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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 바로 위쪽의 협곡. 댐이 들어서면 이곳은 물에 잠긴다.
ⓒ 노순택
<오마이뉴스>는 1년 전 '연속기획-한탄강은 흘러야 한다'를 5회에 걸쳐 집중 연재한 바 있다. 2011년까지 총 8조원을 투입하여 12개의 대형 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당시 한탄강댐을 비롯 4개 댐의 건설 착수를 위한 예산 1200억원을 우선적으로 정기국회에 상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한탄강 유역 주민들의 치밀한 조사활동과 반대운동이 끈질기게 전개되고, 이 과정에서 건설 계획 자체의 수많은 부실과 오류가 밝혀지면서 이 예산은 사용되지 못했다. 더욱이 경기도 도지사와 철원·포천·연천 등 3개 군의 군수와 의회가 댐 건설 반대를 결의하고, 환경부마저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댐 건설 추진은 일시 중단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한탄강댐 백지화 주장이 사실상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평균 55%의 지지율로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킨 경기도 포천·연천과 강원도 철원·양구·화천 주민들은 한탄강댐 백지화를 관철시킨 뒤 최근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1년만에 다시 한탄강을 찾았다---<필자 주>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2리.

1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 1월 28일.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고문2리는 전날 내린 폭설에 뒤덮인 채 적막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 댐 건설 찬반 논쟁 때문에 주민들이 양편으로 갈려 있다는 이 마을의 변화된 민심을 취재하던 중 기자는 한 주민으로부터 '뜻밖의 증언'을 들었다.

@ADTOP7@
▲ 폭설에 덮인 연천군 고문2리.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판'이 돼 있다.
ⓒ 정지환
"한탄강댐 때문에 우리 동네는 완전히 '개판'이 돼버렸어요."

개판이라니?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댐 건설에 반대한다는 그 주민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탄강댐이 건설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재작년(2001년) 봄이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댐 건설에 찬성하는 몇 사람이 보상비를 더 받기 위해서 배나무와 장미를 들여다 심더니 갑자기 개까지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게 한 집, 두 집 늘어나더니 지금은 5000∼6000마리까지 늘어난 겁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이 주민의 증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고문2리에서 이전부터 부업으로 개를 기르던 집은 3∼4가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사육하던 개는 모두 합친다 해도 약 200마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댐이 들어서면 개도 보상해 준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지면서, 개를 집단적으로 사육하는 집이 전체 가구의 3분의 1 정도인 20∼25가구로 늘어났다.

현재 가구별로 사육하는 개는 적게는 60∼80마리에서, 많게는 400∼450마리에 이른다. 40∼50마리를 부업 삼아 기르는 가구는 아예 제외한 것이 이 정도라고 한다.

다음은 이 주민과 나눈 일문일답.

- 고문2리의 가구 수는 얼마나 됩니까?
"마을 이장 설명으로는, 정식으로 등록된 것이 130가구라고 하는데, 실제로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약 90가구 정도 될 겁니다. 나머지는 보상을 노리고 위장전입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ADTOP8@
▲ 노천의 밭 위에 지어진 개집에는 큼직한 도사견들이 갇혀 있었다. 이 밭에만 이런 개집이 몇 동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
ⓒ 정지환
-주민들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2001년 5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개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쇠창살이 달린 개집이 트럭에 실려서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행렬이 작년까지 계속 이어졌어요."

- 5000∼6000마리라는 계산은 어떻게 나온 겁니까?
"작년에 이미 4000마리가 넘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개체수가 워낙 많다보니 어미 개들이 새끼를 낳으면서 그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한번 새끼를 낳으면 보통 10여 마리씩 낳거든요. 정확하게 집계하면 어쩌면 6000마리 이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 5000∼6000마리라면 사료비만 해도 엄청나게 들어갈 것 같은데요?
"아마 정식으로 사료를 먹였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서울 등 외지에서 값싼 음식 쓰레기를 들여다 먹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것만 전문적으로 나르는 업자가 따로 있어요. 사실 개 때문에 돈 버는 사람은 그 업자뿐일 겁니다. 서울 음식점에서 쓰레기를 치워주는 대가로 처리비 받지, 여기 와서 사료비 받지…. 아마 가구당 매달 15∼30만원씩은 사료비로 지불하고 있을 겁니다."

