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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도와 양덕도의 저녁노을
주지도와 양덕도의 저녁노을 ⓒ 김문호

저녁노을과 세방낙조

떨어지는 석양이 가장 오래도록 머무르는 곳, 태양은 섬과 섬 사이 굽이치는 바다의 소용돌이 속으로 긴 노을을 남긴 채 꼬리를 감추면 자연이 연출하는 신비로움에 외마디 탄성이 터진다.

최초로 쌍 다리가 놓여지고 있는 진도대교에서 백조도래지를 지나 세방낙조로 가는 길목, 가치 삼거리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해변도로는 육지의 기암괴석과 태양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바다 색깔이 달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섬들 또한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모든 일을 잠시 잊고 그 여유로운 모습에 흠뻑 빠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관광코스이다.

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도군도
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도군도 ⓒ 김문호
소용돌이 치는 바다
소용돌이 치는 바다 ⓒ 김문호

전남도가 지정한 '전망 좋은 곳 베스트 10'에 포함된 세방낙조는 다도해 섬 사이를 수놓는 저녁 노을은 영원한 환상의 늪으로 빠뜨린다. 발아래 바다는 흰 거품을 물고 굽이돌아 용솟음치는 급물 살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 그렇지만 저 멀리에 여객선과 어선들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물보라를 남긴 채 저 만큼 멀어져 간다.

불심을 일으키는 지명들

세방 뒤쪽 동석산 허리에 있는 골짜기에는 마파람이 불어오면 동굴을 스치는 바람에 골짜기 가득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종소리가 울린다하여 '종성골'이다. 이곳 바위는 부처님모습을 하고 기도하는가하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부둥켜안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동석산과 천종사 대웅전
동석산과 천종사 대웅전 ⓒ 김문호
바람이 불면 종소리가 울려 중생을 구원했다는 종성골
바람이 불면 종소리가 울려 중생을 구원했다는 종성골 ⓒ 김문호

이런 종성골을 돌고 돌아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섬마다 독특한 개성은 불심을 일으킨다.

지력산 동백사에 기거하던 고승이 열반에 들기 전 입고 있던 가사를 벗어 던지자 바다에서 섬이 솟아 나왔는데 그것이 가사도가 되고 바지를 벗어 던져 솟아오른 하의도, 손가락을 뽑아 만든 주지도(손가락 섬), 발가락으로 만들었다는 양덕도(발가락 섬), 불도, 혈도 등 모두 모양새 이름 그대로이다.

손가락을 뽑아 만든 손가락 섬(주지도)
손가락을 뽑아 만든 손가락 섬(주지도) ⓒ 김문호
발가락을 닯은 양덕도
발가락을 닯은 양덕도 ⓒ 김문호


어디 그뿐이랴. 세방과 세포는 불교의 서방정토로 가는 '갯가'이고 갈두는 들어가는 '들머리'이다. 지력산의 지력(智力)은 부처의 전지전능한 권능을 나타내고 인지리는 부처가 되기를 염원하는 보살들이 앉은자리이고 가치란 원래 가지(加持)로 대자 대비한 부처의 자비에 감응한 중생들의 불심이 일어난다 뜻이다.

불교의 이상향은 서방정토이고 진도의 맨 끝 서쪽에 위치한 지산면에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지력산과 동석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서방정토가 되고 아미타여래가 있는 극락세계였던 것이다. 불교가 우리네 조상들의 삶에 뿌리깊게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불심이 일어난다.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지산면 심동리 급치산 및 세방, 언젠가 천 종을 달아 울리면 중생을 사바세계에서 서방정토로 인도한다는 종성골짜기, 기암괴석의 동석산과 지력산은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이다.

진도관광의 백미는

남도의 섬, 진도관광의 참 멋은 군내호의 백조도래지와 첨찰산의 천연원시림, 모세의 기적이 재현하는 신비의 바닷길, 세방낙조 등 인위적으로 조성한 시설물이 아닌 자연을 배경으로 한 테마관광에 있다. 단순 보조역할을 하는 편의시설 또한 여행객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시켜준다.

특히 다도해 섬이 있는 겨울바다는 변덕이 심하지만 어제 그랬냐는 듯 봄 바다는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 150개 섬으로 이루어진 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지 않는 진도관광은 물 없는 오아시스와 같다.

…검푸른 바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성난 파도에 일그러진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 처진 섬, 섬, 섬…백 마디 말과 글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 외에는 참 맛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광대도. 보는 위치에 따라 천의 얼굴을 한 광대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광대도. 보는 위치에 따라 천의 얼굴을 한 광대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 김문호
불심이 우러나오는 불도
불심이 우러나오는 불도 ⓒ 김문호

최근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세방일대 낙조전경을 찾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도군은 지산면 세방리 일대 5만㎡의 부지에 주차장을 비롯한 삼림욕장, 전망타워 등 테마시설을 갖추는 한편 펜션 및 수상 레저시설 등 낙조관광타운을 2005년까지 조성하여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해넘이 축제를 연례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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