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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무릇 현재의 재조명이다. 살아있지 않는 역사는 말 그대로 사라진 과거일 뿐이다. 역사 자체를 그저 옛날의 지식정도로 치부하거나, 혹은 화석화된 문서로 대한다면 현 인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역사는 소중한 것이고 끊임없이 현재적 재조명이 이루어진다.

지금, 한국 사회는 두 가지의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하나는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용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월드컵과 16대 대선에서 여실히 증명된 바, 한국 사회 변화의 큰 주축이 되고 있다. 붉은 악마, 노사모 등은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국민의 '개혁' 열망을 단순히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화한 강력한 힘으로 부각될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한미관계, 한일관계 등 기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형성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었고, 나아가 남북관계에서는 '북핵'이라는 메가톤급 폭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을 향한 교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큰 흐름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역시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영향이 한국 사회의 변화도 주도하고 있으며 아울러 화해와 협력을 향한 교류를 지속하게 하고, 한미관계에서도 일방적인 대미 추종을 거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광개토호태왕의 일대기 소설인 <천손의 나라>(정호일 지음. 우리겨레, 전3권. 2001년)는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일찍이 예견한 소설이다. 청년 장수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 같은 소설, 사방 팔방에서 다수 나라들의 견제와 질투를 받으면서도 동북아시아를 호령한 민족의 대 서사시이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 청년 등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담아 용솟음치는 전율을 무한히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불러져 왔던 '광개토대왕'이란 칭호는 잘 못 알려진 것이다. 고구려의 후손이 불렀던 정식 명칭은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다.

광개토호태왕은 살아 생전에 '영락'이라는 연호를 직접 사용하며 천손(天孫)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자기의 온 전력을 다 했던 인물로서 마땅히 우리 민족의 대영웅으로 칭송받을만하다. 광개토호태왕의 그 큰 포부와 민족의 대영웅성을 담아내는 소설은 일찍이 있어보질 못했다.

소설의 제목 <천손의 나라>는 이런 광개토호태왕의 염원과 고구려의 천하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고구려의 천하관은 하늘의 자손으로 나라를 건설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좀더 직설적인 표현을 쓰자면 고구려가 곧 만인이 우러러보는 하늘나라 지상낙원이라는 말이 된다.

당시 '중화사상' 즉 세상의 중심이라는 이념으로 똘똘 뭉친 중국이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는 다스린다는 천명관이 그들의 천하관이었다는 것과 대별해 본다면 정말로 고구려의 기개가 얼마나 드높았는지 짐작할 만한 것이다.

소설 <천손의 나라>가 시대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것은 우선 광개토호태왕이 강력한 천손의 나라 고구려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 주축이 된 힘인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에서 잘 엿볼 수 있다. 청년 장수들의 활약과 활동상을 주된 동기와 동력으로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감동은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의 피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광개토호태왕 또한 12세부터 전장을 누비며 살았던 인물로서 그저 왕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닌 청년 장수들을 규합하여 왕의 자리를 스스로 만든 인물이다. 그러므로 청년 장수들이 동시대의 무대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도 그저 우연이 아니다. 이제 광개토호태왕을 청년 광개토호태왕으로 부르자.

또한 <천손의 나라>는 단일민족 국가를 형성하려는 대제국 고구려의 노력을 깊은 통찰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로 명명되는 삼국시대에 각 나라들은 삼국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경주하지만 백제와 신라가 처해있던 상황과 고구려가 처했던 상황은 사뭇 달랐고 또한 그들 각 나라들의 단일민족국가 형성에 대한 시각도 매우 달랐다.

고구려는 만주를 비롯한 북쪽의 변방지역에 위치한 관계로 국제관계의 힘의 역학관계에도 매우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광개토호태왕이 고구려를 어떻게 대제국을 건설하면서 단일민족국가를 형성하려 했는지를 그려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돋보인다. 아울러 이후 장수왕이 수도를 평양성으로 천도한 것도 그 역사적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이 소설은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그 당시의 상황은 현재 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과 분단국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동북아 및 국제관계와 흡사하다. 남과 북이 화해하고 단합하여 통일국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과 국제사회의 힘의 역관계가 매우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설 <천손의 나라>는 이런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광개토호태왕의 일대기 소설인 <천손의 나라>는 절대 허구가 아니다. 젊은 세대, 청년들의 거센 변화의 움직임과 남과 북의 관계진전을 향한 큰 흐름을 담고 있다고 하여 역사를 왜곡하거나 전혀 근거 없는 것을 서술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는 고구려의 연구가 미비하고 연구할만한 사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에 작가 정호일씨는 '광개토호태왕의 비문'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그 비문 1800여 자에 근거하여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그 사료들을 소설 중간 중간에 기술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대하 민족 역사 드라마로 제작이 된다면 매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의 자긍심을 불러줄 수 있는 소설,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주면서 피끓는 정열을 심어줄 수 있는 소설, 남과 북이 함께 힘찬 내일을 건설하는 비전을 주는 소설로서 민족 드라마로 이만한 좋은 소재가 있을까?

천손의 나라 -상 - 소설 광개토호태왕, 7인의 결의

정호일 지음, 우리겨레(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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