- 기하급수적으로 개가 늘어나면서 문제도 많이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입니다. 우선 오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거의 모든 사육시설에 오폐수 정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악취가 말도 못할 정도로 심합니다. 그리고 개똥과 음식 쓰레기 때문에 동네에 파리도 엄청나게 모여듭니다. 우리 마을에는 한탄강에서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재인폭포 유원지가 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놀러오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 그밖에 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소음 문제도 심각합니다. (허탈하게 웃으며)개 소리를 한 2년 동안 계속해서 듣다 보니, 우리는 개 소리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우리 마을에 교회가 하나 있는데, 교회에서 새벽 5시에 스피커로 종소리가 울립니다. 그러면 잠에서 깬 개들이 한꺼번에 짖기 시작하지요. 개 한 마리가 '우∼' 하고 짖으면 다른 개들도 따라서 '우∼' 하고 짖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청승맞습니다. 간혹 개장사가 와서 '개 파세요' 하고 스피커로 떠들기라도 하는 날이면 '컹컹컹' 짖어대는 개들 때문에 동네는 완전히 난리가 납니다. 한마디로 코미디 저리 가랍니다."

- 그런데 댐이 들어서면 개도 보상을 받을 수는 있는 겁니까?
"언젠가 국회에서 '개고기 논쟁'이 있었지요? 그런 걸 보면, 아직까지 개는 법적으로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 이장의 말로는, 수자원공사에서 개도 가축에 포함시켜서 보상이 된다고 했다는 거예요. 지금 개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와 이장 말만 믿고 있습니다."

- 이런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순진한 주민들을 선동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개를 기르고 있는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댐 건설이 빨리 되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보상비를 받기 위한 욕심으로 개를 기르고 있는 주민들도 잘못이지만, 그런 행위를 뒤에서 부추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더 나쁩니다."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확인 결과 거의 모든 집마다 개 사육장이 설치돼 있었는데, 주택 옆에 세워진 비닐하우스 안에는 예외 없이 쇠창살로 만든 개 사육장이 보였다. 마을 교회 뒤에 있는 언덕을 오르자 넓은 밭 위에 여러 개의 개 사육장이 연립주택처럼 노천 위에 빼곡하게 지어져 있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접근하자 칸막이가 쳐진 사육장 안에 있던 송아지 만한 도사견들이 기자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컹컹컹…."

적막에 싸여있던 산골짜기는 잠시 후 우렁찬 개 소리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 경기도 제2청사에서 환경부가 주관한 간담회. 건설교통부의 반대로 환경영향평가 타당성 검토를 위한 종합토론회는 끝내 무산됐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발언하고 있는 사람이 건교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다.
ⓒ 정지환
그날 오후 3시.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제2청사 411호 회의실에서는 환경부가 주관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간담회의 목적은 지금까지 진행된 한탄강댐 건설의 타당성에 대한 분과별 토론을 총괄하는 종합토론회 개최 여부와 그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환경부와 건교부에서 파견된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편에는 '한탄강댐 건설반대 대책위원회'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가, 반대편에는 '한탄강댐 수몰민 종합대책위원회'와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수몰민 종합대책위원회' 대표자로 참석한 사람은 고문2리 이장이었다. 그는 "종합토론은 더 이상 필요 없다"면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빨리 추인하라"고 요구했다. 건교부 쪽에서 참석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관리도 "종합토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들 양측의 거부로, 작년 11월에 1년 넘게 끌어온 환경영향평가의 타당성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환경부 주관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종합토론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건설반대 대책위원회' 대표로 참석했던 이철우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은 "건교부가 설득력 있는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모든 책임을 환경부에 떠넘긴 것은 몰상식의 극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댐 건설 추진의 명분을 잃은 건교부가 스스로 한탄강댐 건설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그리고 그들에게 동조한 댐 건설 입안자들의 행정적 책임을 사법부에 물을 것입니다.

아울러 수자원공사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온갖 투기를 했던 주민들의 피해도 전적으로 그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부실과 오류 투성이의 엉터리 계획을 세워놓고도, 일부 주민들을 선동하고 로비만 잘 하면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있던 시대는 이제 한탄강에서 끝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추진해온 한탄강댐 건설 계획을 '부실과 오류 투성이의 엉터리'라고 비판한 근거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가 설명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1) 원하는 결과 위해 강우량 기준을 바꿨다?

▲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삼율리에서 4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현서네 일가족. 수자원공사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염원을 뒤로 한 채 각종 자료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월간 <말> 박여선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의 목적으로 내세웠던 것은 파주와 문산 등 임진강 하류지역의 홍수예방이었다. 따라서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 중 가장 타당한 것을 선정하여 정밀한 검토를 거쳐서 설계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 그들은 '임진강 수해원인 및 대책수립 용역'과 '한탄강댐 기본설계 용역'을 동시에 착수했는데, 상식적으로 '원인과 대책 용역'을 먼저 끝낸 뒤 '기본설계 용역'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상식을 무시했다. '원인과 대책 용역'보다 '기본설계 용역'을 6개월 먼저 끝내 버린 것이다. 이철우 사무처장은 "양말을 먼저 신고 신발을 나중에 신어야 하는데,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신발을 먼저 신고 나중에 양말을 신은 격"이라고 비유했다.

