니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자"고 말했다.

또한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체류형 시설이 없어 한번만 둘러보고 떠나버려 주민소득과 연결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가하면서 "진도에 좋은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면 새로운 관광 군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로 오늘은 마음을 열어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하자. 공무원은 주민들을 위해서 있는 공복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신을 의신면 돈지출신이라고 밝힌 박용규 전남도 관광진흥과장은 "서남권 개발 및 도청이 이전되면 진도는 배후지로서 최고의 관광적지인데 200억원의 외국자본을 유치한 이 사업에 주민동의서를 받지 못해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쌀까지 수입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80년대까지도 업자와 유착 의혹이 있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민간자본유치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거들었다.

이어서 그는 "구자도 관광개발사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자본 투자1호로 기록된다. 그러나 관광사업은 워낙 초기자본이 많이 투자되어 보상을 다해줄 수가 없다. 선 보상을 요구하면 개발할 수 없다. 개발에 따라 피해가 발생하면 그 때가서 보상문제는 논하면 되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이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진도의 관광개발은 없다"고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업자 신뢰할 수 없다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진도에 내걸려 있다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진도에 내걸려 있다 ⓒ 김문호
주민들은 "여기에 관광시설이 들어서면 우리는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다"면서 "사업자와 구자도 주민과는 땅 구입할 때부터 인연이 깊은데 이 사업을 신청한 이후로는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사업자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 관계자는 "진도군에서도 사업자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데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외자유치를 권하는 시대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설령 우리들이 사업에 동의해준다고 해도 (주)카데코는 절대로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한다. 땅값을 뽑으려는 계산밖에 없는 사람이다."라고 맞받았다.

"확실한 것은 가지자본만이 아닌 외국자본을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외국인들이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투자를 하겠느냐. 외국투자 기업은 호주의 목재판매기업으로 외자는 현물투자이다."

"우리는 절대로 믿지 못한다. 정부보조금만 빼먹고 부도낼 것이 뻔하다. 400억원의 막대한 돈을 왜 여기에 투자하겠느냐. 그는 땅 투기꾼이었다. 도서지방 땅 투기열풍에 구자도의 산을 전부 구입하여 그 돈을 뽑으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보상해줄 돈이 있으면 나 혼자 편히 먹고 산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반대해도 내 땅에 내가 개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반대 결의를 다지고 있는 구자도 어민들
반대 결의를 다지고 있는 구자도 어민들 ⓒ 김문호
"도에서 사업성을 검토하지 않고 허가를 해줬겠느냐. 더구나 외국자본이 투자된다. 어민과 관광은 공생 공존해야 한다."

"우리는 1년에 6개월 이상을 물 옷을 입고 바다에서 생활하며 일꾼 4∼5명을 쓰고 있다. 그런데 관광시설이 되면 일이 손에 잡히겠나. 인부들 중에는 알코올중독자도 있어 술은 한정된 양만 주고 통제하고 있다. 관광개발이 되면 공존할 수 없다. 특히 김발을 철거하고 나면 김 썩는 냄새가 여름 3개월 동안 내내 진동한다. 그런데 공존이 가능하겠나. 개발이 끝까지 마무리될 리도 없지만 혹 개발이 되면 업자는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우리를 쫓아내고 말 것이다."

양쪽의 주장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성을 달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남서(63. 전 의신면 3선 의원)씨는 "선 보상 후 착공 조건과 개발부담금 몇 억을 납부하지 못하는 회사가 어찌 200억원을 투자하겠느냐. 도에서 허가해준 팽목호텔을 보라. 착공만 해 놓고 부도를 내어 흉물스럽게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개발 부담금 2억원도 납부하지 않은 회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 업자는 사업착공하여 말뚝만 박아놓고 국도비 융자금과 투자자 모집하여 돈만 챙기고 부도내는 제2의 이용호 게이트가 될 것이다"고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부군수를 향해 "젊고 패기가 있어 큰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크다. 현지 정서도 모르고 의욕만 가지고 함부로 끼어들어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주장하고 "구자도 주민들을 한두 번 우롱해야지. 만 2년이 넘도록 착공하지 않았으면 허가조건에 따라 행정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지 왜 업자 편을 들어 대변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도 관계자가 "개발부담금은 사업을 착공하면서 납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자 주민들은 "그런 작은 일에 신뢰도 쌓지 못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침묵을 지키던 장재호 의원(의신면)은 주민들을 향해 "개발에 대한 오해만 할 것이 아니다. 이 사업은 외자 200억원 유치의 대형 프로젝트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현실을 파악하러 온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 알았으니 그만두자"고 말했다.

정부군수는 일어서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도와 군, 현지 주민의 생각에 괴리가 많다.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줄 알았다. 다만 진도군에 좋은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을 얻은 주민들은 "구자도 개발은 진작 백지화된 줄 알고 있었는데 다시 거론되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존권 파괴로 인한 '선 보상 후 착공' 아니면 절대 반대한다"

"이제는 구자도 주민 12가구 모두가 절대 반대한다"

구자도의 여러 모습
구자도의 여러 모습 ⓒ 김문호
이에 도 진흥과장은 "내 땅에 내가 건물 짖겠다는데 주민 동의서가 뭐가 필요하겠느냐. 발전을 위해 정부는 규제는 계속 풀고 있다. 법규정에도 없는 조건을 붙어 허가를 해줬다"고 강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관광과 우리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산다. 이곳을 지킬 것이다. 모든 기반시설이 되어 있다. 자기 땅이라고 마음대로 개발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주민들은 울화가 치밀었다.

진도군 해양수산과장은 "어업권 훼손은 물권으로 재산권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동의서가 필요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연간 2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군 개발을 위해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 개발이 필요하다면 선 보상 후 착공하라. 우리는 휴양관광과는 공존할 수 없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했다. 그러나 업자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압력이 아니다. 전남도가 관광유치에 적극적일 때 사업신청이 들어온 것이었다. 공존공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단호하게 "공존할 수 없다. 어업권은 물론 최소한 3년간 소득 보상을 해달라. 개발되면 우리는 깨끗이 섬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보상해주고는 사업 못한다"

정리발언에 나선 정 부군수는 "마음이 괴롭다. 어떤 어려운 민원도 현장에서 직접 만나 대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곡해해서 괴롭다. 주민들 의견 충분히 들었다. 거기서 멈추자"고 주민과의 대화를 마쳤다.

구자도 휴양콘도미니엄 조성사업 추진현황

○사업계획 승인(전남도 관광개발과) : 2000. 3. 14
○변경 승인 : 2000. 9. 27
부대시설 중 골프연습장 제외
사업기간 연장 : 당초 2000. 3.∼20001. 11에서 2002. 11
○산림 형질변경 : 2000. 12. 23
대체 조림비 : 42,525,010원(미납)
전용 부담금 : 2,172,330원(미납)
적지 복구비 : 174,916,330원(미납)
○건축허가(진도군) : 2000. 12. 29
허가조건 : 어업권자 동의서 첨부
○주민 간담회 4회 : 요트장 반대 사업계획 변경
어업권 피해보상 전문기관에 용역의뢰
바람에 깍인 바위 절벽
바람에 깍인 바위 절벽 ⓒ 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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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콘도미니엄이 들어설 상구자도 마을 전경
휴양콘도미니엄이 들어설 상구자도 마을 전경 ⓒ 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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