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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고창=연합뉴스) 박희창. 남현호기자=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 4곳이 발표되자 해당 지역민과 환경단체 등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4일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울진군 근남면, 전남 영광군 홍농읍, 전북 고창군 해리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들 지역의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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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시설 후보지 선정



그동안 지속적으로 핵폐기장 설치 반대운동을 벌여온 이들 지역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와 주민들은 결코 정부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광군핵폐기장 반대대책위는 이날 "비과학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정부의 후 보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기관과 군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 는 가칭 `핵폐기장반대 영광범군민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대정부 투쟁방침을 확정, 6일부터 농성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 군 이장단의 총사퇴를 비롯해 학생 등교거부, 군민집회, 상경집회 등 핵폐기장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했다.

고창군민대책위 대표 김규성씨는 "핵폐기장 유치를 결사 반대한다"며 "앞으로 영광지역 대책위와 연대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장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된 김봉열 영광군수는 "주민 대다수가 유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폐기장을 설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의 사를 분명히 했다.
김 군수는 "내년 3월 후보지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군민들의 여론에 맞춰 자치 단체가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에 `핵폐기장 유치 반대 건의서'를 전달한 강필구 영광군 의회 의장도 "군민들의 저항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대책위 구성에 적극 참여하는 등 핵폐기장 저지를 위해 지방의원들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수 고창군수는 "개인적으로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이 우리지역에 들어오 는 것을 반대해 왔다"며 "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해 자치단체장으로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고창군의회 김상필 부의장은 "폐기물 시설의 유해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지 금으로서는 어떤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나 밀어 붙이기식 추진에는 반대하며 주민 의 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폐기장 유치에 찬성해 온 주민들은 이날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대와 환영을 뜻을 표시했다.
영광군 핵폐기장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영광지역에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이 유치되더라도 지역 이미지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최종 입지로 선정되면 이 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사성폐기물시설 후보지 선정배경과 전망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정부가 4일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후보지 4곳을 선정하고 내년도 최종 부지 선정을 목표로 후속절차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적인 필요성이 절대적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84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기본원칙을 정한 이후 수차례의 부지선정 작업이 매번 좌절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기물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상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인 만큼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전환 없이는 사업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폐기물시설 왜 필요한가

78년 고리원전 운전 이후 생긴 방사성폐기물은 현재 4개의 원전부지내 저장시설에 보관중이지만 중.저준위 폐기물의 경우 2008년 울진을 시작으로 2009년 월성, 2011년 영광, 2014년에는 고리가 포화상태가 된다.

또 고준위에 해당하는 사용후 연료는 2006-2008년에 꽉 차게 되지만 원전내 저장능력을 확충, 2016년까지 수용할 방침이다.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유리 속에 가두는 유리화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포화상태에 이르는 시점이 연장될 수 있지만 3년 가량 걸리는 건설기간을 감안할 경우 하루빨리 부지를 확정, 관리시설을 확보하지 않으면 원전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의 `2010 에너지 정책방향과 발전전략안'에 따르면 발전부문의 원자력 구성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 아래 향후 원전 9기를 추가로 건설해 설비용량을 2001년말의 1천372만kW에서 2010년에는 2천312만kW로 68.5% 늘릴 계획이어서 폐기물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결국 원자력정책의 전환이 없는 한 폐기물시설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실제 31개 원자력 발전국 가운데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우리를 포함, 대만, 벨기에,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65년과 71년부터 각각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반웰과 워싱턴주 리치랜드에 중.저준위 처분시설을 운영중이며 프랑스도 파리 동남쪽 150㎞에 로브 처분시설을, 일본은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처분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해저 50m에 돌굴을 뚫은 포스마크 처분시설을 갖고 있다.

후보지선정 배경

후보지 선정은 지난 80년대 이후 추진될 때마다 `뜨거운 감자'가 됐고 86-89년에 영덕, 영일, 울진 등이, 90년에 안면도, 94-94년에 장안, 울진 등에 부지확보를 위한 작업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94-95년에 추진된 굴업도의 경우 진척도가 가장 높은 편이었지만 활성단층이 발견되면서 지질구조 문제로 포기해야 했다. 추진과 중단이 반복되면서 사업주무 부처가 과학기술부에서 산업자원부로 넘어왔고 2000년에는 공모를 통한 자율유치가 진행됐지만 역시 실패했다.

사업자 주도방식을 채택, 한국수력원자력 및 동명기술공단이 전국 임해지역을 대상으로 후보부지 선정작업을 벌여 이날 후보지 4곳이 발표된 것이다.

이들 4곳은 당초 244개 읍.면지역 가운데 지질적합성 검토를 거쳐 108개로 줄인 뒤 이를 다시 지형, 생태 등 자연환경과 인구와 산업, 경제 등 인문사회환경까지 일일이 따져 20개, 11개 등으로 4단계에 거쳐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 나왔다.

지역과 합의 없이는 성사 난망

정부 목표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의 경우 2008년, 사용후연료의 중간저장시설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후보지 선정 이후 주민 및 환경단체 반발로 최종 후보지 2곳의 `낙점'까지 가는 절차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중.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하는 것은 물론 오염도가 심한 사용후 연료까지 중간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해당 지역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들 4곳을 대상으로 1년간 정밀 지질조사와 환경성 검토를 통해 활성단층 등의 존재여부 확인을 위한 시추, 지구물리탐사, 자연과 생활, 사회경제 환경에 대한 4계절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 산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방사성폐기물 대책 추진위원회를 구성, 해당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주민 설득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해당지역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 3천억원씩을 투입, 공공시설과 소득시설, 사회간접자본 확충, 문화.관광산업 등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지원방안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영덕의 경우 삼사 해상공원 확대개발과 해양별장 단지조성, 대게타운 정비 등이, 울진에는 백암온천과 백암산의 도립공원화, 골프장을 포함한 종합레저타운 건설 등이, 영광의 경우 불갑사 관광지 개발, 골프장 건설, 문화체육시설 지원 등이, 고창은 해안골프장 개발과 송림휴양원 관광사업 등이 지역개발사업으로 예시됐다.

최종 부지는 2004년 3월 동해안과 서해안에 1곳씩 모두 2곳을 선정하고 같은해 9월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지만 주민들이 정밀조사 자체를 반대하고 만일의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을 경우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일정 자체는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최종부지 선정은 이번달에 출범하는 새 정부의 몫인 만큼 예상보다 부담이 클 경우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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