결국 한탄강댐 건설을 기정 사실로 해놓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임진강 수해원인 및 대책수립 용역'을 꿰어맞추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도록 과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각종 문서와 자료의 부실과 오류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이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부실과 오류의 대표적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2000년 12월 '한탄강댐 기본설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한탄강댐을 지어도 문산지역의 홍수피해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웃기는 결론'이 나왔다.

상류의 댐 방류지점인 철원지역의 홍수조절량(초당 2560톤)보다 유역면적이 그 6배나 되고 하류인 문산지역의 홍수조절량(2700톤)이 오히려 더 많다는 상식 밖의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치명적 오류'는 댐 건설 준공 용역이 난 지 1년 2개월이 흐른 뒤인 2002년 2월에야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조사과정에서 발견됐다. 한탄강댐을 지어도 문산지역의 홍수피해 절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댐을 짓겠다고 나선 꼴이 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만약 문산지역 홍수조절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처하면 댐 건설 효과는 더욱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되고, 그렇다고 이미 '과학적 기준'을 적용해 산출된 상류지역의 홍수조절량을 바꿀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기발한 지혜'를 발휘했다. 철원지역의 강우량을 늘려 잡아 홍수조절 효과를 높여버리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2000년 12월 작성한 '한탄강댐 기본설계 보고서'에서 애초의 기준으로 삼았던 철원지역 100년 빈도 강우량 471mm를, 2002년 3월 작성한 '한탄강댐 기본계획 검토보고서'에서는 '과감하게' 520mm로 수정한 것이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의 과감함(?)은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갔다. '한탄강댐 기본계획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며 실제 홍수량을 산정할 때는 다시 애초 기준보다 무려 21%나 증가한 568mm를 적용하는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면 그 결과도 당연히 바뀌는 법. 철원지역의 홍수조절량은 2560톤에서 2880톤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문서상 완벽하게' 한탄강댐 건설의 필요성은 마침내 '과학적 근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작은 학교 지키기 운동'의 상징이었던 중리초등학교의 운동회 장면. 한탄강댐 건설 논쟁으로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 원하는 결과 위해 제방 길이를 조작했다?

한탄강댐 건설은 문산지역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여러 대안 중의 하나였다. 애초에 거론됐던 대안은 모두 5가지. 이 중에서 유력한 안으로 거론된 것은 1안(임진강 유역의 제방을 높이고 하상을 준설하는 것이 중심), 3안(한탄강댐 건설이 중심), 4안(분수로 설치가 중심) 등 3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탄강 유역의 주민들이 원했던 대안은 당연히 1안(차선으로 4안)이었지만,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선택한 것은 3안, 즉 한탄강댐 건설안이었다.

물론 사업 주체인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각 대안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한 뒤 그 중에서 가장 비용이 저렴하게 들어가는 것을 선정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2000년 12월 작성한 '한탄강댐 기본설계 보고서'를 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각 대안에 소요되는 비용은 1안(1조7천억원), 3안(1조2천억원), 4안(1조3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이 이 산출 결과를 근거로 비용이 가장 저렴하게 나온 3안을 대안으로 선정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보고서를 작성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안을 선정하기 위해 자료를 조작했다는 것이 이철우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주민들이 원했던 1안의 소요 비용이 처음부터 잘못된 자료를 입력함으로써 과잉 산출되도록 조작했다는 점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실제로 '한탄강댐 기본설계 보고서'에는 1안의 경우 평균 2.2m 높이로 쌓아올려야 할 제방의 총 연장 길이가 536km로 산정돼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강우량에 따른 범람 수치와 현장을 비교 조사한 결과 실제로 높여야 할 제방의 길이는 아무리 늘려 잡아도 200km에 불과했다고 한다.

더욱이 국무총리의 보완 지시에 따라 작성된 최석범 교수의 자문보고서에서도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제시한 563km는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서 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것은 결국 제방의 길이를 200km로 산정했을 경우 1안의 비용이 실제로는 7천억원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주민들이 원했던 1안의 경우에는 수치를 과잉 산정함으로써 비용이 무려 1조원이나 더 들어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미 많은 제방이 높여진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이런 지적이 쏟아지자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두 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수정하면서 이 수치를 바로 잡아야 했다. 이와 관련, 이철우 사무처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주민들이 주장하는 200km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한탄강댐 건설의 타당성은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그들은 제방 길이를 473km로 수치만 조금 낮추는 식으로 빠져나갔지요. 한탄강댐 건설안이 가장 저렴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끝까지 몸부림친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국책사업을 수립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안을 비교하지 않고 공문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허위로 작성한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입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조작과 날조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 후편 기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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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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