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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지성을 드리는 8순 노파들
열심히 지성을 드리는 8순 노파들 ⓒ 김문호
"이제 늙어 아무 욕심 없지. 자식들 위해서만 비는 것도 아니지. 내도 죽어 극락왕생하고 이웃들 모두 잘되고 군수님 무병하기를 비는 것이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낮선 말투에 고향이 어디냐고 묻자 전남 순천인데 젊어서부터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10년 전 이곳에 정착했단다. 명산을 찾아가서 영험이 있는 곳에 공들이는 것이 일이라고 한다.

돈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묻자. "무엇에 씌었는지 산에서 생수가 솟아나는 샘을 만나면 공을 들이지 않고는 못 배긴다. 당신이 죄를 지은 것 같아 일년에 몇 차례씩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용왕신이 제일로 큰 신(神)이제, 물이 없으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살수가 없지"

현재에 와서는 물을 다스리는 용왕신이 제일 높은가 보다. 젊었을 당시 물 쓰듯 물을 사용했을 80객 노파가 그 소중함을 알고 빈다는 것이 참으로 호기롭다. 물이 그 만큼 귀하신 몸이 되었나보다.

돌틈에서 생수가 솟아나는 상서로운 돌샘 내부모습
돌틈에서 생수가 솟아나는 상서로운 돌샘 내부모습 ⓒ 김문호
그러나 60년대까지만 해도 조왕신을 가장 깨끗이 관리하면서 맨 위에 모셨다. 나무땔감으로 밥과 국물은 물론 난방까지 해결하는 아궁이는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불이 모든 것을 해결했으니 말이다.

"조왕이 깨끗하지 않으면 있는 복도 달아난다"고하여 부삽을 쓸고 또 쓸었다. 불은 잘못 관리하면 가정을 파탄 내 불조심을 경계하는 슬기로움이었다. 조왕신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를 관장하는 신을 일컫는 말이다.

"용천 샘은 물꼬랑 가운데 바위틈에서 생수가 솟고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으로 정기가 충만하여 이곳에 공을 들이면 소원이 성취되지."

"합수(合水) 되지 않고 모이지 않으면 안 돼, 욕심을 버려야지, 이것 보라고 초도 합해 놓으니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안잖아."

합해야 힘이된다는 믿음의 제물들
합해야 힘이된다는 믿음의 제물들 ⓒ 김문호
제물로 놓은 김도 몇 장씩 붙여 놓고 양초도 6개를 합해서 불을 켜 놓았다. 조청으로 만든 약과도 몇 개씩 짝을 이루도록 놓았다. 약하고 보잘 것 없는 회초리도 서로 합해지면 끊어지지 안는다.

크게는 나라와 민족의 국민화합을 위해서 작게는 동네와 가정 그리고 자신을 위해 화합해야 한다는 것. 빌기가 끝나자 음복을 해야 복을 받는다며 음식을 권한다.

음복은 모두 해야 복을 받는다며 먹기를 권하고 있다
음복은 모두 해야 복을 받는다며 먹기를 권하고 있다 ⓒ 김문호
"지성을 드린 후 음식을 함부로 버리고 가는 것은 환경에도 안 좋고 먹는 것 함부로 대하면 절대 복 받지 못한다."

"요즈음 사람들 음식 아까운 줄 모르고 너무 함부로 버린다. 제물로 썼던 음식이라도 버리면 공이 안 된다. 가지고 가서 이웃과 나눠 먹으면 더욱 좋다" 굽은 허리로 주위에 버려진 사과며 배 등 과일을 주워 봉지에 담는다. 짐승이라도 줘야지 그냥 버릴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오늘같이 좋은 날 힘들게 산에 올라 왔으니 청룡사 미륵보살 앞에서 한번 더 기도해야된다"며 남은 제물을 깨끗이 챙긴 후 엉금엉금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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